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보다 빛나는 마주 밤바다의 비밀

  • 2021.04.01
베이간(北竿) 탕허우(塘后) 모래사장에서 감상 할 수 있는 '파란눈물'. [사진=베이간향공소北竿鄉公所 제공]

망망대해 태평양 한가운데, 좁은 구명보트에서 벵갈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홀로 남게된 인도 소년 파이가 겪은 227일간의 표류기를 그려낸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보지 않고서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7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과 2002년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 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소설 ‘파이 이야기’를 읽으신 분들은 아실 것 같아요, 소설의 절반 이상이 소년과 호랑이, 바다, 그리고 구명보트만 등장하죠. 이걸 영상화하면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메가폰을 잡은 리안 감독은 지루할 뻔했던 ‘파이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3D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마치 판타지 장르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루할 틈 없는 황홀한 장면을 연출해 냈습니다. 3D기술로 표현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세계는 경이로울 지경입니다, 관객들은 마치 미지의 바다를 표류해 나가는 소년 파이가 된 것처럼 리안 감독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세계로 천천히 빨려들어 갔죠.

뛰어난 영상미와 동화 같은 색감을 사용해 보는 내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촬영상과 시각효과상을 휩쓸었는데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속 한장면. [사진=LaVie 제공]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하늘에 별을 가져다 그대로 바다에 뿌려놓아 별들이 바다 속에서 빛나고 있는 듯한 장면입니다. 구명 보트가 뒤집힐 정도의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 간신히 목숨을 건진 소년 파이와 호랑이 리처드 파커, 어느새 칠흙 같은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밤바다는 언제 폭풍우가 왔었나 거짓말 같이 고요해졌습니다, 그리고 구명 보트에 타고 있는 소년 파이와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야속한 바다를 원망하려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밤바다 모습의 원망하는 것 조차 잊어버리죠.

마치 수만 개의 LED를 켜놓은 듯 푸른 야광으로 빛나는 바다, 그리고 바닷 속에서 그들이 타고 있는 구명보트를 맴돌던 빛이 나는 거대한 고래가 수면 위로 높이 점프하는 장면은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칠흙같이 어두워야 할 밤 바다의 적막조차도 리안 감독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리안 감독은 밤하늘에 별보다 더 눈부시게 아름다운 환상적인 야광 빛 바다로 그려냈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이 장면을 보고나면, 이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지경입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고난 후 한동안 ‘리안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야광 스티커를 사다 기숙사 천장에 붙여 놓고 고요한 밤 야광 빛으로 빛나는 천장을 보면서, 저만의 힐링시간을 갖곤 했는데요. 그러나 밤하늘이나 천장에 있는 야광 스티커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았죠. 대학교 2학년 아마 이맘때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친구가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속에서 나온 야광바다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이 타이완 국내에 있다고 하면서, 반친구들 몇 명과 함께 설레는 맘으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신건지 교수님께서 “야광바다를 보러간다면서? 아이슬란드에서 운이 좋아야 오로라를 볼 수 있듯이, 야광바다도 간다고 해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가기전 여러가지 꿀팁과 주의사항을 알려주셨죠. 생명공학과 학생들답게 저희도 이 야광바다의 자연과학 현상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야광바다를 보러 갈 목적지는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데로 타이완 서북부에 위치한 마주(馬祖)섬 베이간(北竿) 지역의 탕허우(塘后)모래사장.

마주섬 베이간 탕허우 모래사장에서 볼 수 있는 야광바다의 명칭은 ‘파란눈물’이라는 뜻의 만다린어인 ‘란옌레이(藍眼淚)’입니다.

또한 마주 섬의 파란눈물 즉 ‘란옌레이’는 사계절 내내 볼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매년 3월 말부터 9월까지 볼 수 있는 시즌 한정 자연경관인데요. 또한 ‘란옌레이’ 즉 ‘파란눈물’을 보려면 몇가지 조건이 딱 들어맞아야 합니다. 첫째, 파도가 육지로 출렁이도록 남풍이 불어야 합니다, 해안가가 아닌 바다 즉 반대 방향인 북풍이 불어 닥칠 경우 마주섬 밤바다에 있는 ‘파란눈물’이 모두 저~멀리 바다로 떠내려 가게 되어 모래사장에선 더 이상 ‘파란눈물’을 볼 수 없게 됩니다. 둘째, ‘파란눈물’은 칠흙 같이 어두운 밤이어야 더 잘보입니다, 외부광선의 영향을 매우 쉽게 받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환한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파란눈물’을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음력 15일 전후는 피해야 하고, 달빛이 희미한 음력 초하루 전후 3일간에는 비교적 쉽게 파란 눈물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풍향과 비슷한 조건입니다, 바로 밀물 썰물시간이죠, 해수면의 상승으로 육지 쪽으로 물이 밀려오는 밀물 시간에 맞춰야만 파란 눈물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뒤 타이베이 숭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마주 베이간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랜선미식회 시간에서 소개 해드렸던 마주섬의 별미 싱싱한 갯장어로 만든 ‘마주 어면’으로 배를 채우고, 숙소에 짐을 풀고 드디어 탕허우 모래사장으로 출발.

캄캄한 탕허우 모래사장에 다다르자 저희를 포함한 파란눈물을 보러온 모든 관광객이 ‘타이리하이러(太厲害了,최고다)’라고 감탄했습니다. 탕허우 모래사장과 바다가 맞닿는 연안이 푸른 야광 빛으로 빛나며 마치 은하수가 펼져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빛에 약한 파란눈물의 특성 때문에 모두 아주 작은 후레시를 들고 조심스레 모래사장으로 다가갔습니다. 한 친구가 손을 뻗어 바닷물을 손에 한 웅큼 퍼봤습니다, 그러자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푸른 빛에 마법약을 손에 올려 놓은 듯이 손에서 푸른 야광 빛이 감돌았습니다, 또한 모래사장으로 파도가 칠때마다 번쩍번쩍 더욱 빛나던 푸른 빛의 밤바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우주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몽환적인 광경은 사진으로 찍어 부모님에게도 보내드렸는데요.

마주 베이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파란눈물'.  [사진=저우샤오마 @andy4122003 페이스북 캡쳐]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아닌 푸른눈물로인해 별이 빛나는 밤바다 같았던 마주의 밤바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속 은하수 밤바다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마주의 별이 빛나는 밤바다의 숨겨진 비밀을 국립타이완해양대학교가 2017년 밝혔습니다.

교육부에서 뉴타이완 달러 500억 (2021년 4월 1일 기준 한화 약 1조9,815억원)을 지원받아 국립타이완해양대학교가 5년간 진행한 <마주해양생태조사기획馬祖海域海洋生態整體調查計畫>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에선 마주의 파란눈물의 비밀이 바로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야광충’이 바다 속에서 빛을 내기 때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마주의 밤바다를 오로라처럼 푸른색으로 빛나게하는 야광충의 학명은'녹틸루카 신틸란스(Noctiluca scintillans)'인데요, 속명(屬名)인 녹틸루카(Noctiluca)의 어원은 밤에 빛이 난다라는 뜻입니다.

 [사진=저우샤오마 @andy4122003 페이스북 캡쳐]

'야광충'이 밤바다에서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체내의 있는 ‘루시페린’이란 물질이 ‘루시페라제’라는 효소에 의해 산화되면서 그때 방출되는 에너지가 파란 빛의 형태로 나오기 때문인데요.

밤바다에서는 파란 야광 빛을 방출하는 야광충, 그러나 낮이 되면 피처럼 붉은 색을 내뿜는데요, 야광충이 피같이 붉은 바닷물을 만든 것을 흔히 ‘적조현상’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낮에 ‘적조현상’이 발견되면 밤바다에서 파란눈물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진 않죠! 앞서 밀물과 썰물 그리고 풍향에 따라 야광충이 바다로 떠내려간다면 ‘적조현상’이 나타났다해도 볼 수 없는데요.

또한 마주섬 토박이들은 ‘푸른눈물’이라는 명칭보단, 이 파란 야광 바다를 ‘샛줄멸 물’을 뜻하는 중국어인 ‘딩샹수이(丁香水)’라고 부르는데요. 마주섬 토박이들은 바다의 빛이 환해질수록 야광충을 먹는 이 청어처럼 생긴 샛줄멸이 마주 연안으로 몰리기 때문에 ‘푸른눈물’을 ‘샛줄멸 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매년 3월 말이 되어야 볼 수 있던 마주의 ‘푸른눈물’, 올해는 비교적 시기가 좀 이른 편이었습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이 오로라 빛 바다가 마주에서 모습을 들어냈다고 전했는데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은하수의 별 같은 마주의 ‘파란눈물’을 눈에 직접 담아 보세요~

포모사 링크시간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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