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호할 거라고 했잖아' - 여귀교

  • 2021.01.07
대학 캠퍼스 괴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여귀교(女鬼橋) 공식 포스터-사진: 여귀교 페이스북 홈페이지 제공

최근 몇 년간 타이완 괴담을 다룬 영화가 속출하고 있는데요. 도시 괴담을 바탕으로 한 ‘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紅衣小女孩)’ , 민속 풍습과 금기를 소재로 만든 ‘더 로프 커스(粽邪)’ 등 공포 영화들이 관중들을 떨게 하면서도 인기를 많이 받았습니다. 올해 2020년 ‘대학의 캠퍼스 괴담’을 배경으로 진행된 영화가 나왔는데요. 바로 ‘여귀교(女鬼橋)’입니다.

‘여귀교’의 출연진은 대부분 신인 배우인데 대중에게 얼굴도 이름도 낯설 수도 있지만 타이완 방송시상식인 금종장(金鐘獎) 후보에 오른 만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연기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중 예전에도 공포 영화에 참여했던 배우도 많이 있습니다.

‘여귀교’는 타이완 중부 도시, 타이중시(台中市)에 위치한 둥하이대학교(東海大學) 캠퍼스 안에 있는 다리입니다. 둥하이대학교는 1955년 기독교 인사들에 의해 설립된 타이완 최초의 종합사립대학이며 타이완에서 가장 아르다운 캠퍼스로 꼽히는 곳입니다. 

둥하이대학교에 있는 이 다리는 원래 이름이 없었고 그저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건설한 것일 뿐이었는데 다리가 황량한 곳에 위치해서 학생들 간에 여러 가지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중 긴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밤마다 다리 주변에서 헤메면서 때로는 훌쩍훌쩍 울고 때로는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매우 불쌍하게 생각하며 위로해주고 싶은 행인들이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금방 소리를 지르고 도망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또한 한밤중 혼자 이 다리를 걸으면 그 여자가 시간을 물을 건데 이때 정확한 시간을 답하면 목숨을 잃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처럼 소문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여자귀신이 모두 들어가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다리는 ‘여귀교’라고 알려집니다.

그럼 이 다리에서 여자귀신이 왜 나타났을까? 괴담에 의하면 한 캠퍼스 커플은 어느날 밤 12시 다리에서 만나서 쌍방 가족 몰래 도망가자고 약속했지만 남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너무 슬퍼한 여자가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밤 12시 여귀교에 있는 계단을 세면서 올라가면 계단은 평소보다 한 칸 늘어날 건데 이때 뒤돌아보면 귀신에게 끌려간다는 괴담이 전해내려옵니다.

괴담은 실화인지 알 수 없지만 2018년 3월 어떤 남자가 새벽에 홀로 ‘여귀교’에 가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가운데 방송 시청자들이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보고 ‘빨리 도망가라’고 댓글을 계속 달았던 사건이 있는데요. 이 사건은 당시에도 인터넷에서 핫한 이슈가 되고 격렬한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여귀교’는 바로 둥하이대학교의 괴담과 2018년의 라이브 방송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공포 영화입니다.

그럼 줄거리 소개에 들어가보시지요.

4년 전인 2016년 5명 둥후대학교(東湖大學) 학생회 간부는 캠퍼스 괴담으로 유명한 여귀교를 신입생 담력 테스트의 장소로 정하며, 2월 28일 홍보를 하기 위해 여귀교에서 라이브 방송을 합니다.

눈을 빨간 천으로 가리고 혼자 의자에 앉는 남학생이 종소리를 듣고 천을 벗고 계단을 세면서 올라갑니다. 그 전에 계단을 세지 말라고 당부한 학생들이 이상해서 남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서둘러 따라가지만 의자가 멋대로 움직이고 자연스럽게 뒤돌아 버립니다. 이후 그들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공격받고 익사, 사망하고 실종당합니다.

2020년 2월 28일 윤년, 방송사 아나운서는 카메라 맨과 함께 둥후대학교를 방문하며 당시 영상과 제보로 학생들의 행적을 조사하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청취자 여러분이 직접 영화를 보고 확인하세요.

여귀교에서 우리가 아주 익숙한 장소, 기숙사, 화장실, 교실, 엘리베이터 등 공간에서 촬영한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중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영화에 추리 요소 및 반전도 들어가 있어서 관중들에게 색다른 공포영화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편, 둥하이대학교 빼고도 기타 대학교와 관련된 괴담도 꽤 많은데요. 여학생의 자살장소였던 타이완대학교 ‘취월호(醉月湖)’, 병사한 남학생의 기침 소리와 약포장지를 찢는 소리가 들리는 정치대학교 ‘시수남자기숙사(屍水男宿)’, 지옥의 대문이 열려지는 문화대학교 ‘지옥엘리베이터(地獄電梯)’ 등 모두 타이완에서 전해진 캠퍼스 괴담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캠퍼스 괴담이 있는지 참 궁금하네요. 아시는 청취자분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여귀교를 이미 봤는데 이렇게 소개해보니까 영화 장면이 계속 떠올라서 정말 무섭습니다. 오늘 저처럼 잠에 들지 못할 청취자분이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타이완 밴드 ‘셔우예런 (守夜人, Night Keepers)이 부른 ‘잠이 오지 않아(我睡不著)’를 들으시면서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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