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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을 만나다] 전통 향香을 만드는 장인, 양스위

  • 2022.06.07
레트로 타이완
전통 향香을 만드는 제향사 양시위(楊時毓) 선생님.[사진 = Rti 손전홍]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사찰이나 법당에 가면 기다란 선향을 피웁니다. 불교뿐 아니라 가톨릭 역시 부활대축일, 사제 서품 미사 중 향을 피우는 분향 예식이 있고, 또 우리와 조상이 만나는 자리에도 늘 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불당, 사찰, 성당이 아닌데도 분위기 좋은 카페, 힙한 술집에서도 심심찮게 향을 볼 수 있습니다. 불교 신자가 아닌데도 평상시 향을 피우는 일이 늘어 나면서, 향의 종류와 관련 물품도 다양해졌습니다.

타이완 전국 사찰이나 동네 작은 도교 사원을 방문하면 향을 모락모락 피우며 향 공양을 올리는 방문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집에 신이나 조상의 제단을 만들어 놓고 365일 매일 향을 피우는 타이완! 향은 타이완인들의 일상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전통 향을 만드는 제향사製香師로 살아온 양시위(楊時毓) 선생님과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공유해 드리며 향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차례를 올릴 때 혹은 사찰이나 법당에 있는 향로에다 피우는 전통 향에서는 주로 침향 등 나무 냄새 같은 은은한 자연의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라면, 요즘은 숲에 온 느낌을 주는 민트향부터 장미를 섞은 꽃향, 라임향, 자몽향까지 싱그러운 냄새가 특징인 과일향 등 향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비록 향의 종류와 모양은 다양해졌지만 향을 피우는 목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연기를 통해 하늘에 있는 신과 닿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어 향을 피워 나쁜 냄새를 없애고 주변을 정화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본질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향을 피우는 풍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도 널리 행해지고 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5월 25일 오전 북동부 이란에 위치한 이란전통예술센터(宜蘭傳藝中心)를 방문했습니다. 이란(宜蘭)현 우지에(五結)향에 위치한 이란전통예술센터는 타이완 전통 음악과 춤부터 타이완 전통 공예 기술까지! 타이완 전통 문화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무엇보다 타이완 전통 문화를 보호하고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전통 기술 보유자와 젊은 인재를 적극 지원하고 나아가 이들 기술 보유자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전통 전승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화민국 문화부에서 설립했고, 지난 2003년 4월에 정식 개관했습니다.

이란전통예술센터 중심에는 대학수능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님들이 찾는 소원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공부의 신! 수험의 신! 시험 합격을 관장하는 문창제군(文昌帝君)을 주신으로 모시고 있는 문창사(文昌祠)입니다.

공무원 시험 혹은 수능이라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을 앞두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원하며 문창사를 방문하는 수험생과 부모님들 사이에서 꼭 사는 합격 기원 아이템이 몇 가지 있습니다. 시험 문제가 술술 풀린다는 문창사에서 판매하는 수능전용연필 문창필(文昌筆)과 과거 청나라 시기 시험에 합격한 무신과 문신들이 입은 옷 중앙 수놓았던 수를 부적으로 만든 ‘일품 평안부적(一品平安符)’도 베스트 상품입니다.

수능 합격 선물도 중요하지만 문창사에 가면 모두들 이걸 먼저 합니다. 바로 향에 불을 붙이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합격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문창대제에게 빈 뒤 경건한 마음으로 향로 중앙에 반듯하게 향을 꽂습니다.

향香. 수많은 수험생들이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란전통예술센터 내 문창사에서 올리는 …향공양에 쓰는 향은 다른 절이나 사원과는 조금 다르고 또 특별합니다. 향공양에 올리는 향은 전부 이란전통예술센터 내 전통향 가게인 문창향포 사장님이자 30년이 넘는 세월을 전통 향을 만드는 제향사로 살아온 양시위 선생님이 만든 향인데요.

오후 2시 고즈넉한 문창사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양시위 선생님이 계신 문창향포로 향했습니다. 양시위 선생님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선생님은 전통 향의 제조 과정을 보여주신다면서 일층 입구에 마련된 작업실로 들어가셨습니다.

1]먼저 선생님은 100개 정도되는 기다란 대나무 한 뭉치를 물에 3분의 2정도를 담궜습니다. 그리고 2]물에 적신 기다란 대나무를 천연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남목피와 침향, 한약재를 배합한 가루를 묻혀주었습니다. 이어 3]남목피와 한약재를 배합한 가루를 묻힌100개 정도 되는 기다란 대나무가 뭉치지 않도록 부채를 탁 펴듯 펼쳤다 하는 전향(展香)이라 불리는 과정과 4]기다란 대나무 뭉치를 탁탁 소리를 내며 돌리는 두향(抖香)이라 과정을 보여주셨습니다.

5]물에 담갔다, 가루를 묻히고, 뭉치지 않도록 부채처럼 탁 펴듯 펼치는 전향과 탁탁 돌리는 두향 과정을 총 4-5회 거치면 전반 과정이 마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6]이후 1시간 동안 향을 말리고 난 뒤, 중요한 과정이 하나 더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7] 가루를 안 묻힌 3분의 1부분 그러니깐 손잡이 부분에 빨간색으로 물을 들이는 과정이 남아 있는데요. 기다란 대나무 끝부분에 빨간색으로 물을 들인 뒤 8]다시 하루 정도 건조시키면 이란전통예술센터 내 문창사에서 사용하는 향공양 전용 전통 향이 완성됩니다.

건조 중인 전통향. (참고 *** 인터뷰 당일 비가 오는 관계로 실내에서 건조했지만, 화창한 날에는 실외에서 향을 건조합니다.)[사진 =Rti 손전홍]

가루가 흩날리는 작업실에서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전통향을 만드시는 양시위 선생님의 맑은 눈을 마주했을 때, 저도 모르게 자세를 꼿꼿이 고쳐 않을 정도로 경건한 마음으로 전통 향을 만드시는 양 선생님을 보며 전통향 문화의 보급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선생님의 노력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선생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전통 향의 향기를 코 끝으로 느끼며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통향의 매력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향을 피우고 오래 맡으면 우리 건강에 해롭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온몸에 향 가루를 뒤집어쓴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선생님을 포함해 타이완 전통향을 만드는 제향사들은 제조과정에서 인공화학성 접착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전통 방식에 따라 오로지 물과 만나면 천연 접착작용을 하는 남목피를 사용하고, 또 최상급 침향, 산사, 계피 등 천연 목재와 한약재를 배합해… 먹어도 될 만큼 몸에 좋은 재료들을 곱게 갈은 가루로 향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일반 향과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또 평소 향을 피우는 소비자가 늘면서 양 선생님은 향공양에 사용되는 기다란 막대 모양의 선향 외에도 여성들에게 좋다는 쑥을 재료로 만든 뿔 모양의 탑향, 또 유황, 백단 등 재료를 배합한 모기향 처럼 말린 코일향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 모두에 이로운 은은한 향이 매력적인 타이완 전통향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며 알리고 있는 제향사 양시위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향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드렸는데요. 그럼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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