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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나누며 새해맞이'... 타이완인의 특별한 신년맞이 법

  • 2025.01.02
연예계 소식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가 주최한 '눈물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자' 행사가 지난 31일 타이베이 다안삼림공원에서 열렸다. - 사진: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 제공

푸른 뱀의 해,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12월 31일 밤에 타이완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음악 행사와 불꽃놀이가 개최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모여들어 2025년 새해를 함께 맞이하였는데, 이날 타이완의 수도인 타이베이에서는 매년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101빌딩 불꽃놀이쇼’ 외에도, 지난 한 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희망차게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 위한 특별한 새해맞이 이벤트 ‘눈물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자’가 개최돼 약 3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타이완 영화 감독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대표작 <애정만세>(愛情萬歲)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눈물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자' 행사가 지난 31일 타이베이 다안삼림공원에서 열렸다. 수 많은 시민들이 모여 이 활동에 모티브가 된 1994년 영화 <애정만세>를 관람하고 있다. - 사진: CNA

1994년에 개봉한 <애정만세>는 차이밍량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입니다. 1957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차이밍량 감독은 1977년 타이완으로 이주해 문화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시나리오 작업과 TV연출 활동을 통해 역량을 쌓아나갔으며, 1992년, 10대들의 방황과 우울을 다룬 <청소년 나타>(青少年哪吒)로 데뷔했습니다. 다음 작품인 <애정만세>에서는 부동산 중개회사 직원인 한 여성과 빈 집을 떠돌며 생활하는 두 남성의 일상과 섹스를 통해 현대사회의 소외와 단절을 그렸습니다. 이 영화는 100마디 안 되는 간결한 대사와 배경음악을 배제하고 건조하고 삭막한 도시의 크고 작은 소음만 사용한 절제된 사운드로 1990년대 타이베이 사람들의 고독하고 공허한 삶을 더욱 극명하게 표현했습니다.

<애정만에> 스틸사진: 문화부 영화.TV 및 유행음악산업국 ‘타이완 시네마’ 제공

차이밍량은 이 영화에서 밀착된 롱 테이크로 과감하게 디테일을 담아내며 자신만의 영화적 스타일을 확립하고 유럽과 미국의 영화 마니아와 평론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차이밍량에게 첫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안겼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 금마장(金馬獎)의 대상인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주인공을 맡은 양궤메이(楊貴媚)도 싱가포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획득했습니다.  

<애정만세>의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씬은 영화의 엔딩에서 한 남자와 격한 밤을 보낸 후 홀로 나와 공원을 걷던 여주인공(양궤메이·楊貴媚 분)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통곡하는 모습을 7분 가량의 롱 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아무런 대사 없이 오로지 배우의 연기력과 감정으로 채운 이 장면은 수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영화가 개봉한 지 3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새해맞이 행사의 모티브가 됐습니다.

제작년 2023년 리스한(李思翰)이란 타이완인이 페이스북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이 장면의 촬영지인 타이베이 다안삼림공원(大安森林公園)에서 함께 <애정만세>를 보는 ‘눈물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자’라는 행사를 발기해 네티즌들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타이완의 영화와 시청각적·문화적 자산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행정법인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 TFAI)가 주최를 맡아 행사 규모를 더욱 확대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차이밍량 감독과 두 명의 주연 배우 양궤메이와 리캉셩(李康生)도 동참하여 함께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눈물을 한껏 흘려도 된다”는 의미로 현장에서는 영화의 스틸사진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티슈도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또한 2024년은 마침 다안삼림공원이 설립된 지 30년을 맞은 해라서 더욱 의미기 깊었습니다. 

'눈물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자' 행사에 동참한 <애정만세>의 감독 차이밍량(蔡明亮, 우)과 주연배우 양궤메이(楊貴媚, 중)와 리캉셩(李康生, 좌)

차이밍량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해를 다른 태도와 심정으로 맞이한다는 이 행사에 놀랐다”고 하며, “이 영화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데에 대해서도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주최측인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는 “연말에 스트레스를 풀고 힐링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차이밍량 감독의 지지 아래 주최를 맡아 이 행사를 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언론매체로부터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보도전문채널인 CNN은 “환호와 함께 건배를 하며 새해를 맞던 순간, 펑펑 울면서 새해를 맞이한 타이완인들이 있다”는 제목으로 이 행사와 관련해 보도했습니다. 해당 보도문에서는 영화 <애정만세>와 ‘눈물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자’ 행사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이 행사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정신을 체현한다고 강조하면서 현대사회의 정신건장 이슈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애정만세>는 새해맞이 이벤트 외에 노래의 모티브로도 재조명된 바 있습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밴드 메이데이(五月天)의 보컬인 아신(阿信)이 <애정만세>를 보고 “나도 문자와 음악으로 현대사회의 사랑 가치관을 전달하고 싶다”고 해서 2000년에 영화와 동명의 앨범을 발표하고 1주일 만에 각종 차트 정상을 차지하였습니다.

앨범의 동명의 타이틀곡 ‘애정만세’는 “난 당신의 이름, 당신의 내일, 당신의 과거, 당신이 남자든 여자든 조금도 관심 없어. 난 머리가 맑아 떠날 생각이 없고, 당신을 정말로 사랑할 생각도 없어” 등 내용의 가사가 Y세대의 ‘인스턴트 연애’를 묘사했습니다. 이 노래를 엔딩곡으로 띄어드리면서 오늘의 연예계소식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진옥순이었습니다.

메이데이(五月天) - <애정만세>(愛情萬歲)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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