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주 타이완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최신 IT, 과학, 바이오, 의료 기술 그리고 주요 법률 이슈를 과학 기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정리해 알려드리는 목요일 포르모사링크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포르모사링크 진행자 손전홍입니다.
비자 없이 144개국 방문이 가능한 타이완의 여권 파워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세계 주거 및 시민권 자문회사인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발표한 ‘2023 헨리 여권 지수’에서 타이완 여권은 전세계 여권 파워 순위 3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헨리여권지수란 런던에 본사를 둔 국제교류 전문업체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독점적인 글로벌 여행 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합산해 2006년부터 산출하고 있는 지수입니다. 타이완 여권 소지자가 별도의 비자를 받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227개 국가 중 144개국으로, 앞서 지난 1월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발표한 기존 조사에서 35위를 차지했던 타이완 여권은 7월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발표한 ‘2023 헨리 여권 지수’에서 전세계 여권 파워 순위가 4계단 올라 파나마, 마카오와 함께 공동 3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권 한 장만 있으면 큰 제약 없이 외국으로의 여행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당연히 누리는 해외여행의 자유로움이지만 불과 44년 전만 해도 타이완 사람들에게 해외여행은 일부 계층의 특권 같았습니다. 지금 우리 눈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때 그시절 타이완 여권 소지자는 선택 받은 소수 였으며, 시간적 여유가 있고 돈이 많다고 해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타이완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문이 열린 건 1979년 1월 1일입니다. 정부가 1979년 1월 1일부터 해외여행을 전면 자유화하면서 국민당 정부가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이전한 1949년 국부천대 이후 처음으로 타이완 전 국민이 외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여행 갈 때 꼭 필요한 여권!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화민국 타이완 여권도 새롭게 변화해 왔는데요. 해외여행 자유화 44년, 오늘의 차세대 전자여권 발행되기 까지 중화민국 여권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타이완 여권의 역사를 오늘 포르모사링크에서 함께 살펴볼까요?
1912년 중화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여권에 대한 첫 법규는 1944년 7월 제정, 공포된 ‘출국여권조례’입니다. 1944년 출국여권조례가 제정, 공포된 이후 중화민국 외교부에서는 본격적인 여권 발급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또 출국여권조례 제2조에 따르면 당시 타이완의 여권 종류는 발급 대상을 기준으로 일반 여권, 공무원 등을 위한 관용 여권, 외교관을 위한 외교 여권 등 총 3종류로 나뉘었습니다. 1938년 공샹시(孔祥熙) 당시 중화민국 행정원장의 부인 송아이링(宋靄齡) 여사에게 발급된 외교 여권을 들여다보면 여권 소지인 사진란에 송아이링 여사 본인임을 증명하는 사진과 함께 사진 바로 아래에는 송아링 여사의 영문 자필 서명을 볼 수 있고, 또 방문지를 비롯해 우방국 관료들에게 적절한 보살핌과 문제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한다 등 여권에 표시된 사람이 국경을 통과할 때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 인쇄되어 있고, 중화민국여권이라는 글자는 지금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세로방향으로 적혀 있으며, 중화민국 타이완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찍혀 있습니다. 장제스 전 총통의 부인 송메이링 여사의 큰 언니이기도 한 송아이링 여사에게 1938년 발급된 중화민국 여권은 중화민국 외교부 영사사무국이 현재 소장하고 있습니다.
방송 서두에서 말씀드렸듯, 타이완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된 건 1979년 1월 1일, 그러니깐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된 이후부터입니다. 이전까지는 관광목적으로 여권을 쉽게 내주지 않았습니다. 1944년 제정된 출국여권조례 제9조에 의거해 유학을 목적으로 여권을 발급 받으려면 유학 관련 증명서를 교육부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여권을 발급 받을 수 있었고, 만약 업무 목적으로 외국에 나가야 할 때는 해외 현지 공회 그러니깐 현지 노동조합이나 교민단체의 신원보증서가 있어야지만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확실한 사유 즉 유학, 해외 파견 등 확실한 사유가 있어야 했고, 신원조회 절차도 까다로웠던 것으로 회자됩니다.
타이완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문이 열린 건 1979년입니다. 결정적 계기는 타오위안국제공항이 1979년 2월 문을 연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기존 타이베이숭산공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타오위안국제공항이 문을 열며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타이완 정부는 타오위안국제공항의 공식 개항을 한달 앞두고 1979년 1월 1일부터 해외여행을 전면 자유화 했습니다. 단 병역 미필자 등 이른바 해외여행 제한자는 예외였습니다. 국민 해외여행 자유화 방침에 따라 1979년 1월 9일 우용촨(吳永川) 여사는 타이완의 여권 역사상 최초의 관광을 위한 여권을 발급 받은 1호 국민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2000년대에 들어서며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화민국 여권도 몇 차례 변천사를 거쳤습니다.
특히 2008년은 타이완 여권과 여권 제도의 보완성이 크게 강화된 한 해 였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권고에 따라 2008년 12월 29일부터 여권 내에 개인의 신원정보가 든 전자 칩과 안테나를 추가한 전자여권 발급을 시작하였습니다.
전자여권임을 나타내는 ICAO 표준 전자여권 로고가 표지에 표시되어 있다.[사진 중화민국 외교부 홈페이지]
그리고 2021년 새로운 여권 디자인이 등장했습니다. 2021년부터 도입된 새 여권은 타이완의 영문명 타이완(TAIWAN)이라는 글자 크기가 이전보다 커지고 원래 중화민국 아래 표기되어 있던 리퍼블릭 오브 차이나(REPUBLIC OF CHINE)라는 중화민국의 공식 영어 국가 명칭은 타이완을 상징하는 엠블럼을 감싸는 형태로 바뀌었고, 여권을 뜻하는 ‘후자오(護照)’의 위치도 타이완을 상징하는 엠블럼 바로 아래로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2021년 1월 11일부터 발급을 시작한 새로운 디자인의 여권.[사진 중화민국 외교부]
자동출입국심사제도가 타이완 국내 도입된 지 어언 12년째를 맞이했습니다. 타이완과 한국은 양국의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2018년 6월 27일 오후 타오위안국제 공항에서 「한국-타이완 자동출입국심사대 상호이용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8년 여름부터 대한민국 전자여권 소지자는 자동 출입국 심사 시스템(e-Gate) 사전 등록절차를 거치면 바로 타이완 타오위안국제공항 등 공항에 설치된 자동 출입국 심사 시스템(e-Gate)을 이용해 신속하게 입국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도 스마트해지셨나요? 이상으로 포르모사링크의 손전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