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한 사람이 되자' - 사이더커 바라이

  • 2021.03.11
타이완 최대 규모의 항일사건 ‘우서 사건(霧社事件)'을 다루는 영화 '사이더커 바라이(賽德克巴萊)' - 사진: '사이더커 바라이'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쳐

2011년 9월에 타이완에서 영화 ‘사이더커 바라이(賽德克巴萊)’ 열풍이 불었습니다. 사이더커족은 용맹스러운 민족성을 지닌 타이완 원주민족인데, 일본 식민 정부의 강압적 통치에 대해 불만이 커서 1930년 10월 27일에 타이완 최대 규모의 항일사건 ‘우서사건(霧社事件)’을 일으켰습니다. ‘사이더커 바라이’는 바로 ‘우서사건’을 다루는 영화이며, 제작비는 뉴타이완달러 6억원(한화 약 241억 5600만원, 2021.03.11 기준)으로 역대 타이완 영화 제작비 중 최고입니다.

‘사이더커 바라이’는 타이완에서 전편·후편 2부작(총 276분)으로 나뉘어 개봉되었는데요.  1부는 일장기를 의미하는 ‘태양의 깃발(太陽旗)’이라는 부제로 1930년 사이더커족 한 마을의 족장 모나 루다오(莫那魯道)가 전사들을 이끌고 우서 사건을 일으킨 이야기를 묘술하며 , 2부는 ‘무지개 다리(彩虹橋)’라는 부제로 사이더커족인들이 일본군과 싸우는 모습과 전사한 족인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 선조들이 잠들어 있는 세계로 간다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타이완 외에 ‘사이더커 바라이’는 해외 국가에서도 상영한 바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무지개 전사’를 뜻하는 ‘워리어스 레인보우’라는 제목으로 상영했습니다.  

사이더커족은 선조의 훈시를 충실히 이행하며 사냥, 농경 제직을 하면서 대자연과 함께 조화롭게 사는 고산지대의 원주민족입니다. 그러나. 청일전쟁에서 중국의 패배로 타이완은 일본제국의 식민지가 된 후 일본 정부는 풍부한 산림 자원을 위해 원주민 관련 정책을 시행하면서 사이더커족은 자신의 문화와 신앙을 점점 잃어가고 맙니다. 남자는 강제로 해야 하는 노역으로 인해 숲에서 사냥하지 못하게 되며, 여자는 일본인과 통혼하거나 그들의 집에서 집안일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제직할 수 없게 됩니다. 게다가 매우 중요한 문신 문화까지 금지되어서 사이더커족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모나 루다오는 족장으로서 족인의 힘든 모습을 바라보면서 반항심이 생기는 겁니다.

어느날, 마을에 결혼식이 있는데 일본 경찰이 순찰하러 옵니다. 모나 루다오의 장남이 축제를 위해 동물을 사냥하고 피 묻은 손으로 술을 들면서 일본 경찰에게 같이 즐겁게 마시자고 하는데 경찰이 더럽다고 생각해서 거절하고 심지어 폭행을 가합니다. 이를 보고 마음에 분노가 가득한 동생은 경찰을 때립니다. 이 때문에 사이더커족은 일본 경찰과의 관계가 더 긴장되며 경찰의 복수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삽니다.

며칠 후, 젊은이들이 모나 루다오를 찾아가서 일본 경찰에 반항하자고 강력하게 요구하는데 모나 루다오는 사이더커족의 혈맥을 잇는 것과 존엄성을 위해 싸우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사이더커족 전통 문신이 없는 젊은이의 얼굴을 보고 반일항쟁를 일으키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1930년 10월 27일 모나 루다오는 약 300명의 사이더커족을 이끌고 우서공학교에서 열리는 일본인·타이완인·원주민들의 연합운동회를 습격했습니다. 그들은 예전부터 준수해 온 여자와 아이를 절데 살해하지 않는다는 사냥 원칙을 위배해 운동회에 참여하러 온 134명 일본 사람을 베어죽입니다. 이 밖에도 각 마을의 일본 주재 경찰서를 공격해 화약과 무기를 탈취합니다. 이렇게 사이더커족의 반일항쟁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제16회 타이완 금곡장(金曲獎) 원주민 신인상 수상자 라카•우마오(拉卡·巫茂, Laka Uma)가 영화를 위해 특별히 사이더커족 언어로 작사, 작곡을 하고 나서 여자가수 뤄메이링(羅美玲)과 수십명 영화 배우들이 함께 부른 영화 주제곡 ‘사이더커 바라이, 무지개를 봤다(賽德克巴萊之看見)’를 함께 듣겠습니다.

 ‘사이더커 바라이’의 감독 웨이더셩(魏德聖)은 영화 제작 동기에 대해서 1996년에 추뤄롱(邱若龍) 만화가의 동명 작품 ‘우서사건’을 보고 감동을 많이 받기 때문에 모나 루다오가 반일봉기를 일으킨 원인이 궁금하게 됐다며,  1997년부터 2000년까지 3년동안 역사 자료를 수집하고 각복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웨이감독은 또한 영화 제목 ‘사이더커 바라이’는 사이더커족 언어에서 ‘진정한 사람’을 뜻하는데 영화는 바로 사이더커족이 진정한 사람이 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라고 했습니다. 그는 사이더커족은 일본 지배에서 30년간 울분을 참으면서 살았는데 그동안 문화와 신앙을 지키지 못해서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없었으나, 죽은 후 전정한 사람으로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 영혼의 휴식처에 가기 위해 항쟁을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타이완처럼 한때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나라라서 한국인이 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사이더커족의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를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역사를 완전히 반영하지 않지만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당시 ‘우서사건’의 배경, 사이더커족의 문화, 그리고 일본 지배 하의 원주민 모습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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