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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불패'의 그녀... 타이완 레전드 배우 '린칭샤'

  • 2023.03.02
연예계 소식
1980~90년대 홍콩 영화계를 풍미했던 타이완 여배우 린칭샤 (林青霞, 임청하) - 사진: 린칭샤 시나웨이보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홍콩영화의 황금기 시절, 그때 홍콩으로 건너가 연기 활동을 펼친 타이완 배우들이 많았습니다. 그중 린칭샤(林青霞, 임청하)가 대표적입니다.

1980~90년대 홍콩 영화계를 풍미했던 타이완 여배우 린칭샤가 출연한 영화가 뭐가 있냐고 하면 ‘동방불패(東方不敗)‘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텝니다. 린칭샤는 동방불패의 중성적인 남성 연기로 1990년대 타이완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린칭샤는 데뷔초기인 1970년대 타이완에서 활동할 당시에는 로맨스 장르 영화 스타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1972년 대학입시에서 떨어진 린칭샤는 타이베이 시먼딩(西門町)에서 배우 스카우트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의 소개로 영화 《창외(窗外)》 오디션에 참가하여 여주인공으로 케스팅됐습니다. 《창외》는 타이완 애정소설의 대가인 충야오(瓊瑤, 경요)의 데뷔작을 각색해서 만든 동명의 영화로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순수한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리며, 이 영화가 1973년 개봉되면서 린칭샤는 배우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창외》는 판권 문제로 타이완에서 상영되지 못했기 때문에 린칭샤의 두번째 영화 《날아가 버린 구름(雲飄飄)》이 상영될 때가 되어야 타이완 관객들이 처음으로 린칭샤라는 배우를 알게 됐습니다. 이 영화가 나오자마자 주연을 맡은 린칭샤는 우아한 외모와 청순한 기질(氣質)로 대중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린칭샤는 충오야의 애정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 등에 연이어 주연으로 출연해 인기가 쌓여가면서 배우로서의 첫번째 전성기를 맞았고, 70년대 당시에는 친한(秦漢, 진한), 친샹린(秦祥林, 진상림), 린펑자오(林鳳嬌, 임봉교)와 함께 '2친 2린’으로 칭해졌습니다. 한편, 린칭샤는 1970년대 많은 멜로 영화에 함께 출연한 친한, 친샹린과의 삼각관계로 타이완의 스캔들 기사에 자주 오르내렸었습니다.

멜로 영화 스타로 타이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나, 익숙한 역할을 벗어나 새로운 연기를 도전하고 싶어해서 린칭샤는 1980년대에 ‘동방의 할리우드’로 불린 홍콩으로 활동 무대를 완전히 옮기고 다른 장라들의 영화도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린칭샤가 이미지 변신되기 전과 후의 경계선으로 여겨진 작품은 1981년에 상영된 《사랑의 학살(愛殺)》이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모살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스릴러 영화이고, 영화에 출연한 린칭샤와 친샹린은 영화 촬영 동안 약혼 소식을 발표했으므로 이 영화는 상영되기 전부터 이미 대중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성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작품 이후에도 린칭샤는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하면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1990년에는 《홍진(滾滾紅塵)》이란 영화로 타이완을 대표하는 영화시싱식인 제27회 금마장(金馬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홍진》은 타이완 인기 여류작가 산마오(三毛)가 각본을 맡은 영화로, 이 영화는 중일전쟁과 제2차 국공내전이 벌어진 1940년대를 배경으로, 재능이 뛰어난 여성 작가와 일본 정부를 위해 일하는 매국노가 펼치는 난세 속의 사랑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영화는 여우주연상 외에도, 금마장 시상식에서 장편 영화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등 총 8개 부문을 수상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금마장 역사상 최다 수상 기록입니다.

1980년대 홍콩을 메인 무대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시도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친 데 이어 1990년대에는 마흔이 되어가던 나이의 린칭샤는 《동방불패》,《신용문객잔(新龍門客棧)》 ,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등 수많은 무협액션 영화에 출연하며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중성적인 매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특히 그녀는 동방불패를 통해 타이완과 홍콩에서 절정의 인기를 만끽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팬들에게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동방불패는 홍콩 무협소설의 전설로 여겨지는 작가 진용(金庸,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笑傲江湖)’에 등장하는 메인 빌런이자 메인 히로인입니다. 그는 환관을 위한 무공인 규화보전(葵花寶典)을 습득하기 위해 스스로 성기를 절단하고 점점 여성화되어가는 특별한 설정으로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는 남자와 여자 다 있는데, 그중 린칭샤는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방불패 캐스팅이라고 평가받았습니다.

1994년 6월 29일, 린칭샤는 재벌 싱리위안(邢李㷧)과 결혼식을 올리며, 이후 영화계에서 은퇴했습니다. 은퇴하기 직전에 출연한 왕자웨이(王家衛, 왕가위) 감독의 두 편 영화 《동사서독(東邪西毒)》과 《중경삼림(重慶森林)》이 모두 호평을 받으며 22년 연기 생활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동사서독》은 무협액션 영화이며,이 영화는 홍콩을 비롯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홍콩 금상장(金像獎), 타이완 금마장, 베니스영화제 등 국내 및 해외 대형 영화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의 영광을 거뒀습니다. 이 영화에는 린칭샤 외에도 장궈롱(張國榮, 장국영), 양조위(梁朝偉, 량차오웨이),유가령(劉嘉玲)류자링 등 당시대 홍콩영화계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는데, 린칭샤는 이 영화에서  2역을 맡고,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은 다른 모용연과 모용언 두 남매 역할을 하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동사서독》에 이어, 린칭샤는 《중경삼림》에서도 파격적인 연기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중경삼림》은 2개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로맨스 영화로, 1부는 금발 가발의 여인과 경찰 223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하룻밤의 미묘한 만남을, 2부는 경찰 663과 웨이트리스의 교감을 그립니다. 린칭샤는 1부에 나오고, 영화에서 금발 가발을 쓰고 레인코트와 선글라스를 함께 착용하고 다니는 마약 중계자를 연기했는데, 그녀는 《동방불패》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중성적인 남성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중경삼림》에서는 매혹미 넘치는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했습니다. 은퇴작으로 이 영화를 끝낸 후 린칭샤는 결혼과 함께 영화계를 떠났습니다.

20년이 넘는 연기 생애에서 100편이 넘는 작품을 통해 착실히 인기와 연기력을 쌓아가며 최고의 영화 스타로 등극한 린칭샤는 은퇴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화권 영화계의 레전드로 팬들의 마음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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