타이베이에서 열린 민주평통 인도-태평양지역의 자유ㆍ평화ㆍ번영 연대 심포지엄
-2024.02.05.-타이완ㆍ한반도ㆍ양안관계ㆍ시사평론.-
어렵게 쟁취해 낸 민주주의, 소중히 여기며 지켜나가야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라고 해서 100%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권 교체로 인해 시행하였던 정책을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업을 두고 한국에서는 정당 교체가 있을 때면 대북 정책에 변화가 발생하였는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대통령은 특히 대북 햇볕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보수 정당은 다소 강경한 정책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의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남북 간의 대화를 이끌어 내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지, 남북관계 정책과 실무 경험이 있는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을 2월1일 타이베이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뉘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는 그동안 햇볕정책과 그에 반한 정책 모두 추진해 봤는데 정책을 실행하는 쪽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정도까지 도달하지는 못하였다며 그래서 대북 정책은 시행은 하였으나 불완전한 상태에서 도중에 중단되었기에 어느 한 쪽이 옳다거나 그릇된 것이라고 판단하기 어렵고 내부에서도 합의를 못 보며 갈등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북 정책이 만약 지속성을 가지며 각 방의 장점을 결합시킬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하지 못하였고 그래서 앞으로는 그러한 접점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은 민주평통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주평통 이북5도 지역회의 진성배 부의장은 동남아 북부협의회와 공동 주최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ㆍ평화ㆍ번영 연대 심포지엄은 이북5도 지역회의와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협의회가 타이베이에 모여 한반도 자유ㆍ평화ㆍ통일의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였고, 동남아북부협의회 황희재 회장은 한민족이라는 감성에 사로 잡힌 게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을 둘러보며 모든 면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한ㆍ미ㆍ일 3국 공조 체제를 확고히 다짐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자유ㆍ평화ㆍ번영 연대’라는 의지를 지지하면서 그 중심 국가인 타이완에서 뜻있는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고 민주평통 모든 지역에 알려져서 자문위원의 새로운 통일 활동의 한 본보기가 될 수 있고 더불어 공공 외교 역량 강화에도 큰 보탬이 되는 마중물 역할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통 고상구 아시아태평양 부의장은 안보ㆍ경제ㆍ기술 등 분야에서 미ㆍ중 패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등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으며, 북한은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한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데 이 같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이은호 대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은 한국의 국익에 직결되며 그걸 뒷받침해온 민주주의ㆍ자유ㆍ법치주의ㆍ인권 등 보편적 가치가 계속 유지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하여 이번 심포지움에서 도출한 의견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발전을 위해 기여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21기 한국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국내외 총 2만1천 명에 달한다.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은 자문위원들이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공유하는 기반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였다.
한국은 한반도 통일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행사에서 제창한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 전, 미ㆍ소 군정시기인 1947년 서울에서 <우리의 소원>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발표되었는데 한국방송의 삼일절 특집 라디오 드라마 주제곡으로 발표된 곡이다. 그런데 그 당시 한반도는 미ㆍ소 군정시기로 좌익과 우익 간의 충돌이 극심했던 시기라고 한다. 알고 보니 처음 발표할 당시의 가사에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 꿈에도 소원은 독립’이었는데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으나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독립’을 ‘통일’로 개사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하튼 한국에서는 줄곧 한반도 통일을 지향해왔으나 최근 북한 김정은 정권은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없애고 한국을 주적으로 삼는다고 선언하여 평화 안전을 크게 위협하였다.
타이완해협 양안관계를 말할 때 ‘중국’과 ‘대만’ 또는 ‘베이징’과 ‘타이베이’의 두 개 정권을 지칭한다. 1949년 이래 양안 간이 적대시해오다가 총통부 직속으로 1990년 시월에 국가통일위원회를 발족했고 1991년3월에는 국가통일강령을 채택했다. 지금의 타이완의 입지와 매우 달랐었다. 통일강령에는 ‘대륙과 타이완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으로 국가통일을 이루는 것은 중국인의 공통 책임’이라고 명시하였다. 이는 2006년3월에 폐지되었다. 2016년에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또 타이완민의기금회(여론재단)는 2021년7월 타이완독립과 양안통일 조사 결과 타이완독립을 지지한 응답자는 46.6%, 양안통일을 지지한 응답자는 1991년 동일 질문 조사 실시 이래 최저치인 11.1%로 집계되어 주류 여론이나 정부 정책이 90년대와는 완연 다름을 알 수 있다.
한국 내에서는 국민들 사이에 좌우의 갈등, 이념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이른바 ‘남남갈등’이다. 좌우의 문제 뿐만은 아니다. 청소년들은 남북 통일이나 남북 동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주평통 자문회의가 작년 8월초 네이버 블로그에 한국 내 만13세에서 18세 청소년 1천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통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게재하였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반수(50.4%)의 한국 청소년은 북한을 경계 대상으로 인식하였고,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3.8%로 타이완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통일이 불필요하다고 인식한 청소년은 40%였는데, 그 이유는‘극심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우려되어서’가 54.9%로 가장 많았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우려되어서가 32.9%로 그 뒤를 이었다. 작년(2023년) 4분기 성인을 대상으로 한 통일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64%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타이완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
최영준 전 차관은 주제발표에서 한반도 사안의 쟁점 중 지금은 미중 전략적 경쟁이 대세이며 이때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에서 명료성을 밝혀야 하는데 그게 바로 한국이 미국 쪽에 서야한다고 제안했다. 이 점은 타이완해협 양안관계에서도 타이베이의 입장과 유사하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북한의 핵능력과 군사적 위협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코로나 시기 북한은 전 세계 여느 국가보다 더 강력한 통제를 스스로 하였는데 심지어 국제 제재와 자연 재해 등의 여건 아래서도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는 자신감까지 갖고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한반도는 같은 민족이고 통일을 해야된다는 걸 내적인 통치 기반으로 삼았지만 최근 김정은은 한국은 주적으로 보며 평화 통일이라는 용어도 없앴다. 그러나 최 전 차관은 이산가족도 있는 남북한은 서로 남남으로 살 수가 없기에 북한을 올바른 길로 가게 하면서 장기적으로 평화를 만들고 통일도 지향해 가는 게 유일한 길임을 북한에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최근 언행은 권위주의 체제를 제외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노선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최 전 차관은 김정은만의 새로운 권위를 정착시키고 더 강화시키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김일성과 김정일에 기대어 사는 세습 3대의 김정은이 아니라 더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더 큰 김정은 자체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욕구가 더 세질 것 같고 그래서 공개 석상에 그의 딸 김주애를 자주 내세우는 것도 세습 3대나 4대가 아닌 김정은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최근 통일 여론 조사 결과 예전 대비 통일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였다고는 하지만 반수를 초과한 것을 보면 한반도 통일은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해협 양안간에서는 중국에서 궁극적인 통일을 주장할 뿐 타이완에서는 현상유지를 희망하는 국민은 통일이나 독립을 지지하는 비율을 합친 것보다 더 높다.
한반도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가 75년 동안이나 불려온 데 반해 지금의 타이완은 베이징의 ‘하나의 중국’ 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주류 여론이다. 지난 2월1일 한국 민주평통 이북5도 지역회의와 동남아 북부협의회는 타이베이 그랜드호텔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ㆍ평화ㆍ번영 연대’ - ‘민주평통 이북5도 지역회의와 동남아 북부협의회 합동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이은호 대사와 타이완 해양위원회 관비링(管碧玲) 주임위원이 귀빈 신분으로 참석하였고 황희재 동남아북부협의회장의 귀빈소개에 이어 진성배 민주평통 이북5도 지역회의 부의장의 환영사, 고상구 아시아태평양 부의장과 이은호 대사의 축사로 막을 올렸다. 관비링 타이완 해양위원회 주임위원과 진성배 부의장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ㆍ평화ㆍ번영 연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 이어 최영준 전 통일부 차관이 ‘미중 경쟁의 파고에 대한 이해와 대응: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제언’, 장만순 일천만 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ㆍ평화ㆍ번영 연대’를 제목으로 주제 발표을 하였으며 자유토론 시간은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진호 교수가 좌장을 맡고 민주평통 동남아 북부협의회 진태훈 자문위원, 이북5도 이우열 자문위원, 대만협의회 최세훈 자문위원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장내 토론 분위기는 상당히 열렬하여 캄보디아ㆍ베트남ㆍ태국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각지의 지회장들도 합류하여 진지한 토론을 이어나갔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함께 고민하며 토론하는 장에서 도출시킨 의견이 한국의 한반도 정책에 반영되어 역내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白兆美
취재ㆍ보도: 백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