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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 ‘사오저우뤄어(燒酒螺)’

  • 2021.11.05
랜선 미식회
자꾸만 손이 가는 '사오저우뤄어'.[사진 = 교통부 관광국 홈페이지 캡처]

랜선미식회시간입니다.

혹시 어릴 적 '번데기'와 함께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고둥'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동식 좌판에 수북이 쌓여 모락모락 김이 나며 우리를 유혹했던 번데기와 쪽고둥은 두 가지 중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심했을 정도로, 어린시절 한번쯤 먹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추억의 간식거리 최강자들이었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방과 후 ‘피자냐 치킨이냐’로 심각하게 고심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세대가 갖는 공통된 정서, 너무 많이 먹어 배탈 나는 한이 있더라도, 입이 부르틀 정도로 먹었던 국민 군것질거리로 사랑을 받은 쪽고둥.

대한민국 국민 군것질거리로 사랑을 받던 이 다슬기 비슷하게 생긴 연체동물의 정체 본래 제 이름은 갯고둥입니다. '바다 다슬기'라고도 불리는 갯고둥은 몸길이가 약 3cm, 지름 약 1.3cm까지 자라며 원뿔형으로 두껍고 단단하고, 잡식성이며 해초 등을 주로 먹습니다. 또 갯벌이나 모래밭, 조간대의 바위웅덩이에 떼 지어 서식하며 서•남해는 물론 중국 동부와 일본 그리고 타이완 서해안에 널리 분포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요즘 길거리에서 파는 '고둥'을 보기 힘들어졌지만 아직도 타이완에서는 야시장이나 술집 그리고 관광 명소에서 고둥을 좌판에 수북히 쌓아 놓고 파는 노점상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이 고둥으로 만든 음식의 이름은 사오저우뤄어(燒酒螺ㄕㄠ ㄐ一ㄡˇ ㄌㄨㄛˊ) 한자로 燒 (불사를 소) 酒 (술 주) 螺 (소라 라)란 이름으로 불립니다. 야시장에 가면 만나는 고둥으로 만든 타이완의 서민 음식 사오저우뤄어는 그 이름 그대로 燒 (불사를 소) 酒 (술 주) 소주죠, 고둥을 술로 조리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입니다.

만다린어사오저우뤄어라고 불리는 이 타이완의 서민 먹거리는 민남어로는 아주 구수하게 셔오 주 레(sio-tsiú-lê)라고도 널리 불리고 있습니다.

요즘은 술집 단골 안주로 팔거나, 야시장이나 관광명소에서는 종이용기, 플라스틱컵에 담아 팔지만, 한때 극장이나 노천 무대 앞에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 장수가 비닐 봉지에 넣어 팔았다고 해요. 지금의 우리가 영화를 보며 팝콘을 먹듯이 옛~날 그 시절 영화와 가자희 등 전통 공연를 볼 때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는 타이완 국민들의 심심한 입을 달래주던 최고의 간식 거리였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마성의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요구되는 음식입니다. 펄이나 모래 등지에 서식하기 때문에 해감을 제대로 안하면 먹을 때 입속에서 자글자글하며 이물질이 버석거립니다. 그래서 고둥을 바락바락 비벼가며 대여섯 번은 씻은 후 소금을 한줌 넣고

해감이 빠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야합니다. 이렇게 넉넉잡고 해감을 뺀 고둥은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번거롭지만 펜치나 가위로 또깍 또깍 소리를 내며 고둥의 꽁무니를 일일히 잘라내야합니다. 그리고 이 꽁무니가 잘려나간 고둥을 마늘, 고추, 간장, 술 등과 함께 쎈 불에 볶아내면 노동의 시간도 잊게하는 마성의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 완성!

남녀노소 타이완 국민 모두가 빠진 마성의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의 맛은요. 잘려나간 고둥을 쪼옥~ 빠는 순간 매콤한 소스가 잘 베어진 알맹이가 입속에 쏙 들어옵니다. 알이 작기는 하지만 쫄깃한 식감이며 매콤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조름하면서도 내장의 씁쓰름한 맛이 납니다.

아이에겐 간식으로 어른에게는 술안주로 식을 줄 모르는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의 인기. 그런데 타이완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된 사실이지만요, 길거리 야시장이나 일반 음식점에서 파는 사오저우뤄어 모두 똑같은 이름으로 불리지만 주재료로 들어가는 고둥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야시장이나 관광명소에서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에 들어가는 종(種)은 점갯고둥(B. zonalis)과 고둥과의 속하는 댕가리(Batillaria cumingi)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반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술안주로 나오는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에는 뾰족하고 살이 없는 댕가리나 점갯고둥 대신 알이 실한 소라를 넣습니다. 술안주나 반찬으로 실~한 소라를 넣어 만든 셔우 주 레는 야시장이나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 보다는 식감이 훨씬 좋지만, 짭조름하면서 매콤하고 고둥 특유의 쌉살한 맛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가 주는 추억의 맛은 야시장을 이기진 못하는 것 같아요.

소라면 어떻고 또 고둥이면 어떻습니까? 짭짤하면서도 매콤하고 씁쓰름하면서 고소한 맛에 멈출 수 없는 마성의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는 그 인기에 힘입어 사오저우뤄어를 소재로 삼은 창작동요가 타이완에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만든다는 창작동요 ‘사오저우뤄어 , 셔오 주 레’가사는 이렇습니다.

燒酒螺一推若山 高 高 高

수북이 쌓인 사오저우뤄 마치 산 같이 높고 높고 높다

辣椒仔紅紅 蒜頭香香

빨간 고추 향긋한 마늘

欲食嘴尖尖

먹을 땐 입을 뾰족히 내밀고

頭嘛吸 尾嘛吸

머리를 쏙~ 꽁다리를 쭉~

糗糗軟軟 軟軟糗糗

구수하면서 말랑하고 말랑면서도 구수한 맛

親像一尾蟲

한 마리의 벌레 같다

이 동요 속 가사처럼 사오저우뤄어는 붉은 고추와 마늘이 듬뿍 들어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뽐내며 큰 대야에 수북이 산처럼 쌓아 놓은 모습으로 타이완 전국 야시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늘 엔딩곡으로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마성의 셔 쥬 레가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타이완 남성 힙합 그룹 나인 원 원(玖壹壹,Nine one one) 다음생에(下輩子)를 선곡해 봤습니다. 인기 힙합 그룹 나인 원 원의 인기비결이라고 할까요? 이 그룹은 모든 연령층에 팬들에 맞게 타이완의 서민적인 정서가 가득한 노래를 꾸준히 발표하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선곡한 다음생에(下輩子)라는 힙합 곡은 가사 속에 샤오저우뤄, 셔 쥬 레를 넣어 젊은 세대뿐 아니라 평소 힙합을 즐겨 듣지 않는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었습니다. 그럼 오늘 엔딩 곡으로 감각적이면서도 가장 타이완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힙합 그룹 나인 원 원의 다음생에(下輩子)를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노래가사 속에 등장하는 셔 쥬 레~ 주의깊이 들어보시는 것 잊지 마세요~

이상으로 랜선미식회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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