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를 채우는 끝없는 사랑 - 고미

  • 2021.02.18
2020년 타이완 국산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 '고미(孤味)' 공식 포스터 - 사진: '고미'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쳐

오늘은2020년 타이완 국산 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인 ‘고미(孤味)’라는 가정을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고미는 타이완말, 즉 민남어에서 원래 식당은 한 요리만 판매하고 그 요리가 최상의 맛을 내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을 뜻했는데 나중에 사람이 어떤 일을 잘하고 싶은 일념으로 외로움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하나의 생활태도, 처세철학이 됐습니다. 영화 주인공 린슈잉(林秀英)은 바로 고미 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입니다.

린슈잉 역할을 연출함으로써 타이완 영화 시상식 금마장(金馬獎)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천슈팡(陳淑芳)은 남편이 집을 떠난 후 새우말이를 팔아 세 딸을 혼자 키운 어머니 린슈잉 역으로 나옵니다. 린슈잉은 새우말이 한 요리로 유명한 식당 사장이 되는 것도 결혼했으니까 자신의 모두를 바쳐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고미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70세 생일 당일 린슈잉은 10여년동안 연락하지 않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소식을 듣고 남편의 장례식을 치를 때 남편이 생전 오래 함께하던 새로운 연인을 만나 그 여자와 세 딸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속에 꾹꾹 눌러왔던 인생과 혼인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린슈잉은 우리가 일반 사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통제 성향이 조금 강한 어머니처럼 고집스럽고 아이의 인생에 자주 간섭하지만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는 성격을 가지는 인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해 보이지만 사실은 남편의 옷과 연매편지를 잘 보존하고 있는 만큼 남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아주 깊은데요. 이렇게 겉은 강인하지만 내면은 부드러운 린슈잉은 긴 세월에 숨겨온 비밀이 하나 있어 그 비밀은 그의 마음에 계속 걸립니다…

린슈잉 외에 영화에서는 또한 그의 세 딸에 대한 묘사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연(風箏)’에서 나온 ‘나는 떠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연이며, 매일 당신으로 하여금 걱정하게 만들어’ 라는 가사는 그와 어머니 린슈잉의 관계에 딱 맞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는 자유롭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성격으로 책임감이 없는 아버지와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이런 성격 때문에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어머니와 부딪치고 갈등이 많이 일어납니다.

둘째 딸은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는데 커서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어 집안의 자랑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상을 받으면 아버지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나중에 집안에서의 계속되는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위해 원하지 않아도 계속 진학하는 상황이 돼 버립니다. 의사 남편을 만나고 딸 하나까지 낳은 둘째 딸은 자신의 어머니 슈잉과 가장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며, 직장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데 바쁘고 아이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인생 계획을 강제로 받아들이게 하는 어머니가 됩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어머니의 식당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막내 딸은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버지가 집을 떠나고 나서도 아버지와 그의 새로운 연인과 계속 연락하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가족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으며, 자꾸 식당 운영에 간섭하는 어머니에게 서운한 막내 딸과 딸은 남편의 연인과 연락하는 것에 불만한 어머니 슈잉 간의 오해와 충돌이 좀좀 심각해지만 갑니다.

이렇게 충돌이 있지만 린슈잉과 그의 세 딸이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고 마침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서 영화 엔딩곡, 둘째 딸을 출연한 타이완 유명한 가수이자 배우인 비비언수(徐若瑄)가 부른 ‘남의(別人的)’라는 민남어 노래를 함께 듣겠습니다.

고미는 평범한 가정 이야기를 일상적 화면에 담아내서 우리의 삶을 매우 닮으며, 영화 속 인물을 보면서 마치 자신을 보고 있는 듯이 몰입감이 매우 강하고 진한 정서적 감동이 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영화의 영어 제목 ‘Little Big Women’처럼 미미하면서도 위대한 여성의 단단한 결기는 영화를 통해 또한 엿볼 수 있어서 고미는 여자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불립니다.

한편, 고미는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인데요. 할머니와 매우 친한 감독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소식을 알고 나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고미를 통해 인생의 원망, 집착 등 감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냐는 질문에 감독은 ‘어떤 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은 개인 숙제라서 남에게 방법을 가르쳐주는 행동은 부적절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마음에 있는 원망, 불평, 두려움 등 감정을 내려놓으려는 생각과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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