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최초 백화점, 린 백화점

  • 2021.03.16
[사진= 린 백화점 제공]

레트로타이완 시간입니다.

타이완의 1호 백화점은 어디일까요?

타이완에 처음 들어선 백화점은 1932년 12월 3일 일본인에 의해 설립된 쥐위엔菊元 백화점이었습니다.

타이완 최초의 백화점인 쥐위엔 백화점.  [사진=자유시보自由時報 제공]

현재 타이베이시 중정구中正區와 헝양로衡陽路 교차지점에 세워진 쥐위엔 백화점의 당시 모습이 담긴 옛 사진들을 보면 그저 놀랍습니다. 지상 6층, 옥상 1층으로 구성된 쥐위엔 백화점은 당시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는데요. 그리고 내부에 설치된 최신식 엘리베이터와 7층 옥상에 있는 전망대를 비롯해  5층에 자리잡은 유명한 쥐위엔 식당은 점심•저녁 시간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1945년 해방된 뒤 일본인들이 떠난 타이완에 남겨진 쥐위엔 백화점은 난양南洋 백화점, 양양洋洋 백화점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명맥을 이어갔지만, 잇따른 실적부진과 영업이익 감소로 결국 1979년 국태세화은행Cathay United Bank, 國泰世華銀行이 쥐위엔 백화점을 매각하게 되었는데요.

국태세화은행이 사무실 건물로 사용 중이다. [사진= ETtoday뉴스 제공]

과거 사회적 역할이 커진 모던걸들의 소비 공간이던 타이완 최초의 백화점인 쥐위엔 백화점은 아쉽게도 현재는 더이상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아닌 국태세화은행에서 사무용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그럼 타이완에서 현존하는 가장 역사가 깊은 백화점은 어디일까요?

바로 1932년 타이베이에 자리잡은 쥐위엔 백화점이 개점하고 정확히 3일 뒤인 12월 5일 타이완 남부 타이난에서 문을 연 린林백화점입니다. 타이완에서 두 번째로 오픈했으며 타이난 최초의 백화점인 린 백화점 혹은 하야시 백화점이라고 불리는 이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은 리모델링을 거쳐 2014년 재개장 했는데요.

1930년대를 타임슬립 하는 것 같은 고풍스러운 내부 공간과 유럽 궁전을 떠오르게 하는 건물 외관 덕분에 린 백화점은 오픈 시간부터 영업 종료 시간까지 전국에서 모인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요.

사람들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린 백화점,  미리 알면 더욱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눈여겨봐야 할 린백화점의 관전 포인트!!

첫 번째는 바로 아름다운 건물 외관입니다. 당시에 유행하던 스크래치타일로 지은 린백화점 건물은 요리보고 저리 봐도 오래된 유럽 궁전을 보는 것 같은데요.

[사진= 린 백화점 페이스북@HAYASHI.TW 제공]

그리고 두번째는 바로 1층에서 사용 중인 2개에 유리 진열장입니다. 1932년 오픈하는 순간부터 린백화점과 함께한 이 유리 진열장에는 작은 이야기도 담겨있는데요.

73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간 두 개의 유리 진열장. 사진 중앙에는 타이난 시장 라이칭더이다. [사진= ETtoday 뉴스 제공]

1945년 해방된 후 린백화점을 운영하던 하야시 일가가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린백화점은 자연스레 폐업 하게 되었는데요.  폐업 당시 백화점 직원이었던 리시췐李錫銓은 자신이 14년간 근무했던 린백화점을 추억하기 위해 린백화점 사장인 하야시 토시에게 이 두 개에 유리 진열장을 구매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야시 토시는 리시췐에게 선물로 주려 했지만 리시췐은 끝내 1원이라는 돈을 주고 진열장을 구매 하게되었고, 그렇게 이 두 개에 유리 진열장은 린백화점을 떠나 리시췐이 운영하던 골동품가게로 옮겨졌는데요. 리시췐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그의 아들은 아버지가 소중히 아끼던 이 두 개의 유리 진열장을 2009년 타이완 역사박물관에 기증하였는데요. 비록 리시췐 씨는 리모델링 후 다시 오픈한 린 백화점을 보지 못했지만, 리모델링 후 린 백화점이 2014년 재개장을 하게 되면서 타이완 역사박물관에서 리시췐 씨가 소중히 간직하던 이 두 개의 유리 진열장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현재 일층 매장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이 두 개의 유리 진열장은 그야말로 과거 화려하던 린 백화점에 전성기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역사가 담긴 가구입니다.

그리고 8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번 타보겠다고 너도 나도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줄지어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체험 역시 빠질 수 없는 포인트입니다.

과거에는 최신식이었다는 엘리베이터, 제가 실제로 눈앞에서 본 엘리베이터의 모습은 오래된 영국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엘리베이터 같았습니다. 특히 층수를 가리키는 숫자 표시는 마치 아날로그 시계를 보는 것 같았는데요.

빈티지한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판. [사진= 린 백화점 페이스북@HAYASHI.TW 제공]

마지막으로 린 백화점하면 바로 옥상에 자리 잡은 신사입니다.

린 백화점 옥상에 신사.  [사진= 린 백화점 페이스북@HAYASHI.TW 제공]

과거 린백화점의 주인이었던 하야시 호우이치가 기업에 번창을 기원하기 위해 옥상에 세웠던 신사는 현재 타이완이나 한국의 백화점 빌딩 건물 옥상에서는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인데요. 옥상에 있는 토리이 즉 신사 앞에서 볼 수 있는 빨간색 기둥 문을 마주하게 되면,  너무나도 타이완 같지 않은 이국적인 광경에 제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기와 공간이 새삼 색다르게 느껴졌는데요. 또한 세계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5층과 6층에 남겨진 선명한 총탄 흔적은 타이난의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린 백화점에 남은 선명한 총탄 자국 .  [사진= 린 백화점 페이스북@HAYASHI.TW 제공]

저녁이 되자 은은한 조명으로 더욱 빛나는 린백화점, 자본주의 시기 옛 타이난 사람들이 일시적이나마 신분 상승을 체험할 수 있는 ‘꿈의 동산’이었던 린백화점, 80여 년이 지난 현재 이 아름다운 건축물은 우리에게 타이완의 지난 역사와 과거에 신문물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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