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난'으로 본 타이완의 ‘개명 신청 사유’

  • 2021.03.31
일본 대형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의 연어초밥. [사진=스시로 페이스북@Sushiro.TW 캡쳐]

수요산책시간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불리는 것이 이름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자신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름을 바꿀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한데요.

한국의 경우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성명학적 사유’라고 하더라도 개명을 허가해준다는 완화된 취지가 내려지면서, 발음이 촌스러워서가 아니라 역술가가 아이가 시름시름 앓는 이유가 이름 때문이라고 해서 개명을 한다던지 아니면 이 이름으로 개명하면 사업운이 튼다 던지 등 성명학적 사유를 들어 개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름으로 인해 심한 놀림을 받았다거나 외국식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바꾸겠다 등 다양한 사유를 들어 누구나 개명할 수 있게 되었죠.

타이완에서는1996년 3월 <대법관 석자 제399호>를 통해 이름의 발음이나 의미가 나쁠 경우 개명을 허가해준다는 대법관 헌법 해석이 나오면서, 타이완도 개명이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집안 어르신들이나 부모님이 지어 주신 소중한 이름, 웬만해서 평생 써온 (나의)이름을 바꾼다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일반적으론 말이죠~ 그러나 개명이 쉬워진 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례들도 존재합니다. 사기,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범죄 사실을 은닉하려는 목적 혹은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꿔 신분을 세탁하고 잠적을 해버리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타이완에서는 최근 한 회전초밥 프렌차이즈 전문점에서 이름이 ‘궤이위(鮭魚)’ 즉 ‘연어’라는 이름을 가진 고객에게 연어 초밥을 공짜로 제공한다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발표하자, 정말로 공짜 연어 초밥을 먹겠다고 지난 17일~18일 이틀 동안 타이완 전국에선 300여 명의 청년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어’로 개명하겠다며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 호정사무소(戶政事務所)를 찾아 이름을 ‘연어’로 개명했습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대규모 개명 사태는 타이완에서 ‘연어의 난(鮭魚之亂)’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이슈를 끌었습니다.

'연어의 난'사태는 일본 대형 회전초밥 체인인 ‘스시로’가 타이완에서 벌인 이벤트입니다. ‘스시로’는 지난 3월 15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람을 찾습니다, 연어님 어디계세요?’라는 제목에 게시물을 올렸는데요, 해당 게시물에는 3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이름이 ‘궤이위鮭魚’ 즉 ‘연어’인 손님에게는 일행을 포함하여 총 6명에게 공짜로 연어 초밥을 제공하고, 글자는 다르지만 해음 즉 이름의 발음이 ‘궤이위鮭魚’인 손님에게는 반값으로 할인해주고, 이름에 ‘연어’를 뜻하는 ‘궤이위鮭魚’ 즉 ‘궤이鮭’나 ‘위魚’ 글자 하나만 발음이 일치하는 손님에게는 10%할인을 해준다고 했는데요.

'스시로'가 지난 3월 15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이벤트 게시물. [사진=스시로 페이스북@Sushiro.TW 캡쳐]

이벤트 초기 사람들은 게시물을 보고 그저 웃고 넘겼습니다, 이런 이벤트에 해당 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하고 말이죠. 이러한 생각은 이벤트를 계획한 ‘스시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타이완 전국에서 기껏해야 열 명도 안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연어의 난’ 당시 밝혔으니깐 말이죠.

그러나 이벤트 첫 날이었던 지난 17일 소셜 네트워크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름을 ‘연어’로 바꾼 사람들이 자신의 신분증을 찍어서 SNS에 인증샷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신분증에는 ‘린연어(林鮭魚)’, ‘진연어(陳鮭魚)’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사람부터 성이 감사를 뜻하는 ‘사(謝)’자여서 개명 후 ‘셰궤이위謝鮭魚’ 즉 ‘연어에게 감사하다’라는 웃긴이름으로 바뀐 사람까지 다양했습니다.

셰궤이위謝鮭魚 신분증. [사진=爆廢公社二館 제공]

또한 《성명조례》 제3조에는 성을 맨 앞에 그리고 그 뒤에 이름을 나열하고, 이름에 특수기호를 넣거나 여백을 두면 안된다고 규정되어있습니다. 이는 즉 이름을 지을 때  타이완에선 법적으로 글자수는 제한하지 않는다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따라서 SNS에서는 ‘진연어(陳鮭魚)’, ‘린연어(林鮭魚)’ 외에도 ‘연어덮밥(鮭魚蓋飯)’부터 ‘연어와 곰발바닥은 맛있다 약사 국가고시 한번에 패스(鮭魚與熊掌好吃藥師國考一次過)’ 등 황당한 이름들도 참 많았습니다.

'연어와 곰발바닥은 맛있다 약사 국가고시 한번에 패스(鮭魚與熊掌好吃藥師國考一次過)' 신분증. [사진=빈과일보 제공]

'연어'로 개명한 한 남학생은 인터뷰에서 “ 내일은 다른 친구들과 오려고요, 앞으로 적어도 2번은 더 올겁니다”라고 말했고, 또 한 학생은 호정사무소에서 개명신청접수를 하는데 접수를 받으시는 사무소분이 “후회하지 않겠냐?”, “정말로 바꾸겠냐?”라고 재차 물어 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끝내 이 학생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개명신청을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타이완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부터 18일 오후 5시까지 이틀간 살벌하게 치뤄진 ‘연어의 난’에서 개명한 사람은 총 332명.

그리고 연어로 이름을 바꾼 사람들 가운데 1999~2001년 출생자가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타이완에서는 이번 대규모 개명 사태를 계기로 ‘연어 세대’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이름을 ‘연어’로 개명했다’ 혹은 ‘연어도 배터지게 먹고,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공짜로 실~컷 연어를 먹는데 개명이 대수냐, 다시 원래 이름으로 바꾸면 된다’ 등 개명을 하는 것을 인생 추억 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연어 세대’에 대해 비판하는 여론과 기성세대들은 쓸쓸해 했습니다.

공짜 연어 초밥을 먹기 위해 너무도 쉽게 자신의 이름을 ‘연어’로 개명했던 ‘연어 세대’들, 배터지게 공짜 연어 초밥을 먹고난 후 ‘연어 세대’는 모두 하나 같이 같은 말을 합니다,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다시 본래 이름으로 바꾸겠다고 말이죠.

"다시 개명이 가능 할까 생각되시죠?" 가능합니다!!

'연어의 난' 당시 타이완 내무부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 법적으로 한 사람당 세 번까지만 개명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다시 본래 이름을 되찾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이 세번의 개명 기회를 잘 계산하길 바란다”는 당부에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올렸는데요.

내정부가 지난 17일 올린 게시물, 한 사람당 개명을 3번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사진 =내정부@moi.gov.tw  페이스북 캡쳐]

첫 번째 개명 기회를 이용한 많은 연어들은 ‘연어의 난’이 끝난 후, 두번째 개명 기회를 통해 다시 본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더이상 연어로 불리지 않게 되었죠. 그러나 ‘장 연어의 꿈(張鮭魚之夢)’이라는 이름의 중의사를 꿈꾸던 한 연어는 아직까지 본래 이름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세번에 기회를 모두 사용했기 때문인데요.

이유인즉 이 중의사를 꿈꾸던 청년이 첫번째 개명 기회로 ‘장연어의꿈’으로 개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벤트가 끝난 후 이름을 되찾기 위해 호정사무소로 향하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연어의 꿈씨가 어린시절 개명했단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요. 3번의 개명 기회를 날려버린 ‘연어의 꿈’씨의 사연은 언론을 통해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공짜 연어 초밥과 자신의 이름을 맞바꿔 화제가 된 '장연어의 꿈'씨의  신분증. [사진 =삼립신문망 三立新聞網 제공]

이 연어들은 과연 어떤 개명 신청 사유를 들며 이름을 연어로 바꾸었을까요? 답은 《성명조례》 제9조에 있습니다. 제 9조에서는 개명 신청 사유를 6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근무지나 다니고 있는 학교에 나와 같은 성과 이름 즉 동성동명인 사람이 있을 경우▲ 3촌이내 친척 가운데 나와 같은 이름이 있을 경우▲나와 같은 동네에 6개월이상 살고 있으면서,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을 경우▲범죄자의 이름과 이름이 같을 경우▲입양‧수양 되었거나 파양 되었을 경우▲ 이름의 발음이나 의미가 나쁠 경우를 비롯해 특수한 사유 등을 이유로 타이완에서는 누구나 개명이 가능합니다. 단 개명이 가능한 기회는 3번 뿐이라는 것!!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짐승도 가죽을 남겨 세상에 이익을 주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 훌륭한 일을 해 좋은 이름을 남겨야 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죽어서 남게 되는 것이 이름이기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고, 또한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빛나게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어의 난’ 사태는 참으로 황당하고 또한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공짜로 연어 초밥을 먹겠다고 개명을 결심한 청년들을 보며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요산책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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