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가 바뀐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돌아보고, 타이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 패션 등 타이완의 레트로 감성에 푹 빠져드는 시간! 손전홍의 레트로타이완입니다.
타이완인들의 야구 사랑은 못 말릴 정도입니다. 야구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야구를 하는 비율도 높은데요.
야구는 타이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자 리그의 프로화가 이루어진 스포츠 종목으로 타이완 야구 국가대표팀의 성적을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승을 차지하려던 꿈은 무산됐지만, 올해 타이완 리틀 야구 대표팀으로 선발된 타이베이 푸린 초등학교 야구부는 올해 7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권 청소년 야구대회에서 우승을, 또 올해 8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 2022 세계리틀리그야구월드 시리즈에서는 3위에 오르며, 타이베이 푸린 초등학교 야구부는 올해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를 기점으로 명실상부 전국 초등학교 야구의 강자임을 증명하면서 프로 야구 선수를 꿈꾸는 타이완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꼽는 신흥 야구 명문 학교로 급부상했습니다.
미래의 야구선수를 꿈꾸는 타이완 야구 꿈나무들은 굵질 굵직한 프로 야구 선수를 배출해낸 전통 야구 명문 학교에 진학해 프로 진출에 꿈을 키울 뿐만 아니라 요즘 타이완 아이들이 TV 스포츠 채널을 통해 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키우고 있다면 중화민국, 타이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허리 세대인 3050세대는 종이 만화세대 답게 야구 만화를 보고 자신이 국가대표가 되는 상상을 하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야구 만화 가운데서도 1990년 10월에 발표된 임정덕 작가의 ‘영건(YOUNG GUNS)’은 타이완의 프로야구가 국내에 출범하고 첫 정규 시즌 경기가 치뤄진 1990년 3월 직후 등장해 당시 야구 열기만큼 인기가 대단했고, 당시 야구꿈나무들은 임정덕의 영건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죠.
오늘 레트로타이완에서는 어린이용으로만 여겨졌던 타이완 국내 만화 시장에 어른을 끌어들이는 데 큰 공을 세운 임정덕 작가의 ‘영건’에 대해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에서는 90년대 초 프로야구가 개막되면서 본격적인 야구 만화의 전성기가 펼쳐집니다.
프로야구와 함께 1990년대 소년 만화에서 스포츠 장르 가운데서도 야구가 핵심 장르로 떠오르며, 개그감각이 번뜩이는 코믹만화로 큰 인기를 끈 아오여우상敖幼祥 작가 표 야구만화 《프로야구 광상곡職棒狂想曲》, 또 불법도박과 승부조작 등 화려해 보이는 프로 야구의 겉모습에 가려진이면을 조명한 종멍순(鍾孟舜)작가의 야구 만화《폭력야구爆力棒球》, 청정종曾正忠 작가의 《변화구變化球》,또 오늘 레트로타이완에서 집중 조명하는 임정덕 작가의 ‘영건’ 등 19990~2000년대 발표된 타이완표 야구만화는 지금 타이완의 3050세대의 영혼 깊숙한 곳에 각인 시켰습니다.
1990년대에 타이완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종이 만화책을 즐겨 봤다면 오늘 집중 조명하는 임정덕의 <영건>을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청소년 만화인데도 당시 성인 독자가 만화방을 뻔질나게 드나들게 만들어 ‘제2의 만화방 전성기’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타이완 만화는 임정덕의 <영건>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임정덕의 ‘영건’은 이전 일본의 야구만화와는 완전히 다른 타이완만에 감성이 페이지 장면마다 깊숙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또 남자 주인공 원건평과 여자주인공 소혜문, 그리고 양일휘, 기유란 등 주변인물의 완벽한 캐릭터 설정은 물론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감성이 담긴 주옥 같은 대사 등 만화작가 임정덕의 연출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만화의 대박 공식인 고등학생, 첫사랑, 우정, 삼각관계, 인기 스포츠인 야구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임정덕의 ‘영건’은 야구만화, 학원물의 교과서로 불리며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내내 독자들은 열광하기도 하고 울컥하게 했습니다. 임정덕의 <영건>은 어린이들의 책으로 인식되던 만화책을 성인들의 영역까지 확대시켜 그야말로 만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0년대 당시 임정덕의 영건의 인기는 어느정도 였을까요?
임정덕의 영건은 1992년 만화잡지 《TOP》에 연재될 당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만화 ‘슬램덩크’에 뒤를 이어 인기랭킹 2위를 차지 했을 정도로 스포츠만화의 강호 일본의 슬램덩크에게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었던 유일무이한 타이완 순수 창작 스포츠만화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습니다.
타이완 만화 단행본 사상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해 만화의 종주국인 일본에까지 역수출에 성공한 기념비적인 작품인 임정덕의 야구만화 ‘영건’의 인기는 대중음악으로도 이어져 1995년 타이완 인기 보이그룹 L.A.BOYZ가 부른 영건의 주제가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또 영건의 남자주인공 원건평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한다는 오토바이 광고 단독 모델로 발탁되어 역대급 존재감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음악, 광고, 게임 등의 소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한 임정덕의 영건은 지금 콘텐츠 시장에서 웹툰 돌풍이 불고, 웹툰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이 활발히 제작되게 된 단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될 점은 또 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 어렸을 땐 멋모르고 지나쳤던 영건 속 등장인물들의 패션 스타일은 시대를 앞서 간 듯 21세기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아 요즘 젊은 세대들이 따라 입고 싶은 힙한 레트로패션으로 다시 재조명 되고 있습니다. 또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타이완 인기 보이그룹 L.A.BOYZ가 불렀던 ‘영건’의 주제곡은 식을 줄 모르는 만화의 인기와 함께 여전히 모두에게 불려지고 있죠.
오늘 레트로타이완 엔딩곡은 만화 원작과 함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L.A.BOYZ가 부른 임정덕 작가의 영건의 동명 주제가 ‘영건’을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손전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