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쳐서야 서로의 태양이 된다' - '아호 나의 아들'

  • 2020.12.31
가정관계를 다루는 타이완 장편 영화 '아호, 나의 아들(陽光普照)' 공식 포스터 - 사진: 어플로즈 엔터테인먼트(甲上娛樂)페이스북 홈페이지 제공

오늘은 중화권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영화제 제 56회 금마장(金馬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영화상을 필두로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이 5개 부문 수상, 그리고 관중상까지 6관광을 차지했고 해외에서도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고 시사회까지 가진 타이완 영화 ‘아호, 나의 아들’입니다.

‘아호, 나의 아들’은 한국어 제목인데 원래의 중국어 제목은 ‘양꾸앙푸자오(陽光普照)’입니다. ‘양꾸앙푸자오’는 햇빛이 온 세상을 구석구석 비추는 것을 뜻하는데 영화 속에서 가족관계를 상징합니다.

한편, 한국어 제목 ‘아호, 나의 아들’ 중의 아호는 바로 남자주인공의 별칭인데요. 이 영화는 아호를 중심으로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는 가족이 고통 속에서 성장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영화는 아버지, 어머니, 큰 아들, 작은 아들 ‘아호’, 이렇게 4명이 이루어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과언하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지닌 아버지는 운전면허 학원의 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운전할 때 핸들을 조작하듯이 인생을 사는 데도 ‘타이밍을 파악하고 방향을 조종하다’는 말을 진리로 삼습니다. 

어머니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화장해주는 미용사인데 불건강한 가정에서 남편과 아들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로서 가족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큰 아들은 의대를 목표로 재수 생활을 하고 있는, 똑똑하고 성실하고 배려심 많은 존재인데요. 이 역할의 연출자는 바로 저는 지난 2주 소개해드렸던 드라마 상견니의 남자주인공을 맡은 배우 쉬광한(許光漢)입니다.

마지막 어려서부터 태양 같은 형의 그늘에 가리는 작은 아들 ‘아호’는 부모의 관심을 못 받는 가운데 결국 비뚤어지고 사고뭉치가 됩니다.

어느날, '아호'는 친구와 함께 한 친구의 손목을 잘라버리는 사고를 치고 상해죄로 소년원에 들어갑니다. 판사에게 감형 청탁을 하고 싶어하는 아내와 반대로 아들이 평생 감옥에서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아버지가 아이가 몇이냐 남의 질문에 항상 아들 하나만 있다고 대답하는 만큼 큰 아들만 자기의 자식으라고 생각하며 작은 아들 아호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없어지는 거지요.

‘유일한 아들’을 더욱 의지하며 그를 의대에 보내고 싶은 아버지의 커다란 기대 속에서 큰 아들은 시험 준비를 하기 위해 매일매일 학원에 나가 학생들이 꽉 차고 있는 전쟁장 같은 교실에서 공부만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런 삶을 사는 큰 아들은 학원에서 만나는 여자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 세상은 해가 제일 공평해. 24시간 끊임없이 밝고 따뜻해.” 이 말은 또한 영화 예고편의 엔딩 맨트이며 영화 주제를 밝히는 중요한 대사입니다.

그러나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현실에서는 태양은 24시간 세상을 빛추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큰 아들은 태양이 24시간 세상에 떠 있는 것으로 항상 남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하는 지신을 비유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기대와 사랑은 지지 않는 태양처럼 더 이상 따뜻하고 편한 존재가 아니라 부담만 느껴지는 것을 표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어떤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짐으로써 가족들이 문제를 직명하며 분열된 관계를 봉합하기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음악을 먼저 들으시고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방금 들으신  노래는 영화 속에서 큰 아들을 연기한 배우 쉬광한(許光漢)이 요즘 발매한 싱글  ‘別再想見我' 한국어로 ‘다시 만나지 말자’라는 노래인데요. 쉬광한은 노래를 잘 부르는 배우로 여겨지는데 이번에 싱글까지 냈네요.

그럼 영화 속 가족들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아들의 성공만 기다리던 아버지가 나중에 자기의 방식으로 아들을 지키며 아들의 태양이 됩니다.  과거 이단으로 여겨져 그늘에서 살아온 작은 아들 아호는 아버지의 사랑 속에서 빛을 향해 달려가 태양의 따뜻함을 드디어 맞이하게 됩니다.

한편, 어머니는 한결같이 가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며, 태양처럼 묵묵히 가족을 비추는 역할입니다. 이렇게 태양은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Sun’인데요.

태양 'Sun'은 아들의 영어 ‘Son’과 발음이 완전히 똑같지요? 그래서 영화 속 아버지가 항상 내가 아들 하나만 있다고 하는 말을 강조하려고 ‘한 아들 A Son’으로 들리는 제목을 짓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처럼 중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은 또한 의미가 깊네요.

배우 쉬광한의 팬으로서 저도 이 영화를 잘 봤는데요. 2시간 36분동안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영화관에서 나와서도 영화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저에게 긴 여운을 남긴 인생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타이완의 좋은 영화 ‘아호, 나의 아들’을 청취자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청취자분 넷플릭스를 통해 한번 감상해 보세요.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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