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거와 정치 소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가 연이어 공개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여성 인권 변호사를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이미지 메이커의 분투기를 담은 드라마 <퀸메이커>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정치인 뒤에서 받쳐주는 선거캠프 팀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가 있습니다.
두 드라마는 모두 정치를 주요 소재로 한 콘텐츠이지만, 정치인, 재벌 등 권력자 사이의 권력 투쟁과 전략 싸움에 초점을 두고 있는 <퀸메이커>와 다르게,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인을 승리로 향해 밀어주는 데 묵묵히 노력을 기울이는 선거캠프 팀원들의 작지만 위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공정당(公正黨) 선거캠포 홍보팀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드라마 제목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 중의 ‘인선지인(人選之人)’은 선거 후보자를, ‘웨이브 메이커스(造浪者)’는 선거캠프 구성원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타이완은 모두 민주주의 국가로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국가 통치자 등 공직자를 선출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자들이 실은 ‘인선지인’, 즉 ‘사람들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후보자를 ‘인선지인’이 될 수 있게 뒤에서 열심히 밀어주는 선거캠프 구성원들이 바로 ‘웨이브 메이커스’입니다.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는 지난 4월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10일 연속 타이완 지역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중국어 외에, 한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 30여개 언어로도 번역되고 전 세계 19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는 2019년 3월부터 방영돼 시청자와 평론가로부터 일치된 호평을 받으며 ‘타이완 드라마계의 쉽게 깰 수 없는 천장’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드라마 <우리와 악의 거리(我們與惡的距離)>, 그리고 타이완 최고 권위의 방송시상식 금종장(金鐘獎) 역사상 최다 후보 지명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시대극’이라고 불리는 2021년 드라마 <골드 리프(茶金, Gold Leaf)>의 감독 린쥔양(林君陽)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믿고 보는 감독 외에, 선거문화를 그리는 동시에 일반인들의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반영하는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도 이 드라마의 성공 요소입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의 일등공신은 시나리오 작가 젠리잉(簡莉穎)과 엔스지(厭世姬)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처음으로 드라마 시나리오 작성을 시도한 것이지만, 실제로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2년 동안 직접 교류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이 우수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었습니다.
탄탄한 연출과 시나리오 외에, 화려한 라인업의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도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 전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고, 그리고 공개된 후에도 그 인기와 화제성이 식지 않은 주요 원인입니다. 드라마에는 3명 주인공이 있습니다. 하나는 작년 2022년 제57회 금종장 TV부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은 여배우 세잉쉬안(謝盈萱)이 연기한 동성애 신분과 폭력 스캔들로 시의원 선거에 낙선되고 소속당(공정당) 선거캠포 홍보팀의 부주임이자 대변인으로 임명된 옹원팡(翁文方)이고, 하나는 의료 드라마 <마취폭풍(麻醉風暴)>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해 연기력과 존재감을 드러낸 남배우 황젠웨이(黃健偉)가 연기한 직장에서 뛰어난 능력이 인정을 받지만,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매우 부족한 선거캠프 홍보팀 주임 천자징(陳家競)이고, 다른 하나는 쉬광한(許光漢) 주연의 타이완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Marry My Dead Body)>가 지난 5월 중순 한국에서 개봉되면서 영화 주연 배우 중 하나로 한국에서 지명도가 크게 높아진 신세대 여배우 왕징(王淨)이 연기한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직장 성희롱에 시달리는 선거캠프 홍보팀 신입 팀원 장야징(張亞靜)입니다.
세잉쉬안(謝盈萱)이 공정당(公正黨) 선거캠포 홍보팀 부주임이자 대변인 옹원팡(翁文方) 역을 연기했다.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황젠웨이(黃健偉)가 공정당 선거캠프 홍보팀 주임 천자징(陳家競) 역을 연기했다.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왕징(王淨)이 공정당 선거캠프 홍보팀 신입 팀원 장야징(張亞靜) 역을 연기했다.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드라마는 주로 이 3명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드라마가 다루고자 하는 이슈, 예를 들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불관용’,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 갈등’,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 등 다양한 이슈도’ 이 3명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를 통해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지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비교적으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취하는 국가이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타이완 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극중 주인공 선거캠포 홍보팀의 부주임 겸 대변인 옹원팡도 성적 취향이 동성애이기 때문에 직장과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감추지 않고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으며, 인생과 꿈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열섬히 살고 있습니다. 그는 드라마에서 “다른 성소수자가 저를 통해서 용기를 얻기를 바랍니다. 정치인은 어떤 모습이어야 시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의 이념은 언젠가는 타이완에서 성별다양성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만약에 이 이념은 타이완 사회에서 현실로 이루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성소수자 역사의 이정표가 될 뿐만 아니라, 타이완 정치 문화의 커다란 발전으로도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옹원팡과 동성 애인 주리야(朱儷雅)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옛날에는 '집안일은 여자가, 바깥일은 남자가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지금은 부부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맞벌이 가정도 많아지고, 심지어 여자가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가정이든 집안일은 쌍방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의 선거캠프 홍보팀 주임 천자징의 가정처럼, 맞벌이인데 가사는 한 사람만 하거나, 한 사람이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면, 부부 사이의 사랑은 점점 소모되기만 하고, 결국 가정의 불화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가정의 모든 일은 작지만, 타이완의 미래와 똑같이 중요하다”고 극중 천자징의 아내가 천자징에게 말하는데, 일과 꿈, 그리고 이상(理想)은 중요하지만, 그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란 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천장징의 아내 우팡팅(吳芳婷)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타이완인은 참을성이 많은 민족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목을 으뜸으로 생각해야 한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도 된다”는 유교 사상에서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극중 홍보팀의 신입 팀원 천야징은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소속 조직에 제소하고 싶어해도 ‘이 일이 만약에 대중에게 알려지면 선거에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만 당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천야징은 홍보팀 부주임 옹원팡으로부터 “이 일은 그냥 넘어가지 말자”라는 말을 듣고 마음의 상처와 직장 성희롱에 맞서 싸울 용기를 다시 얻게 되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옹원팡과 장야징 – 사진: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人選之人-造浪者)’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를 보면서 타이완의 정치와 선거문화를 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사회에서 현존하는 가정, 직장, 성별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점과 그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타이완인의 의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타이완은 성소수자를 더욱 존중하고,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도 성평등이 이루어지는 더욱 공평하고 포용적인 국가가 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