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리어왕’과 경극의 만남 이끈 우싱궈

  • 2021.02.16
리어자이츠 포스터. [사진=CNA]

조부모님부터 손주까지 3대가 함께 웃고 울며 즐길 수 있는 흔치 않는 작품 리어자이츠李爾在此.

오늘 레트로 타이완 시간에서는 초연된 이래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티켓 오픈이 시작되자마자 순식간에 전석 매진되는 경극 리어자이츠李爾在此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합니다.

대부분 경극이라 하면 홍콩 배우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 패왕별희를 가장 먼저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전 경극하면 어릴 적 부모님 손의 이끌려 예술의 전당에서 보았던 리어자이츠 무대가 가장 먼저 떠오는데요.

리어자이츠의 리어李爾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유명한 리어왕의 노왕老王 리어이고, 자이츠在此는 이곳에 있다이며 리어자이츠는 리어왕이 여기 있다라는 뜻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King Lear)과 경극 언뜻 보기엔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영국과 타이완 두 나라의 전통예술이 만나 오묘하게 엮어 풀어낸 독특한 무대 리어자이츠李爾在此.

고리타분한 경극과 셰익스피어의 고전 명작이 만나면 얼마나 따분할까? 심오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경극 배우이자 영화배우인 우싱궈吳興國의 연기력으로 저 멀리 훨훨 날려 버릴 수 있다는 사실.

셰익스피어의 명작 리어왕의 5막극을 해체하고 3막으로 재창조한 리어자이츠는 타이완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관람객들을 움직이는 뛰어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경극 배우이자 영화배우인 우싱궈가 연출‧각색‧작곡‧주연을 맡아 20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되었으며,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배우 우싱궈는 조명 불빛 아래서 2시간 가까이 경극 연기 기법에 맞추어 혼자 10개 배역을 소화해냅니다.

어느 순간 그는 기다란 하얀 수염이난 늙은 왕인 리어왕이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재산을 노린 두 딸 거너릴(Coneril)과 리건(Regan)이 되어있고, 또 어느 순간 글로스터 백작 가문에 에드가와 에드먼가 됩니다. 웬만한 연기력으로는 감히 시도조차 어려울 듯한데, 우싱궈 배우는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냅니다. 배역과 맞게 갖추어 입은 의상과 분장, 더불어 배역에 맞게 바뀌는 손동작이나 섬세한 표정 연기는 남녀노소 불문 모든 관객을 매료시키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내뿜습니다.

리어자이츠의 주연배우이자 연출가인 우싱궈의 무대를 본 영국 매체 더 타임즈는 그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셰익스피어 연극 전문 배우로 세계적 명성을 쌓아 온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를 떠올리게 한다고 극찬한바 있으며, 영국 언론 더 가디언즈는 타이완의 오손 웰즈라고 우싱궈의 연기에 대해 찬사를 보냈습니다.

매회 공연을 마치고 머리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우싱궈 감독은 영화와 경극을 넘나들며, 타이완 최고의 경극 배우이자 영화배우 연출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 수석 무용수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우싱궈 감독은 타이완으로 돌아와, 경극의 현대화를 목표로 서양 고전을 경극의 틀에 녹여 풀어내는 작품 만들기 위해 1986년 극단 타이완당대전기극장을 창설했습니다.

타이완당대전기극장이 선보인 리어자이츠를 비롯한 주옥같은 작품들은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는데요, 우싱궈 감독은 2011년 프랑스 정부가 음악과 미술 영화 등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문화예술공로 훈장 슈발리에(Chevalier)를 수상했으며, 지속적으로 경극과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정부로부터 이등경성훈장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희극원과 웨우잉국가문화센터에서 다시 막을 올렸던 리어자이츠는 티켓 오픈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전석 매진이 됐습니다.

경극이라 하면 자칫 시니어 관람객들이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 리어자이츠에 공연장에 가보면 대부분 저와 같이 어린 시절부터 우싱궈 감독님에 작품을 봐온 20‧30세대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고리타분한 예술의 한 유형으로 자칫 젊은 세대에게 홀대를 받을 수 있지만 경극 리어자이츠는 이런 편견을 깨고 충성도 높은 2030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데요.

두 시간 동안 배우 혼자서 남자와 여자를 넘나들며 10개의 배역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소화해내야 하는 리어자이츠는 젊은 경극 배우에게도 체력적으로 소모가 대단한 작품입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우싱궈는 지난해 20주년 공연을 끝으로 리어자이츠에 무대에 다시는 설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는데요.

리어자이츠 20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다시 리어왕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며 눈물을 글썽이는 우싱궈 감독. [사진=CNA] 

그러나 너무 아쉬워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대전기극장에 다른 작품을 통해서 우싱궈 감독님에 환상적인 연기를 계속 볼 수 있고, 또한 우싱궈 감독은 당대전기극장이 2016년 설립한 흥전기청년극장(興傳奇青年劇場)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경극 기술을 전수하고 인재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기회가 되신 다면 국보급 경극 배우 우싱궈에 작품을 현장에서 감상해보시길 바랍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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