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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단결시키는 'GAGA' 정신... 원주민 영화 <하융 일가>

  • 2023.11.09
연예계 소식
타이야족 3대 가족의 갈등과 사랑으로 그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하융 일가(哈勇家, GAGA)’ – 사진: ‘哈勇家 GAGA’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타이야(泰雅)족 전통문화에서는 성인 여성 모두 편직 기술을 갖춰야 하는데, 저는 편직을 할 줄 모르지만 영화로 대체하겠으며, 지금 시대에는 우리 타이야족의 정신과 가치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저는 타이야족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2022년 제59회 금마장(金馬獎) 영화시상식에서 <하융 일가(哈勇家, GAGA)>라는 영화로 타이완 여성이자 원주민 감독 최초로 금마장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타이야족 출신 여성감독 천제야오(陳潔瑤)가 수상 소감에서 말하며 수많은 사람을 감동시켰습니다. 오늘은 천제야오 감독에게 금마장 감독상을 안겨주며 타이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인 <하융 일가>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해발 1000미터 고지에서 사는 하융 일가는 타이야족 3대 가족입니다. 가족의 정신적 지주 하융(哈勇)이 돌아가신 후 큰 아들이 촌장에게 뺏긴 토지를 되찾기 위해 가족의 반대에 불구하고 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합니다. 온 가족이 선거 준비에 바쁜 와중에 뉴질랜드에서 귀국한 손녀가 미혼 임신임이 밝혀지면서 가족이 더욱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비록 부락 전통 문화와 현대적 생활방식의 다름과 신세대와 구세대의 가치관 차이로 하융 일가가 수많은 갈등을 겪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를 이루게 됩니다.  

이 영화의 영문 제목 ‘GAGA’는 타이야족 문화에서 사람으로서 준수해야 할 규범과 조상의 훈계를 가리키는 말로 타이야족의 ‘불문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타이야족 사람, 특히 부족생활을 하는 타이야족인들은 말과 행동이 모두 ‘GAGA’ 정신에 부합해야 하고, 아니면 벌을 받아 재앙이 닥칠 것이며, 만약에 GAGA 정신을 어겼고 벌을 당하지를 원하지 않으면 돼지를 잡아 죽이는 의식을 진행하고 그 돼지 고기를 족인들과 공유해야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하융 일가가 모든 갈등 끝에 재단결하여 가족 간 화목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신앙적으로는 ‘GAGA’ 정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입니다.  

                               하융(哈勇, 좌)과 그의 손자 이눠(以諾) - 사진: ‘哈勇家 GAGA’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이 영화는 천제야오 감독이 연출과 각본 집필 모두 맡으며 만든 작품입니다. 타이완에서 방송관련으로는 가장 유명한 대학인 스신(世新)대학교의 방송영화학과 소속 영화조 출신인 천제야오는 30살 때 타이완 원주민 텔레비전(原住民族電視台, 약칭 TITV)에 들어가 원주민 소재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타이완 최초의 여성 원주민 영화 감독이 됐습니다. 2015년, 첫 장편영화 <같지 않은 달빛(不一樣的月光)>을 내놓았고, 2016년 두번째 장편영화 <내가 자라면(只要我長大)>을 개봉했고 이 영화로 타이베이영화제 백만대상, 장편영화상, 감독상 등 5관왕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제89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타이완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천제야오 감독은 세번째 장편영화인 <하융 일가>에서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타이야족의 가장 중요한 사상인 ‘GAGA’를 다루고 싶었으며, 2018년 각본 작성에 착수한 지 얼마 안 되고 친구와 수달을 떨 때 친구가 “선거는 GAGA 정신과 부족 화합을 파괴시키는 가장 큰 주범이라 했다”고 말하며, “과거에는 부족은 하나의 대가족으로 부족의 지도자는 장로들이 직접 지명하고 임명하는 것이었지만, 선거제도가 들어와 족인들이 지도자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면서 부족의 평화가 무너지며 부족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니라”고 천제야오 감독은 온라인 미디어 ‘더 리포터(報導者)’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촌장 선거에 출마한 하융의 큰 아들 바상(巴尚, 우)과 바상의 딸 아리(阿莉, 좌) - 사진: ‘哈勇家 GAGA’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선거 외에도, 영화 속에서 GAGA 정신에 충격을 주는 또 다른 일은 하융의 손녀 아리(阿莉)의 미혼 임신입니다. 천제야오 감독은 미혼임신은 GAGA 정신을 위반하는 행위이지만, 각본 작성을 위한 현장조사 과정에서 타이야족 소녀들이 계획되지 않은 혼전 임신으로 결혼한 사례를 많이 발견하였고, 심지어 고산 생활을 좋아하고 부모의 말씀대로 도시로 내려가기를 싫어해서 일부러 임신을 한 소녀들고 있는데, 이는 신세대 타이야족 여성의 새로운 선택이라고 하며, “이러한 전통적 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신세대 타이야족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아리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천제야오 감독은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천제야오 감독의 영화 작품은 연기 경력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의 대거 출연이 특징입니다. 전문 배우보다 일반인을 많이 캐스팅하는 이유는 가장 진실한 타이야족의 생활 양상을 보여주기 위해 늘 타이야족 배우만 쓰고 싶었는데, 하지만 현재 활동 중인 타이야족 출신 배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을 많이 찾아야 됐다고 천제야오 감독은 설명했습니다. <하융 일가>에서는 역시 낮선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중 하융 일가의 대가장(大家長), 하융의 아내이자 아리의 할머니를 연기한 린잔전메이(林詹珍妹)는 인생 처음으로 연기를 시도한 것이지만 프로 배우 못지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금마장 여우조연상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수상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융의 아내이자 아리의 할머니를 연기한 린잔전메이(林詹珍妹) - 사진: ‘哈勇家 GAGA’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또 하융의 손자 이눠(以諾) 역으로 출연해 금마장 신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타이야족 소년 장주쥔(張祖鈞)은 바로 이눠 이 캐릭터의 실제 모티브입니다. 영화 속 이눠는 공부를 싫어하고 사냥꾼 꿈만 가지고 있고, 하융에게 GAGA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계승하는 캐릭터인데, 현실 세계에서는 장주쥔도 타이야족 문화를 매우 사랑하며 앞으로 사냥꾼이 되고 싶고 타이야족을 상징하는 얼굴 타투도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하융 일가>의 촬영지 이란(宜蘭)현 다통(大同)향에 위치한 난산(南山)부락은 장주쥔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하융의 손자 이눠(以諾) 역을 맡은 장주쥔(張祖鈞) - 사진: ‘哈勇家 GAGA’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와 감독의 카메라를 통해서 타이야족인들이 어떻게 GAGA 정신과 그들의 특유의 유머스러함으로 곤경과 좌절을 극복하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 타이완 원주민 타이야족의 삶과 문화를 가장 가볍고 재밌는 방식으로 이해해려고 하시면 이 영화 <하융 일가>를 한번 감상해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오늘의 엔딩곡으로 <하융 일가>의 OST <불쬐는 방(烤火的房)>을 준비해 봤습니다. ‘불쬐는 방’은 타이야족 문화에서는 족인들이 모여서 불을 피워 따뜻하게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장로들이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중요한 장소로 타이야족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로 영화에도 많이 등장했는데, 오늘은 이를 제목으로 한 영화OST <불쬐는 방>을 띄어드리면서 방송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진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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