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때로는 무엇이 되려는 집념이나 무엇을 하려는 집념이 생깁니다. 그 집념이 도전과 성취를 낳기도 하고, 성공을 향해 끝까지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도하게 강한 집념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기도 하고, 불행을 불러들이기도 합니다. 오늘 연예계소식 시간에 제가 청취자분께 소개해드리려고 하는 작품은 바로 ‘집념’을 핵심 소재로 한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불량집념청소사(不良執念清除師, Oh No! Here Comes Trouble)>라고 불립니다.
<불량집념청소사>는 지난 4월 15일부터 아이치이(iQIYI) 국제판에서 공개된 타이완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교통사고로 2년 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후 ‘괴물’을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 고등학생 푸이용(蒲一永)이 초짜 여성 경찰 천추잉(陳楮英)과 교내 라이벌인 차오광옌(曹光硯)과 함께 ‘집념이 변하는 괴물’의 집념을 해소해주는 이야기입니다.
극중 주인공 괴물을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 푸이용은 공부를 못하지만 붓글씨를 잘 씁니다. 그의 붓은 ‘집념괴물’과 소통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는 붓을 들고 글을 쓰면 괴물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며, 붓으로 집념이 변하는 사람 모양의 괴물들의 모습을 그려내면 주변 사람에게도 괴물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나온 붓글씨를 쓰는 장면은 대부분 푸이용 역을 맡은 배우 정징화(曾敬驊)가 직접 소화했습니다.
극중 주인공 푸이용(蒲一永)이 불쓰기로 괴물들의 집념을 해소해준다. - 사진: <불량집념청소사(不良執念清除師)>페이수북 페이지 캡쳐
주인공 푸이용의 교내 라이벌 차오광옌은 외모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의학과 학생입니다. 그는 푸이용과 만나게 될 때마다 재수없는 일을 당하고, 푸이용의 초능력 때문에 괴물까지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은 집념 괴물들의 소망을 이루어주는 과정에서 점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친한 친구 사이가 됩니다.
외모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의학과 학생 차오광옌(曹光硯) - 사진: <불량집념청소사(不良執念清除師)>페이수북 페이지 캡쳐
‘집념 청소 3인조’ 중의 유일한 여성, 정의감이 넘치는 경찰 천추잉은 승진해서 중대범죄 수사에 참여하고 싶어하지만 형사경찰 고시에 매번 떨어져서 교통경찰 일 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는 푸이용의 초능력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형사경찰이 되기 위해 집념괴물을 많이 두려워하더라도 그들을 열심히 돕습니다.
정의감이 넘치는 초짜 여성 경찰 천추잉(陳楮英) - 사진: <불량집념청소사(不良執念清除師)>페이수북 페이지 캡쳐
붓글씨 쓰기를 통해 괴물들의 집념을 해소해준다는 드라마 설정 뿐만 아니라, ‘집념 청소 3인조’ 각자의 이름도 서예와 관련이 있어 깊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푸이용의 이름은 한자로 부들 포(蒲)에 한 일(一), 길 영(永)자를 씁니다. 포라는 성씨는 중국 삼황오제 중 오제의 한 명인 ‘순(舜)’의 후손들의 성씨로 포씨 성을 가진 이들은 신의 후예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를 생각하면 극중 주인공이 일반 사람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도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길 영자는 해서체의 기본 필법을 갖춘 문자입니다. 쉬워 보이는 永(길 영) 한 글자에 절묘하게 해서체를 이루는 여덟가지 획이 들어 있습니다. 이에 푸이용 이 캐릭터는 인물 설정부터 이름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예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푸이용의 ‘달콤한 원수’ 차오광옌의 이름은 무리 조(曹)에 빛 광(光), 벼루 연(硯)자를 쓰는데, 이 연자는 서예에 필수불가결한 네 가지 물건 중 하나인 벼루라는 의미 외에, ‘동창 우정’이란 의미도 있는데, 이는 차오광옌과 푸이용이 학교 캠퍼스에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을 상징합니다.
또 그들과 함께 집념괴물을 도와주러 나서는 초짜 여성 경찰 천추잉의 이름은 베풀 진(陳)에 닥나무 추(楮), 꽃부리 영(英)를 쓰는데, 그중 닥나무 추자는 종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종이는 사상 교류 및 문화 전승의 매개체이며 ‘증거’와 같은 존재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극중 천추잉의 직업은 마침 증거에 기초해 사건의 사실 관계를 밝히는 일을 하는 경찰로 종이의 기능과 연관성이 큽니다.
서예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방사우라고 불리는 붓, 벼루, 종이, 먹입니다. 푸이용, 차오광옌 그리고 천추잉은 각각 문방사우 중의 붓, 벼루, 종이를 상징하는데, 이는 세 사람이 문방사우처럼 서로 의지하고 도우는 사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또 먹은 대표하는 캐릭터는 없지만 특수 효과 등 다양한 형식으로 드라마에 자주 등장합니다.
드라마는 "괴물은 사람들의 집념에서 태어나 어떤 사람은 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볼 수 없다"는 문구로 시작됩니다. 그 집념은 죽은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데다가 사람 모양으로 변신해 푸이용에게 도움을 청하러 찾아갑니다. 교통사고로 숨진 남자의 시신에 영혼이 빙의되고,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 시신의 등에 새겨진 고대 여인 모양의 문신이 사람 모양의 영혼으로 변하고, 횡단보도 표지판이 강인한 모습이지만 마음은 부드러운 아버지로 변하는 등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이별, 질투 등 감정들을 코믹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냈습니다.
총 12부작으로 편성된 <불량집념청소사>는 현재 8회까지 방영되었는데, 지금까지 드라마가 선보였던 이야기 가운데 가장 큰 감동을 선사했다며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학교 연구에 사용되는 한 남성 시신기증자는 생전에 모든 가족을 잃은 후 타인과 교류하는 데 장애가 생기게 됩니다. 그는 혼자 있기 싫어서 노숙자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 조용히 앉아 있곤 하며, 등에 고대 여인 모양의 문신을 새기도 합니다. 그는 죽은 뒤 등에 새겨진 문신은 ‘집념괴물’이 되어 푸이용에게 찾아가 시신기증자의 이름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이야기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는데, 이 이야기를 보고 나서 시신기증 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람조차 있다고 합니다.
학교 연구에 사용되는 한 남성 시신기증자는 생전에 혼자 있기 싫어서 노숙자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 조용히 앉아 있곤 하며, 등에 고대 여인 모양의 문신을 새기도 한다. 그는 죽은 뒤 등에 새겨진 문신은 ‘집념괴물’이 된다. - 사진: <불량집념청소사(不良執念清除師)>페이수북 페이지 캡쳐
<불량집념청소사>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때로는 울음을 때로는 웃음을 선사하는 스토리로 지난 4월 중순 방영이 시작될 때부터 큰 화제를 모이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연예계소식 방송을 계기로 청취자분께 소개해드려 보았습니다. 그럼 엔딩곡으로 이 드라마의 삽입곡 여기수 장뤄판(張若凡)이 부른 ‘평범하지 않아(不凡)”라는 노래를 띄어드리면서 연예계소식을 마치겠습니다. 진옥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