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소리 ‘경극’ 알리기에 앞장서는 ‘타이베이 시펑’

  • 2021.03.30
제갈공명으로 분장한 고(故) 구전푸 타이니 그룹 회장. 이 사진은 타이베이 시펑 3층 공연장 입구에 걸려있다. [사진=Rti 손전홍]

타이완 최대 시멘트 그룹인 타이니(台泥,Taiwan Cement)의 고(故) 구전푸辜振甫 회장은 동양의 소리인 경극을 사랑하는 경영인으로 유명합니다. 경극과 곤극을 비롯해 가자희, 타이완 원주민 음악 등 매혹적인 타이완의 전통소리를 타이완에 온 관광객들에게 전파하기 위해 구전푸 타이니 회장은 타이베이시 번화가인 중산베이루에 타이완 최초이자 타이완에서 유일무이하게 관광객을 위한 공연시설을 갖추고있고, 또한 정기적으로 전통 희곡 공연물을 공연할 수 있는 관광공연장인 ‘타이베이 시펑’을 지어 타이완의 전통소리를 세계 알리는 일에 앞장선 인물로 유명한데요.

오늘 레트로 타이완 시간에서는 타이완 최초 ‘전통 희곡’전용 관광공연장인 ‘타이베이 시펑’ 그리고 ‘타이베이 시펑’을 지어 타이완의 전통 소리를 보급하는 데 힘쓴 고(故) 구전푸 타이니그룹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명문 가문 중 하나로 꼽히는 장화현 루강 지역 구씨 가문에서 태어난 구전푸 타이니그룹 회장, 구 회장이 경극을 비롯해 전통문화예술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것은 그의 선친인 고 구셴룽辜顯榮의 영향이 컸습니다.

혼란스러웠던 일제 시기의 타이완, 사업가이자 정치가였던 구셴룽은 1915년 일본인으로부터 다다오청의 ‘단수이극장’을 사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극장을  리모델링하여 ‘타이완신무대’라는 세련된 이름의 경극 전용 극장을 오픈하죠. 또한 구셴룽은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당대 최고로 인기가 많았던 경극과 가자희 극단을 중국에서 초청하여 ‘타이완신무대’를 당시 타이베이 최초이자 가장 중요한 전통예술 공연극장으로 만들었죠.

일본어 보급 운동으로 일본어를 배워야 했던 암울한 일제시기의 타이완, 당시 ‘타이완신무대’는 그저 단순한 공연극장을 넘어 타이완 사람들에게 우리 고유의 언어인 중국어로 된 전통예술을 보며 잠시나마 답답했던 마음의 힐링을 주던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일본 식민지였던 타이완은 미군에게 무차별 폭격을 당했고, 안타깝게도 ‘타이완신무대’도 전쟁 중 공격을 받아 불타버렸습니다, 그리고 구전푸 회장의 선친인 구셰룽은 해방 전 고인이 되셨죠.

구셴룽辜顯榮(왼쪽)과 구전푸 타이니 그룹 회장의 어린 시절 모습. [사진=창비출판사 蒼壁出版 제공]

선친 구셰룽이 생전 각별히 아끼던 구전푸 회장은 경극 애호가인 선친을 따라 유년시절부터 경극 공연을 보러 자주 다녔고, 심지어 당대 최고의 경극 배우인 매란방, 담흠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중국으로 향했다고 하죠.

1988년 구전푸 회장은 경극을 발전 시키기 위해 ‘구공량문교기금회’를 설립해 아버지의 뜻을 계승합니다, 그리고 1991년 이 기금회는 매란방 등을 육성한 유서 깊은 베이징의 경극 학교 ‘리위안(梨園)’ 출신인 경극배우 리바오춘(李寶春)을 초청하여 경극계에서 떠오르는 유망주들과 리바오춘 선생의 콜라보 무대를 추진했으며,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선보인 이들에 무대는 전 세계 관객들에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에 힘입어 기금회는 1997년 리바오춘을 단장으로 초빙하여 ‘타이완신극단’을 꾸렸으며, 타이완의 전통소리를 관광객에게 널리 전파하기 위해 전통예술무대 전용 관광공연장인 ‘타이베이 시펑’을 지었습니다.

'리위안(梨園)' 출신인 경극배우 리바오춘(李寶春). [사진=CNA]

상징적인 표현기법이나 어려운 대사를 외우고 또 리듬에 따라 소리를 내고 정갈한 동작을 선보여야 되는 경극을 이해하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많이 먹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서부터 담흠배 등 당대 최고의 경극 배우들에 소리를 듣고 자란 구전푸 회장은 리위시(黎玉璽) 전 해군총사령관에 초대로 중화민국 해군이 주최한 행사에서 경극 공연을 할 정도로, 그가 상당한 경극 실력을 보유한 것은 경극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유명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리고 구전푸 회장의 아내 구옌줘윈(辜嚴倬雲) 여사 역시 유명한 경극 애호가입니다. 구 여사는 특히 경극에서 여자 역할을 칭하는 ‘단’의 대가로 사대명단(四大名旦) 가운데 한 명인 청옌추(程硯秋)가 창시한 경극 유파 ‘청파程派’를 가장 좋아했고, 또한 구 여사는 경극 애호가를 넘어 아마추어 경극 배우를 일컫는 ‘표우 票友’ 였습니다. 특히 구 여사는 경극에서 우아하고 품격 있는 몸짓 그리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단의 대표적인 배역인 청의(青衣)의 능했으며, 경극 작품 <숴링낭鎖麟囊>의 쉐샹린薛湘靈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해냈다고 합니다.

구전푸 타이니 회장(왼쪽)과 구옌줘윈(辜嚴倬雲) 여사.  [사진=Mirrormedia 제공]

구전푸 회장의 경우 이른바 경극에서도 인기만점인 삼국지를 소재로한 공연에서 촉나라의 제갈공명역할을 가장 잘 소화했고, 또 제갈공명역할은 구전푸 회장이 생전 가장 좋아하던 배역이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19 여파로 한국, 일본, 북미 유럽 국가 관광객에 발길이 뚝 끊겨버린 타이완, 이에 따라 관광공연극장이었던 ‘타이베이 시펑’도 지난해 2월부터 공연 중단을 결정했는데요, 그리고 1년여 만에 드디어!!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지난 28일부터 ‘타이베이 시펑’에서 현장 관람이 가능해졌고, 또한 해외 관람객들을 위해 온라인 실황 생중계를 한다는 것이었죠.

드디어 대망에 공연 당일인 28일 3층에 위치해 있는 공연장인 스민팅(士敏廳)으로 향하는 길, 스민팅 입구 왼쪽에 제갈공명으로 분장한 고(故) 구전푸 회장에 사진을 보니 드디어 경극 공연이 재개 되는구나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8일 제1부 공연에서는 노생을 연기하는 경극 배우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렵다고 칭하는 < 홍양동(洪羊洞)>이 무대에 올랐으며, 제2부는 액션 장면이 풍부한 미후왕(美猴王) 즉 손오공 시리즈 작품 중 하나인 <판스동(盤絲洞)>이었는데요.

경극 홍양동(洪羊洞) 공연 장면. 남자 주인공인 양옌자오(楊延昭) 역을 맡은 리롱셴李隆顯. [사진=구공량문교기금회@cfkoofoundation 페이스북 제공]

화려한 무예와 얼후,피파 등이 만들어낸 경괘한 소리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2부 <판스동>과는 달리 1부 <홍양동>을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실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 눈 여겨 보셔야 할 포인트는 바로 노생을 연기하는 배우가 내는 슬픈 소리인데요.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Koo Cloud Theater’에 올라온 <홍양동(洪羊洞)>과 <판스동(盤絲洞)> 공연 실황 영상은 28일부터 7일간 무료로 시청이 가능한데요.

이번 주에는 방구석 1열에서 보는 경극 공연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달래보시는 것은 어떠세요?

레트로타이완시간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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