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게임을 같이 놀자' - 무성

  • 2021.02.04
2004년~2011년까지 타이난(台南)에 위치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무성(無聲)'- 사진: '무성'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쳐

2004년~2011년까지 7년 동안 타이난(台南)시에 위치한 청각장애학교에서 학생끼리 또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력과 성추행을 저지른 사건이 지속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피해자는 92명, 발생 건수는 164건에 달하며, 성폭력을 당했던 학생의 나이는 초동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이 것은 타이완 가장 심각한 캠퍼스 성폭력 사건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11년 어떤 여학생의 어머니가 여학생의 이상을 발견한 후 학교에 통보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심지어 여학생을 가해자와 결혼시키면 된다고 했던 학교 측의 반응에 실망해서 학교를 고소한 것부터입니다.

학교 측은 소송 과정에서도 계속 증거 인멸을 꾀하고 거짓말을 하며, 진실을 감추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숨겨졌던 진실들이 하나, 둘씩 밝혀졌는데요. 그 여학생이 2005년에 이미 처음으로 성폭력을 당했는데 당시 교사에게 도움을 구해봤지만 ‘내가 너를 도와주면 누가 나를 도와줘?’라는 대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성폭력 발생 장소는 학교 버스, 교실, 화장실, 교사의 집까지 아주 다양하며, 그중 학교 버스에서 일어난 성폭력은 발생 건수 28%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조사 기간에도 성폭력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타이완 영화 ‘무성(無聲)’은 바로 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무성’은 소리 없는 뜻으로 청각장애학교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충분히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년 가장 여운이 많이 남은 국산영화’라고 여겨지는 ‘무성’은 타이완 영화 시상식 ‘금마장(金馬獎)’의 신인배우상과 음향효과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 타이베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습니다. ‘무성’이 다룬 주제는 한국 영화 ‘도가니’와 비슷해서 ‘타이완 버전의 도가니’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도가니’처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법률 제저까지 이끌어내지 못하지만 ‘무성’은 실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성’의 감독은 당사자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서 실제 사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이용하지 않았다며,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은 더욱 절망적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제작했다고 했습니다.

한편, 영화 속에서 후배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라고 교사한 ‘샤오광(小光)’이라는 중요 역할을 담당한 남자 배우는 ‘시그널’, ‘킹덤’, ‘도깨비’ 등 유명한 한국 드라마에 출연했던 김현빈이라는 16살 한국 배우인데요. 청각장애자를 연출해서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섬세한 눈빛과 표정 연기로 역할의 내면적 갈등을 잘 표현했으며, 금마장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첫 한국 배우가 됐습니다.

‘무성’은 청각장애자 장청(張誠)은 일반 학교에서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서 청각장애학교로 전학한 후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어느날, 그는 학교 버스 좌석의 마지막 줄에서 펼쳐지고 있는 ‘말할 수 없는 게임’, 남자 학생들이 여자주인공 배배(貝貝)를 집단으로 성폭력을 하는 것을 의외로 발견하며, 새로운 학교 생활을 시작한 기쁨은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돼 버립니다.  ‘너도 다른 사람처럼 나를 괴롭히면 돼’라는 배배의 말에 충격을 받는 장청은 ‘말할 수 없는 게임’의 잔혹한 진실을 밝히기로 하며, 배배가 성폭력을 당한 것을 한 남자 교사에게 알려줍니다. 교사가 조사를 진행하면서 이런 성폭력 사건이 단일 사건이 아닌 것을 알게 됩니다...

‘무성’은 실제 사건의 발생 상황을 거의 똑같이 묘사하는데요. 청각장애학생에게 좋은 교육과 보호를 제공해야 하는 특수학교가 왜 성범죄의 온상으로 변하는지 명확하게 밝히며,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제3자의 심리적 충돌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이 불분명하고 그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성을 단순화시켜 파악하기 어렵다는 캠퍼스 성폭력의 가장 큰 특징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가해자는 옛날에 성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인 경우가 많으며, 피해자는 나중에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피해와 가해의 악순환이지요.

한편, 영화는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배제도 다룬 바가 있는데요. 여자주인공 배배는 성폭력을 다시 당할 수도 있음에도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어합니다. 그는 ‘학교 밖의 세상에 있는 것은 더 무서워’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학교에서 차별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보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같이 지내는 것은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영화 맨 처음 장면에서 경찰들이 남자주인공 장청의 어떤 할아버지가 그의 지갑을 훔쳤다는 말을 믿지 못하는 것도 청각장애인이 자신의 힘으로 권익을 지키기가 사실은 매우 어럽다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제3자는 학생 권익을 위해 용감히 나서는 남자 교사와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침묵을 선택하는 학교 교장 및 기타 교사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저는 현재 사회에서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그중 귀찮아서 아예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타이난시에 위치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에서 법정에서 수화 통역을 하기 때문에 교원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학교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어떤 교사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해도 어떤 원인으로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수많은 불의와 불공평이 존재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좀 더 용감하게 불의에 도전하며, 포용적인 시선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마지막 ‘2009타이베이데플림픽’ 주제곡, 타이완 유명한 여자 가수 장회메이(張惠妹)가 부른 ‘들을 수 있는 꿈(聽得見的夢想)’을 들으시면서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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