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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Rti 중앙방송국내정한 시선으로 타이베이인을 바라본다...타이완 뉴웨이브 거장 '양더창'

  • 2022.06.23
연예계 소식
타이완 뉴웨이브 거장 감독 양더창(楊德昌,에드워드 양) - 국가 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 제공

1949년 국민당이 중화민국 정부를 타이완으로 옮긴 후 타이완 영화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는 정치 선전의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몇몇 이른바 ‘타이완 뉴웨이브’ 감독들로 인해 타이완 영화는 일대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타이완 뉴웨이브 영화의 대표 주자 가운데, 강한 향토의식을 지닌 허우샤오시엔(侯孝賢)과 냉정한 시선으로 도시중산층의 삶을 바라보는 양더창(楊德昌,에드워드 양)이 유난히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지난주에 소개했으니까 오늘은 양더창 감독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양더창은 1947년 중국 상이하(上海)에서 태어났고 타이베이에서 자랐습니다. 1974년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1년 동안 영화를 공부했으며, 1981년 타이완에 돌아와 영화 감독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양더창은 컴퓨터 기술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탄탄한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사고 방식과 관심 있는 사회이슈가 기타 타이완 감독과 크게 달라 영화 스타일이 매우 독특합니다. 그는 항상 영화에서 타이완 대도시의 참모습과 도시인의 불안 및 우울을 냉정하고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여줬는데 작품세계가 감성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허우샤오시엔과 자주 비교됐습니다. 양더창은 성격이 매우 신중하며 충분한 준비 없이는 절대 영화 촬영을 시작하지 않아서 20여 년의 감독 인생에서 7편의 장편 영화와 1편의 단편 영화만 완성해 작품 수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탁월한 성적을 얻어 국내외에서 명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양더창은 타이완으로 돌아온 후 이듬해인 1982년에 커이정(柯一正), 장이(張毅), 타오더천(陶德辰) 등 3명 영화 감독과 함께 옴니버스 영화 <세월 이야기(光陰的故事)>를 제작했는데 이 영화는 ‘타이완 뉴웨이브'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여겨져 있습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4명 감독들은 개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양더창은 이 기회를 계기로 생애 첫 장편영화  <해변에서의 하루(海灘的一天)>를 만들었으며, 방대하고 복잡한 서사구조로 이루어진 166분의 이야기는 타이완이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여성의식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을 묘사합니다.  

1986년, 양더창은 장편영화 <공포분자(恐怖分子)>로 처음으로 타이완 가장 권위있는 영화시상식 금마장(金馬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의 영예를 안게 됐고, 1988년에는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와 이탈리아 페사로영화제에 진출하면서 국제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공포분자’는 중국어로 직역하자면 '테러리스트'라는 뜻이다. 이 영화는 소녀의 장난 전화 한 통이 불러온 네 남녀의 이윽고 기묘한 비극을 그린 작품이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심하고 신뢰를 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테러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입니다.  

<공포분자>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양더청은 자신의 제작회사를 설립하여 철저한 준비를 거쳐 1991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牯嶺街少年殺人事件)>을 개봉했습니다. 1961년 타이베이시 고령가에서 일어난 미성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중국 대륙을 떠나 타이완으로 건너온 한 가족을 통해 불안이 만연한 1960년대의 타이완을 배경으로 미국 대중 문화에 열광하고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청소년의 사랑과 폭력을 그러낸 걸작입니다. 폭압적인 타이완 사회의 현실을 진실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228사건을 주제로 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비정성시(悲情城市)>와 함께 타이완 현대사를 다룬 영화 중 가장 탁월한 영화로 꼽힙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개봉한 지 9년이 지난 2000년에 양더창은 그의 생전의 마지막 작품인 <하나 그리고 둘(一一)>을 선보였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한 도시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당하는 도시인의 삶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카메라를 선물받은 8살 소년 양양은 가족과 친구들의 뒷면을 찍습니다. 양양의 사진 속에는 사업이 위기에 빠진 시기에 30년 전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된 아빠, 혼수상태에 빠진 외할머니를 돌보면서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집을 떠나있게 된 엄마, 이웃집 친구의 전남친과 사귀게 된 누나, 그리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더창은 양양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시기의 타이완인의 삶을 보여줬습니다. <하나 그리고 둘>은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작품상, 뉴욕비평가협회와 LA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데 이어 ‘21세기 최고의 영화’에 꼽히는 등 전 세계적 관객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작품이며, 양더창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타이완 감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타이완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인물 중의 하나이며, 특유의 냉정한 시선으로 신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던 타이완 도시 중산층의 삶을 관찰하고 이를 영화에 담아낸 양더창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국제무대에서 가장 환하게 빛났던 타이완 감독이란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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