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모사링크시간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2년을 훌쩍 넘어가고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인구도 늘면서 최근 학계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벡터 백신의 면역 효과가 최대 몇 년간 지속될 수 있는지,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의 면역 유지 기간은 곧 부스터샷 접종 여부와 백신 수급에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인데요.
코로나 19 백신의 면역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18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중증급성호흡증후군(이하 사스,SARS)에 감염됐던 사람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 시키는 슈퍼 항체가 형성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최근 타이완에서 발표됐습니다.
지난 1월 24일자 국제학술지 ‘미국 의학협회 저널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가오슝창겅기념병원(高雄長庚紀念醫院,Kaohsiung Chang Gung Memorial Hospital) 연구팀에 논문’SARS-CoV-2 Antibody Response After ChAdOx1 nCoV-19 Vaccination in Persons With Previous SARS-CoV-1 Infection’ 은 쉽게 말해 18년 전 사스에 감염된 적이 있던 사람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을 1회 접종 한 뒤 진행한 혈액 검사에서 검출된 중화항체의 수치가 같은 양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1회 접종했지만 사스에 감염된 적이 없던 사람의 항체 수치 보다 68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것인데요.
연구팀은 항체 수치를 비교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1회 접종한 7명의 사스에 걸렸다가 회복한 집단과 과거 사스 혹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력이 없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1회 접종한 295명의 연구참가자, 마지막으로 1,2차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을 맞은 감염된 이력이 없는 37명의 연구참여자 등 총 3개의 집단의 중화항체 수치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백신을 1회 접종한 과거 사스에 걸렸던 집단의 중화항체 수치가 감염 이력이 없는 1회 접종한 집단보다 68배 높은 중화항체를 생성했고, 감염이력이 없는 1,2차 백신을 접종한 집단보다 8.5배 높은 중화항체를 생성한다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반사람들보다 과거 사스를 앓았던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중화항체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단백질 돌기에 중화항체가 달라붙게 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체 세포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해 코로나로 인한 감염을 막아줍니다. 즉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감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바로 이 중화항체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오슝창겅기념병원에 연구를 요약하자면 과거 사스에 걸렸던 사람들에게서 중화항체 수치가 높이 나타난 만큼 일반 사람들에 비해 사스를 앓았던 사람들이 더 효과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사스는 지난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돼 2004년 1월까지 이어졌고, 코로나19만큼 확산되지 않았지만 당시 사스는 세계 30개국 8,439명의 추정환자가 발견됐고 감염자 중 약 10%의 해당하는 812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당시 중화권에 사스 환자가 집중됐는데, 타이완에서는 346명이 사스에 감염됐고, 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18년 후인 2020년, 사스와 아미노산 염기 서열 등 무려 80%이상 구조가 비슷하고, 또 같은 종류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즉 코로나19 가 다시 한번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우리는 가오슝창겅기념병원 연구팀이 밝혀낸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한 가지를 알아 냈습니다. 바로 18년 전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들의 면역체계가 가지고 있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일종의 ‘기억’을 신종 코로나 백신이 건드리면서, 이로 인해 과거 사스에 걸렸던 사람들의 중화항체 수치가 사스에 감염된 적이 없는 사람보다 60배 이상까지 높게 나타났고, 결과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18년 전 타이완을 포함해 중화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 무서운 사스 바이러스가 한때 감염됐던 사람들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줬다는 사실을 밝혀낸 가오슝창겅기념병원 연구팀의 놀라운 연구!
오늘 방송을 준비하면서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이자 가오슝창겅기념병원 감염내과 전문의 천이쥔(陳怡君) 의사선생님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특히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에 천이쥔 의사 선생님께서는“지난해 3월 의료진들이 타이완에 최초로 도입됐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의 1차 접종 대상이 됐고, 1차 접종을 마치고 3개월 뒤인 지난해 6월 가오슝창겅기념병원 측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일선 의료진 체내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해주는 중화항체가 충분히 생성됐나 확인하기 위해 의료진 전체를 대상으로 혈액을 체취 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혈액 검사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의료진에 비해 유독 한 의료진의 항체수치가 68% 높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고, 심층 조사한 결과 이 의료진이 18년 전 사스 창궐 당시 일선에 투입됐다 사스에 감염된 이력이 있는 의료진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이와 같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고, 더불어 만약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 두 가지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만 활용한다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화(=무력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또한 후속 연구 계획과 관련된 질문에서 천이쥔 의사선생님께서는 “2차, 3차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을 대상으로 중화항체 데이터를 수집 중이라고 하시면서 현재 2차 접종 후 생성된 중화항체 수치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마무리 단계고 3차 접종 후 생성된 중화항체 수치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초기 단계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후속 연구에 최종 목표는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상으로 포르모사링크시간의 손전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