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최전방의 주둔 군인들 위해 빚어진 “진먼고량주”… 양안회담 만찬주로

  • 2021.04.16
랜선 미식회
명불허전 타이완 특산품인 진먼 고량주. [사진=진먼 술공장 제공]

랜선미식회시간입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그해… 벨기에의 플랑드르 평원에서는 90m를 사이에 두고 독일군과 영국군이 참호 속에서 대치했습니다.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 여겨진 전쟁은 수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죠. 우위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혈투 끝에 독일군이 1m 정도의 땅을 차지해 한발 앞선다 싶으면… 다음날은 영국군이 기세를 몰아 빼앗긴 땅을 다시 사수하고… 계속되는 참호전 …너무나도 많은 청년들이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간에선 이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벨기에 플랑드르 평원을 No Man land 죽음의 땅이라고 불렀죠.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 그러나 피 냄새가 가득한 죽음의 땅에도 크리스마스 이브 날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국가와 나 자신 또 부상 당한 동료를 지키기 위해 참호 속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대치중인 영국군과 독일군…그 누구도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이 피 냄새가 진동하는 참호에서 보낼 것이라 생각이나 했을까요? 그런데 그때 “고요한 밤. 거룩한 밤”하고 독일군 진영에서 캐럴을 부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러자 영국군의 참호에서 ‘앙코르~’를 외치며 함께 캐롤을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독일군 한 명이 영국군 참호로 다가왔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총알과 포탄을 주고 받던 이들… 당연히 영국군은 황급히 독일군을 향해 총구를 겨눴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독일군의 손엔 총이 아닌 군에서 보급 받은 맥주를 한 통 갖고 영국진영으로 온 것이었습니다.

독일군은 말했습니다… 쏘지 마시오! 참호 밖으로 나오면 맥주를 주겠소!!라고 말이죠!! 크리스마스 이브의 내리는 눈 때문에 감성적으로 변한 것이었을까요? 아님 이 살벌한 전쟁터에서 잠시 쉬고 싶었던 것이었을까요? 영국 진영으로 스스로 걸어 온 독일군도 미친 것 같지만… 참호 속에 있던 영국군 몇 명이 독일군에게 다가갔습니다. 맥주 통 앞에서 만난 이들은 ‘해피 크리스마스’하고 악수를 했고, 서로의 참호 가운데에 맥주 한 통을 두고 나눠 마셨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만해도 같은 장소에서 총을 겨누며 서로 죽고 죽이던 이들이… 함께 하얀~눈을 맞으며 또 서로 맥주를 나눠 마시는 아름다운 기적… 이 눈물겨운 광경을 지켜보던 영국의 스톡웰 대위가 독일의 폰 시너 대위를 만나러 갑니다. 긴급하게 만나게 된 양측 진영의 부대장들… 독일의 폰 시너 대위는 독일산 맥주를 스톡웰 대위에게 권했습니다… 그리고 이 피 냄새가 진동하던 죽음의 땅은 맥주 덕분에 하루 동안 휴전을 하기로 약속하게 됩니다.

1914년 크리스마스 정전. 축구경기를 하는 독일군과 영국군. [사진=BBC 제공]

맥주를 나눠 마시고 함께 축구도 하고…또 기념사진도 함께 찍고 … 독일 병사가 들고 나온 맥주 한 통이 가져온 기적… 정말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적 같은 일인데요.

1914년 크리스마스 휴전 당일 영국과 독일 육군 장병들 모습. [사진=1 차 세계 대전 센 테니얼위원회 World War One Centennial Commission  제공]

이렇듯 때론 적과 한 잔 하며 잠시 휴전도 할 수 있게 하는 게 술입니다.

타이완의 국민 고량주라고 불리는 ‘진먼고량주’. 한국에서도 마트나 작은 슈퍼에서 초록색 병의 소주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타이완에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정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술 하면 단연 ‘진먼고량주’인데요. ‘진먼고량주’는 타이완에선 결혼식부터 각종 행사나 식사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술입니다. 또한 코로나19 이전 타이완을 여행하고 떠나는 관광객들 손에 가장 많이 들려 있는 술이기도 했는데요.

타이완 국내 소비자들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진먼고량주’. 이 명주의 탄생 뒤에도 역시나 군부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바로 냉전의 최전방에서 지금은 평화의 섬으로 탈바꿈한 타이완의 최전방 군사요충지 진먼에 주둔하던 장병들을 위해 만들어진 술이 바로 ‘진먼고량주’이기 때문인데요.

1949년 공산당이 베이징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선포하자 장제스 총통은 국민정부를 타이완으로 옮기게 됩니다.

또한 중국의 샤먼과 마주보고 있는 타이완의 최전방 진먼의 황푸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쉬방徐蚌회전 등 굵직한 전투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후롄 장군이 이끄는 12 병단을 주둔시키죠.

그리고 1949년 10월 25일부터 3일간 진먼 구링터우에서 펼쳐진 타이완 최정예 부대와 공산당 부대 간 전투에서 후롄장군의 12병단과 타이완 최정예 부대는 파죽지세로 공산당의 공세를 꺾고 구링터우 전투에서 승리하며 타이완을 지킬 수 있었는데요.

구링터우 전투에서 승리한 후 후롄 장군이 이끌던 12병단은 진먼 방위 사령부로 재편되었으며, 후롄 장군은 사령관이 되었습니다.

진먼 방위사령부 후롄 사령관. [사진= 중국시보 제공]

사령부를 이끌던 후롄 장군은 진먼에 주둔하면서 매~년 타이완 본섬에서 수 십만 병에 술을 납품 받는 것이 굉장히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진먼 현지에 있는 진청金城 이란 이름에 술공장에서 빚은 고량주를 맛보게 됩니다, ‘아니 이맛은’하며 이 고량주 맛에 반한 후롄 장군은 바로 이 ‘진청’술공장의 예화청葉華成사장을 진먼 정부가 운영하는 술 공장의 기술 과장으로 정식 스카우트하게 됩니다. 그리고 1952년 ‘진먼金門술공장’의 전신인 ‘저우롱장九龍江 술공장’이 설립되었고, 예화청은 진먼의 주둔하는 군인들을 위한 술을 빚기 시작합니다.

진먼고량주의 공신 예화청 사장. [사진=위키 제공] 

하루 아침에 회사가 통째로 정부에 인수합병 당하게 되면서 졸지에 사장에서 기술직 공무원이 되어버린 예화청 사장. 후롄 장군은 보상 차원에서 그에게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했습니다. 당시 공장장이었던 저우신춘周新春의 월급이 900원이었고, 예화청의 월급이 3000원이었으니깐, 일반 공무원 월급의 3배가 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았는데요.

후롄 장군과 군인들이 푹 빠졌던 진먼고량주에 맛에 비결은 바로 진먼에서 나오는 천정수 그리고 100% 순곡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청량한 맛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고하는데요.

우선 진먼고량주의 사용되는 천정수는 예화청 사장이 운영하던 진성 술공장 내부에 있는 보월천寶月古泉의 맑고 깨끗한 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먼고량주는 진먼 주민들이 밭에서 수확한 수수와 보리로 즉 100% 순곡물로 만들어졌다 하여 건강한 발효주로서 과거 진먼섬에 주둔하던 군인들을 비롯해 진먼을 대표하는 특산물로서 변함없이 전 세계인에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진먼 고량주 맛의 비결인 보월고천의 모습. [사진= 품주망品酒網 제공]

또한 지난 2015년 마잉주 총통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역사적인 회동을 할 당시 마잉주 총통이 만찬에서 ‘58도짜리 진먼고량주 블랙 레이블’을 준비해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2015년 당시 마잉주 총통이 만찬자리에 준비한 '진먼고량주 블랙 레이블'. [사진=진먼 술공장 제공] 

과거 냉전의 최전방에서 빚어진 진먼고량주, 후롄 장군과 예화청 사장은 자신들이 빚은 술이 세월이 흘러 양안 화해의 술이라는 타이틀을 얻게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