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미식회시간입니다.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니 말이죠. 그런데 독도 잘만 이용하면 명약이 되기도 하고, 좋은 약도 잘못쓰면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합니다.
먼저 약이 독이 되는 경우를 살펴보자면, 구워서 먹는 은행은 우리 몸속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천식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약이라도 은행은 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반드시 노릇노릇하게 익혀서 먹어야 하죠. 또 은행을 많이 먹게되면 우리 몸속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심각하게는 의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인 기준 하루에 10알, 어린이는 3알 이내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은행은 타이완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입니다. 타이완에서도 일식 요리 전문점에서 구운 은행을 팔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타이완에서는 은행을 구워서 먹기 보단…갖가지 신선한 재료와 은행을 넣고 쌘 불에 볶는 다거나 또 은행과 닭, 해물 등을 함께 넣고 푹 끓인 불도장과 탕요리에서 은행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마비, 암을 유발하는 등 목숨을 위태롭게하는 독이 약이 되는 경우를 살펴볼까요?
독만큼이나 치명적이지만 약이로도 쓰이는 것이 바로 빈랑(檳榔)입니다. 타이완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중국, 말레시아 등에 가보신적이 있으신 청취자님들 혹시 여행중에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껌을 씹듯 뭔가 열심히 씹는 걸 보신적 있으신가요? 입 주변에 온통 시뻘건 즙을 잔뜩 묻히고 뭔가를 씹는 모습을요. 또 씹다가 입에 들어 있는 걸 길에 퉤!하고 뱉기도 하는데 마치 각혈하는 것처럼 시뻘건 피와 같은 붉은 색 즙을 길에다가 뱉는데 아마 이 광경을 처음보신 분이라면 피를 뱉는 줄 아시고 분명 깜짝 놀라셨던 경험 있으실 것 같은데요.
생대추와 비슷하게 생긴 청색에 빈랑 열매 혹은 빈랑자라 불리는 이 열매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이유는 바로 아레콜린과 아레카이딘이라 불리는 알칼로이드계 성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빈랑 열매에 들어 있는 아레콜린 성분을 구강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규정했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빈랑을 씹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이 빈랑에서 나오는 붉은 색 즙을 뱉어 내는 데 문제는 미처 외부로 뱉지 못하고 흡수된 빈랑 속 아레콜린 성분이 체내 조직에 축적되면서 치아의 강도가 약하지게 되고 이로인해 장시간 빈랑을 씹게 되면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또 심지어 구강!! 입 안 전체가 녹아내려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WHO에 따르면 타이완을 포함해 전 세계 인구의 10%정도인 약 7억명 정도가 빈랑을 씹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많인 전세계인들이 구강암을 유발하는 빈랑을 씹는 것일까요? 석회를 묻힌 잎사귀에 돌돌 싼 빈랑 열매는 아드레날린을 분비해서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게하고 또 씹을수록 각성효과가 높아지면서 기분을 좋게하며 환각성분도 있어 타이완에서도 주로 고된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졸음을 쫓기 위해 피로를 풀기 위해 애용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타이완을 중심으로 담배, 차, 커피 다음으로 애용되는 기호식품인 빈랑. 마취성 독성물질인 빈랑은 구강암을 유발하고 치명적이지만, 적당한 약을 복용하면 훌륭한 약으로 탈바꿈되기도 합니다. 빈랑을 한방약재로 사용한 기록은 중국 송나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습니다. 중국 명나라 시기 이시진李時珍이 저술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빈랑에 대해 “부드러우면서도, 소화를 도와준다(滑美不澀,下氣消時)”라고 중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빈랑은 위장질환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였습니다.이밖에 적당한 양의 빈랑 열매는 구충제, 지사제 등 약효가 있고, 또 약리학적으로 빈랑 열매와 비슷한 효능 지닌 대복피大復皮라고 불리는 빈랑 열매 껍질은 한약재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독이 되는가, 약이 되는가. 구강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빈랑 열매, 하지만, 극미량을 사용하면 훌륭한 약으로 탈바꿈되기도 합니다. 더위로 입맛도 없고 찬 음료수를 많이 마셔서 속이 더부룩한 요즘. 죽순과 같은 아삭한 식감의 빈랑의 어린순 ‘빈랑심(檳榔心,타이완에서는 반천순半天筍이라고도 부른다)’을 곱게 간 돼지고기와 굴소스, 마늘, 파 등을 넣고 볶은 별미 “차오반톈순炒半天筍”을 제가 직접 먹어 보았습니다.
타이완에서도 흔하지 않은 생소한 요리 ‘차오반톈순’. 처음 맛본 빈랑의 어린순의 맛은 우리가 자주 접하는 죽순의 맛과 똑같았습니다. 아~삭한 식감까지도요. 간이 딱 맞는 밥도둑 ‘차오반톈순’ 때문에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솔직히 전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빈랑의 효능은 정말 솔직히 보지 못했습니다.하지만, 무시무시한 빈랑의 어린순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별미 음식 “차오반톈순” 꼭 드셔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과하게 섭취하면 독이 되지만, 소량을 섭취하면 보약이 되는 빈랑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엔딩곡으로 들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의 을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랜선미식회시간의 손전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