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타이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매주 금요일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입니다.
어느 나라에나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는 '국민 과자'가 있습니다. 타이완 제과식품 기업 과이과이(乖乖)를 대표하는 과이과이의 영혼이 담긴 제품 바로 과이과이입니다. 1968년 출시된 과이과이는 지난 56년 동안 위로와 용기, 감사를 전하며 타이완 소비자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수 많은 제품들이 나왔다 사라지는 와중에 살아남은 과이과이의 장수비결은 익숙함, 익숙한 맛 입니다.
70년대부터 타이완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과이과이에 얽힌 추억 두어자락을 늘어놓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과이과이를 먹고 자란 사람들은 어른이 돼도 자식에게 과이과이를 사줍니다.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먹어온 과이과이의 맛과 추억이 자식에게 대물림되며, 과이과이는 5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타이완 국민 대표 장수 과자’입니다.
1968년 출시 후 56년간 전 국민이 좋아하는 과자로 꼽히며 스테디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과이과이는 타이완 국민 과자라는 경계를 넘어서 유난히 IT 업계,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IT 업계, 직장인들의 과이과이에 대한 애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꽤나 깊은 편입니다. 초록색 봉지의 과이과이를 기계 근처에 올려두면 기계가 고장 없이 잘 돌아간다고 해서 IT 관련 종사자들은 컴퓨터 모니터 혹은 각자 자신의 개인 컴퓨터 본체 위에 과이과이 올려두고요. 컴퓨터외에도 사무실 프린터부터 모든 전자기기에 과이과이를 올려 둡니다. 심지어는 TSMC, 폭스콘 같은 IT 대기업의 서버실까지 기계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과이과이가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타이완 IT 업계에서 행운의 부적처럼 사용되는 과자가 바로 과이과이라고 할 수 있죠.
타이완 IT분야의 이 독특한 문화를 ‘과이과이문화’라고 해요. 외신도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타이완 IT 기업의 특급 비밀이라할 수 있는 ‘과이과이문화’를 조명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영국 BBC는 2021년 4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한 ‘타이완의 테크놀로지를 작동시키는 행운의 과자(The 'good luck' snack that makes Taiwan's technology behav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타이완 최고의 IT기업이 행운의 부적처럼 여기는 ‘과이과이’를 소개했습니다.
타이완 IT 산업을 책임지는 행운의 과자, 과이과이를 오늘 랜선미식회에서 집중 탐구해 보겠습니다.
타이완에서는 기계가 잘 작동하기를 바랄 때! 초록색 봉지의 과이과이를 찾습니다. 지극히 논리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의 문제를 미신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는 게 TSMC, 폭스콘, 미디어텍, 노바텍, 리얼텍를 보유하고 있는 IT 강국 타이완에 존재한다니 아이러니하면서도 흥미롭죠?
쉽게 믿기지 않지만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기에는 타이완에서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문화가 바로 과이과이문화입니다. IT기업 사무실 내 컴퓨터 위 혹은 과자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서버실 같은 곳에 초록색 과이과이를 두는 건 정말 흔한 일이에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타이완 IT기업말고도요 기계와 관련된 오만가지 현장에서 과이과이가 등장합니다. 다양한 의료장비가 있는 병원, 각종 촬영장비가 있는 촬영현장, CCTV통제실, 은행권에서는 초록색 과이과이를 ATM기에 아예 넣어두기도 해요.
또 무사고 안전운행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버스 기사님들도 운전석 위에 과이과이를 올려놓고, 심지어 타이완의 소리, Rti 방송국의 방송 통제실의 기계 위에도 과이과이 한 박스가 올려져 있습니다. 기계를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죠.
지난 1월 29일 타오위안 한 백화점 앞에 주차돼 있던 관광버스 운전석 위에 과이과이가 놓여져 있다. [사진 Rti 손전홍]
타이완의 소리, Rti 방송국 방송 통제실 기계 설비 위에도 과이과이 한 박스가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사진 Rti손전홍]
타이완 IT 업계부터 보안, 방송계, 은행권, 의료계 등에서 행운의 부적처럼 사용되는 과자 과이과이, 타이완이 얼마나 과이과이에 진심인지 실감되시죠?
많은 과자 중에서 왜 하필 과이과이였을까요? 식품업계에서 제품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아시죠? 과이과이도 이름이 한 몫 했습니다. 우선 의미부터가 특별합니다. 과이과이(乖乖)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순종하는’,‘순한’, ‘말을 잘 듣는’, ‘순둥이’입니다. 순한 아이는 말을 잘 듣겠죠? 이렇게 과이과이라는 제품 이름 자체가 말썽 없이 말을 잘 듣는다라는 맥락에서 기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장소에서 ‘기계야 제발 말 잘 들어라’라고 빌며 과이과이를 기계 위에 올려두는 것입니다.
이름 다음으로 두번째로 색깔이 상징하는 바도 있습니다. 신호등도 초록 불일 때 교통이 흘러가고 기계도 일반적으로는 작동할 때 초록 불빛이 켜지잖아요? 과이과이 과자 봉지를 보시면 봉지 자체가 초록색이고요. 과자 봉지 앞면에 신호등을 들고 있는 캐릭터가 있고요. 신호등은 초록 불이 켜져 있습니다. 그래서 원활한 흐름을 상징하는 초록색 과이과이만을 기계 위에 올려놓는 것인데요.
시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과이과이 과자 봉지 색은 기본적으로 초록, 노랑, 빨강 세 가지 색입니다. 초록 봉지 과이과이는 버터 코코넛 맛이고요. 노랑 과이과이는 타이완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오향맛, 빨강 과이과이는 달콤한 초콜릿 맛입니다.
일반적으로 기계 설비 고장이나 기능불량이 생기면 기계에 노란색이나 빨간 불이 켜지잖아요. 그래서 기계 위에 노란색 과이과이나 빨강 과이과이를 두면 부정을 탈 수 있다고 해서, IT업계에서 노랑, 빨강 과이과이는 금기입니다.
혹시 랜선미식회를 청취하시고, 타이완 여행을 오셔서 과이과이를 구매하시는 청취자님들이 계실까 봐, 한 가지 주의 사항을 더 추가하자면, 유통기한을 반드시 준수하셔야 합니다. 과이과이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행운의 의미로 사용될 수 없어요. 유통기한이 지나면 행운으로서의 효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통 1년에 2번 바꿔요.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1월과 귀신의 달이 시작되는 7월에 기계 위에 과이과이를 새 것으로 바꾸죠. 진짜 거듭 말씀드리지만 타이완 사람들은 과이과이에 진심입니다. 랜선미식회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 금요일 새로운 타이완 음식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손전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