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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영웅들의 귀환: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과 정위첸 협연으로 채운 비발디 선율

  • 2022.09.21
수요 산책
지난 15일 밤 국가음악청에서 열린 ‘랴오궈민과 정위첸의 음악회-와 ’ 공연 현장 모습. [사진=공연기획사 MNA 페이스북 캡처]

수요산책의 손전홍입니다.

지난 9월 15일 목요일 오후 7시 30분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완 최대 규모의 종합 예술 시설인 국가음악청(國家音樂廳)에서 마카오 출신 홍콩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지휘자인 리오 쿠오크만, 랴오궈민(廖國敏)의 지휘, 바이올린 신동에서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로 단숨에 월드클래스로 떠오른 타이완 클래식계 젊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曾宇謙,유치엔 쳉)의 협연으로 비발디의 사계의 선율이 공연장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과 미국 5대 교향악단으로 평가받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거쳐 현재는 홍콩필 상주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정상급 지휘자 리오 쿠오크만, 랴오궈민.

공연을 지휘한 리오 쿠오크만, 랴오궈민은 폭넓은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작곡가의 감수성과 음악성을 잘 표현하는 지휘자로 평가받고 있고,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은 솔리스트로서 리사이틀 공연 때마다 까다로운 작품들을 거뜬하게 소화하며 열정적이면서도 지성을 겸비한 보석 같은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웬만한 배우와 아이돌 못지 않은 세련되고 훈훈한 외모로 타이완 클래식 음악계에서 팬클럽을 거느리고 있는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과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의 티켓파워는 역시 막강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9월 15일 밤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완 최대 규모의 종합 예술 시설인 국가음악청에서 열린 ‘랴오궈민과 정위첸의 음악회-<사계>와 <알프스>’는 평일 공연인데도 1층부터 3층까지 공연장 좌석이 가득 찼습니다. 강력한 팬덤을 지닌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과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소비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공연이었습니다.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이 이끄는 이날 연주회는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한 무대에서 실연으로 감상할 드문 기회였습니다.

비발디를 바흐에 버금가는 바로크 음악의 위대한 거장으로 만들어 준 작품 바이올린협주곡 <사계>는 내로라 하는 편곡자는 물론 바이올리니스트의 개성과 음악세계를 평가하는 시금석이자, 바이올린이 곡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에베레스트'이기도 합니다.

지난주 목요일 밤 열린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과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의 연주회는 비발디의 '사계'를 전악장 모두 고전악기인 쳄발로와 챔버오케스트라의 앙상블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날 무대에서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이 비발디 사계의 전악장을 직접 쳄발로로 연주하며 지휘와 협연을 겸하는 무대를 선보여 청중은 다시 한번 그에게 반했고,협연에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은 빈틈없고 탁월한 기교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분위기와 색체를 즐겁고 섬세하게 연주하며 청중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약 50분 동안 이어진 1부 비발디의 사계 공연이 끝나자 좌석의 모든 청중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마에스트로 리오 쿠오크만과 정위첸이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사계 중 봄의 익숙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다시 한번 짧은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1부 공연 직후 중간 휴식시간 당시 공연장 내부 모습. [사진=Rti 손전홍]

이어진 2부 공연에서 리오 쿠오크만은 장엄한 알프스의 자연을 묘사한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지휘했습니다.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알프스 산맥의 변화하는 모습을 바람 소리까지 치밀하게 묘사해낸 곡으로 방대한 악기 편성과 100명 이상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개개인의 뛰어난 연주력을 요하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연주가 워낙 까다로워 실황으로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밤 2부 공연은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실연으로 감상할 드문 기회였습니다. 더구나 리오 쿠오크만이 지휘하는 알프스 교향곡이라 공연 시작 전부터 청중들의 기대는 더 컸습니다.

이날 공연에는 무대 안팎에서 연주하는 호른 연주자를 포함해 하프, 오르간 등 총 100 여명의 연주자가 출연해 무대를 가득 채웠습니다. 특히 클래식 공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바람소리를 만들어내는 윈드머신, 천둥소리를 표현하는 선더시트, 카우벨 등 여러 종류의 특수 악기가 동원돼 경이로운 알프스의 자연을 음악적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냈습니다.

리오 쿠오크만이 이끄는 이날 연주회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찾아왔던 울렁임과 그 여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이날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성숙한 관람 태도도 돋보였습니다.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연주를 마쳤더라도 지휘자와 연주자가 객석을 향해 완전히 돌아서서 인사할 때까지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례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날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흐트러지지 않은 채 연주를 감상한 모든 청중들은 리오 쿠오크만과 연주자들이 인사할 때지 성급하게 박수를 치지 않고 긴 여운을 온전히 느꼈습니다.

그럼 오늘 엔딩곡으로 지난주 목요일 밤 국가음악청으로 소녀팬들을 불러모은 정위첸이 바이올린 선율로 선사하는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3번 달빛>을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수요산책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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