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인간문화재 ‘두 전 하오’

  • 2021.04.13
레트로 타이완
최연소 인간문화재 '두 전 하오' 장인. [사진=중화문화총회 제공]

일찍이 외세의 침략이 많던 타이완 북부 항구 도시 지룽基隆은 17세기 초에는 스페인인들이 이 곳으로 진출한 이후부터  네덜란드인, 정성공이 이끈 군대의 거점이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 1895년에는 일본이 지룽에 상륙했죠. 외세 뿐만 아니라 지룽으로 이주해온 한인들 간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장저우인과 췐저우인들은 ‘내가 더 좋은 땅을 차지하겠다’, ‘이 사업은 우리 장저우인 먼저 시작했다, 그러니 췐저우 너희가 포기해라’ 등 지룽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토지, 사업, 농업 등의 일로 이 두 세력은 불꽃튀는 기싸움을 벌였습니다. 특히 청나라 함풍제 시기였던 1850년대 초 장저우인과 췐저우인들 사이에 잔혹한 싸움이 벌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두 세력 간의 유혈사태는 쉬이 가라 앉지 않았죠.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져 가고…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지역의 유지들이 나서게됩니다. 타이완 5대 재벌 가운데 하나인 반차오 린씨 가문의 설득으로 양측 원로들은 휴전아닌 휴전을 선포합니다. 또한 화해에 제스처로 양측은 함께 ‘노대공묘’라는 이름의 사당을 짓고… 세력 싸움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108명의 유골을 수습하여 ‘노대공묘’의 소중한 전우들의 유골을 합장했습니다. 또한 타이완인들 끼리 피 터지게 싸우는 일이 다신 발생하지 않도록…장저우와 췐저우 측 원로들은 쓸데없는 싸움에 힘을 소모하지 말고 차라리 힘을 모아 함께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자며… 매년 음력 7월 중원절 일명 ‘귀신의 달’의 15개의 성씨가 순서대로 ‘푸두 사이 회이普渡賽會’ 즉 제사 시합을 개최하기로 합의를 봅니다.

쉽게 말해 ‘푸두 사이 회이’는 싸움 대신 장저우와 췐저우 ‘너와 나’라고 구분 짓지 않고…만약 ‘천 陳’씨 순서가 되면 장저우 천씨와 췐저우 천씨 모두 힘을 모아 제사 시합에 함께 참여하고 준비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푸두 사이 회이’ 즉 중원절 제사 시합을 개최하면서 두 세력 간에 갈등과 싸움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중월절 제사 시합의 행사내용이 집안의 명예가 걸려져 있기 때문에 경쟁의식을 가지고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중월절 제사 시합을 준비하면서 장저우니 췐저우니 구분 지을 틈이 없게 되었습니다. 종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단합은 필수였죠.

이처럼 지룽 중원절의 출발은 사사건건 충돌이 일상이었던 지역의 두 이민사회의 갈등에서 화합으로 가기 위해 탄생한 것이었습니다. 본적 개념이 아닌 종친회 개념으로 1855년 처음으로 공동행사를 치른 다음, 오늘날에는 타이완 귀신뿐만 아니라 그것이 스페인, 네덜란드 ,정성공이 이끈  부대, 그리고 일본에 이르기까지 …머나먼 옛날 항구 도시 지룽을 차지하기 위해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먼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외국 영혼까지 확장되어…국적불문 모든 배고픈 혼령들에게 성대한 음식을 대접하는데요.

한국도 지역마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죠~ 지룽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청나라 군에게 희생당한 스페인, 네덜란드 등 글로벌한 혼령들을 위해  지룽 중원절 제사상엔 호화스런 타이완 식 음식외에도 치즈, 레드와인, 초밥 등의 외국음식을 올린 맞춤 제사상을 따로 준비하는데요.

독특한 제사상 그리고 해가 거듭할 수록 화려해지는 거리행렬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는 볼거리가 풍부해 지룽 중원절은 단순히 지룽 주민들만을 위한 지역 행사가 아닌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는데요. 매년 음력 7월이면 다양한 볼거리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지룽 중원절 행사는 타이완교통부관광국이 선정한 고유 민속행사 가운데 하나이며, 또한 2008년 문화부에서 중요문화자산으로 지정한 민속축제인데요.

타이완 문화국에서 중요문화자산으로 지정한 민속축제인 지룽 중원절에서 종친회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는 음력 7월 14일에 있는 수등두水燈頭 띄우기 행사입니다. 특히 바다에 수두등을 띄우기 전 시내에서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수등두 행렬이 있기 때문에 그해 행사를 주최하는 수등두 디자인에 굉장히 집착합니다.

지난 2014년 지룽 중원절 수등두 띄우기 행사 모습. [사진=ETtoday 제공]

2011년 류,탕,두 이 3개 성씨의 연합 종친회가 지룽 중원절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종친회 역시 수등두 디자인 때문에 골치가 아팠습니다. 그러다 두씨 종친회의 21살 청년 두 전 하오杜振豪에게 수등두 제작을 맡기게 됩니다.

21살 청년 두 전 하오는 1년에 걸쳐 넓이 3m가 넘는 역사상 가장 큰 수등두를 완성하게 되죠. 붉은 색의 중화 풍 전통 양식의 오로지 대나무와 종이로 만든 조형물은 당장 황제가 튀어 나올 것 같은 웅장한 궁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수등두를 만들면서 주변 사람들이 아니 바다에 띄우면 불에 태워 사라지는거 대충 만들어~ 했지만 두 전 하오는 외로운 귀신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칙칙한 색이 아닌 붉은색을 선택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을 만들었는데요.

인간문화재 두 덩 하오 장인이 1년에 걸쳐 완성한 역사상 가장 큰 수등두. 2011년 지룽 중원절 수등두 띄우기 행사에서 불에 태워져 사라졌으나 중화문화총회가 남긴 사진으로 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중화문화총회 제공]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하울이 살고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들었듯이 21살 청년 두 전 하오는 외로운 귀신들이 쉴 수있는 움직이는 성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 21살의 나이로 두 전 하오는 문화자산 기술보유자로 지정됐으며, 최연소 인간문화재가 되었는데요. 보유자가 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인간문화재 가운데 ‘최연소’입니다.

지룽 중원절 행사는 매년 음력 7월 한달 동안 열리는데요. 따라서 나머지 11개월 동안 최연소 인간문화재 두 전 하오씨는 헤어디자이너로 변신합니다. 부캐인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두 전 하오씨는 평상시 오른손의 가위를 들고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른다고합니다. 그런데 본캐인 인간문화재 두 전 하오씨는 수등두를 만들 때면 항상 왼 손의 가위를 들고 종이를 자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 최연소 인간문화재의 재주 많은 손을 정작 주위에선 ‘음양陰陽 손’이라고 부른다고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오른손은 이승의 있는 사람을 위해 사용하고, 반면 왼손은 외로운 저승의 이들을 위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요.

지난 해 지룽 중원절을 주최한 종친회 측 부탁으로 두 전 하오 장인이 만든 수등두. [사진=medium 제공]

신비한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같이 외로운 귀신들을 위해 아름다운 움직이는 성을 만들어주는 인간문화재 두 전 하오씨를 응원하면서 오늘 마무리 곡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을 들으며 방송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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