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아티스트’ 후딩이, 臺 유일무이한 존재

  • 2021.03.23
폴리아티스트 후딩이. [사진=외교부 제공]

2012년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타이완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블랙 앤 화이트>.

영화 <맹갑>과 드라마 <삼생삼세 십리도화>로 한국에 알려진 타이완 배우 조우정, 안젤라베이비, 진의함, 황보, 장가휘 등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건달과 경찰을 의미하는 <블랙 앤 화이트>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삼합회 건달과 경찰이 우연찮게 엮인 거대한 범죄 액션 스릴러라는 특색 있는 스토리와 자동차 추격전, 무기밀매, 항공기 납치극, 총격 장면 등 숨 고를 틈 없이 이어지는 액션과 스릴 넘치는 매 장면은 관객들을 스토리에 빠져 들게 하는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영화 <블랙 앤 화이트>의 한 장면인 항공기 납치극 씬에서 추락하는 비행기 내부에서 머리 위 쪽에 노란 산소마스크가 툭 떨어지는 소리, 다다다하고 들리는 다급한 승무원에 발걸음 소리는 관객의 심장을 멎게 합니다.

영화 <블랙 앤 화이트> 포스터. [사진= 다음무비 제공]

그런데 이 스릴 넘치는 장면에서 우리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들이 가짜라고 한다면 믿어 지시나요?

리얼 오브 더 리얼한 소리를 만드는 폴리아티스트 후딩이胡定一은 자신이 만든 소리들로 관객들의 귀를 속였다고 고백합니다. 근데 당혹감보다는 오히려 놀라움이 듭니다.  과연 “어떻게 최적의 소리를 찾아 영화 <블랙 앤 화이트>에 삽입했을까” 라고 말이죠. 발걸음 하나에도 영화 속 주인공의 감정 그러니깐 매 씬 마다 달라지는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다는 그의 소리.

타이완을 대표하는 여배우 임청하가 출연한 1975년 개봉한 영화 <팔백장사八百壯士>를 시작으로  <매화梅花>,<허수아비稻草人>,<바나나천국香蕉天堂>,<후회 없는 청춘青春無悔>,<블랙 앤 화이트>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경력의 후딩이는 무려 천여 편의 영화 속 효과음을 작업했습니다. 타이완 영화산업에 그를 거치지 않은 영화인이 없을 정도로,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타이완과 홍콩에서 제작된 거의 모든 영화 속 음향을 담당한 폴리아트스트계의 전설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폴리아티스트 후딩이는 중화권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타이완 금마장金馬獎 영화상 최고의 음향효과상에 모두 4차례 후보로 뽑혔고, 폴리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중화권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 제54회 금마장에서 올해의 최우수 타이완영화인상年度台灣傑出電影工作者을 받았습니다.

폴리아티스트 후딩이가 2017년 제54회 금마장에서 올해의 최우수 타이완영화인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Rti]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장면에 어울리는 효과음이 아닐까 합니다. 배우의 감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스크린 밖 폴리 스튜디오에서 열연을 펼치는 음향의 마술사, 폴리 아티스트 후딩이. 이 관객이 모르는 소리 연기자는 온갖 효과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관객이 배우에 연기에 푹 빠져 스크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는데요.

영화 사운드 분야에서 유일하게 아티스트라는 칭호가 따르는 직업인 만큼, 폴리아티스트는 대사, 음악, 일반적인 배경음을 제외한 모~든 소리를 직접 만듭니다. 뼈가 부러지는 장면이 나왔다고 실제로 배우의 뼈를 부러뜨릴 수는 없는 법. 어떤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여 뼈가 부서지는 장면에 적합한 소리를 만들어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폴리아티스트의 숙명입니다. 예컨데 후딩이 선생님께서 말하시길 몇 해 전,한 영화시상식에서 만난 루마니아에서 온 한 폴리아티스트가 후딩이 선생님에게 “영화 속에서 뼈가 부러지는 장면에 무슨 재료를 사용하였길래 그렇게 생생한 소리를 담을 수 있는 것입니까? 선생님”하고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후딩이 선생님께서는 리얼한 소리에 비밀은 바로 타이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과일의 하나인 “말린 용안龍眼 껍질”로 만든 소리라고 답했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의 궁금증을 푼 폴리아티스트는 타이완을 떠나기 전 타이완 전통시장인 디화제에서 말린 용안을 구입해 루마니아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하는데요.

뼈가 부러지는 리얼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말린 용안龍眼 껍질" [사진=외교부 제공]

영화 한 편에서 폴리아티스트가 만든 소리는 약 1만개 정도, 커다란 스크린 장면 속 밥을 먹거나 심지어는 한숨을 푹~쉬는 소리는 모두 배우들이 내는 소리 같지만 사실은 모두 효과음의 꽃이라 불리는 폴리아티스트가 제작한 소리인 셈입니다.

아니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의 모든 소리를 녹음을 할 텐데, 왜 굳이 폴리 아티스트가 소리를 만들까 생각되시죠? 그 이유는 영화 현장에서는 주로 배우가 주고 받는 대사 위주로 녹음을 할뿐더러, 사소하고 작은 소리는 촬영 공간에 따라 변질,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좀더 과장되고 큰 소리로 매 장면과 어울리는 소리를 만들어 영화의 몰입도를 살리기 위한 목적도 있죠. 이런 부분들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들어섰음에도 직접 도구들을 사용해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한 소리를 만들어 입히는 폴리 아티스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요.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영화 <링>의 사다코가 내는 기이한 소리나 <폴리스스토리>의 격투 장면 속 바람을 가르는 주먹 소리, 영화 <황후화>의 마지막 장면 속 활 소리 등은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폴리Foley’라는 말은 1930년대부터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효과음계의 대부 잭 폴리Jack Foley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잭 폴리는 발소리만으로 작품 속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인정받은 인물로, 훗날 몸으로 효과음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두고 폴리아티스트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효과음계의 대부 잭 폴리.[사진=Irish American LLC 제공]

영화 종사자들이 밀집해있던 타이베이 난징동루南京東路와 젠궈베이루建國北路의 군인 주택 眷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후딩이 선생은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서 무료로 틀어주는 영화를 보면서 또한 영화 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던 이웃들을 보고 자라면서, 폴리아티스트라는 직업은 그에게 우연이 아닌 운명적인 것이었습니다. 군 제대 후 1975년 타이완 최대의 영화사이자 과거 국영기업이었던 ‘중영中影’에 입사시험에 합격하게 되었고, 영화 팀에 막내로서 선배들에게 몇 년간 열심히 배우며 혼도 나면서 23살에 영화계에 발을 들인 후딩이 선생은 팔백장사를 시작으로 중영에서 40 여 년간 폴리아티스트로서 활동했는데요.

최첨단 촬영 장비와 CG기술로 만들어진 영화 장면에 더해진 생생한 효과음,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어!!저 소리뭐야 하고 느낀다면 절대 안돼죠!! 폴리아티스트의 목표는 관객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 거리낌없이 화면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인데요. 자연스런 소리를 제작하기 위해 폴리아티스트는 소리를 모으는 일의 게을리 하면 안된다고 후딩이 선생은 말합니다.

후딩이 선생은 시간이 날 때마다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골동품가게를 둘러보면서 이것 저것 두들겨 보고 소리를 들어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길가에 있는 돌을 톡톡 건드려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또 남들이 쓰레기라고 버린 나무 의자도 주워서 자신의 스튜디오로 가져오기도 하죠. 그의 작업실에 있는 군화, 운동화, 면도기 등 갖가지 물건들, 후딩이 선생님은 모든 물건들에 소리를 기억하고 계시다고 하는데요.

폴리스튜디오의 물건들.  [사진=외교부 제공]

타이완의 유일무이한 전문 ‘폴리아티스트’인 후딩이 선생님은 2015년 중영에서 퇴직하고 현재는 프리랜서 폴리아티스트로 간간히 작품의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폴리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하셨는데요.

한편, 40여 년간 폴리아티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은 것은 영화 <애정만세>입니다.

영화 애정만세 포스터. [사진= FLiPER Creative 제공]

1994년 배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영화사 중영이 육성한 타이완을 대표하는 차이밍량 감독의 작품인데요. 거의 대사가 없이 오로지 인물들의 몸짓과 표정으로만 채워지는 영화 <애정만세>는 영화가 시작되고 20 분이 지나서야 여자 주인공의 첫 대사가 들려옵니다. 이 작품은 후딩이 선생님이 기상천외한 물건들로 만든 아날로그 효과음을 감상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영화인데요. 특히  선생님은 <애정만세>에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 여자주인공이 6분 동안 말 없이 울며 다안선린공원大安森林公園을 걷는 장면을 가장 애착이 가는 씬으로 꼽았습니다. 6분이 넘는 롱테이크 방식으로 촬영한 이 장면은 여자주인공의 감정 그리고 흙과 잔디를 오가며  달라지는 발소리를 분석해 NG없이 한번에 6분이 넘는 영상에 딱 맞는 소리를 만들어냈다고 하는데요. 후딩이 선생님이 만족한 이 장면은 여자주인공 메이를 연기한 여배우 양궤이메이 역시 자신의 감정을 잘 살려내 주었다며 굉장히 맘에 들어 했다고 합니다.

폴리아티스트 후딩이가 가장 애착이가는 씬으로 꼽은 다안선린공원 장면.  [사진= FLiPER Creative 제공]

이름만큼이나 생소하면서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폴리아티스트의 세계, 이제 타이완 영화를 보시게 된다면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세요~

 [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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