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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타이베이 미국 총영사관 건물, 지금은 독립예술영화관으로!

  • 2022.04.26
레트로 타이완
예술영화 마니아들의 성지로 재탄생한 옛 미국 총영사관. [사진=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 페이스북 캡처]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타이베이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타이베이 중산베이루를 걷다 보면 휘황찬란한 백화점과 5성급 호텔 그리고 회색빛의 무미건조한 건물들 사이에서 순백색의 2층짜리 근대 서양 건축물 한 채가 불쑥 나타납니다. 울창한 가로수길 사이로 우아한 건축미를 자아내는 이곳은 1926년에 지어진 옛 미국 영사관이었던 곳입니다.

백색의 단아한 서양식 2층 건물은 현재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SPOT-Taipei Flim House)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96년 전에 지어져 옛 미국 영사관으로 쓰이다 원형 그대로 유지된 채 현재는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로 사용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내부에는 타이완 독립 영화를 비롯해 해외 예술영화를 두루 상영하고 있는 타이베이에 안에 있는 몇 안되는 88석짜리 단관 극장 ‘스팟 시네마(SPOT-CINEMA)’를 비롯해 문화·예술 관련 워크숍을 개최하고 아트스트들과 교감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컨퍼런스룸, 또 평소 접하기 힘든 타이완 영화와 해외 독립예술 영화와 관련된 각종 굿즈를 판매하는 디자인아트숍, 소규모 홀과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습니다.

◆ 조용한 분위기 좋아하는 예술영화 마니아들의 극장,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

특히 멀티플렉스관에서 개봉하지 않은 독립 영화를 볼 수 있는 타이베이 가로수길 중산베이루 2단 18번에 위치한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 내 단관극장은 타이완에서 편견 없는 생각과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립 예술영화 마니아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독립예술영화관입니다.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한 세기 가까이 기적같이 제 모습을 온전히 지켜온 옛 미국 영사관으로 쓰여졌다 그 정체성을 간직한 채 독립예술마니아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독립예술영화의 성지’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로 재탄생한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보도록하겠습니다.

미국 영사관으로 지어진 이 눈처럼 새하얀 순백색의 이국적인 2층 건물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청나라 말 영국과 독일이 잇따라 북부 타이베이와 단수이, 남부 안핑 등 지역에 공사관을 설치했습니다. 미국 역시 지정학적으로 타이완의 중요성을 눈여겨 보고 1913년 북부 다다오청 추산제에 최초의 미국 공사관을 설치합니다. 처음 다다오청 한 편에 공사관을 열었던 미국은 1916년 다정딩 (지금의 장안동루 부근)으로 공사관을 이전하고, 주타이베이 미국 영사관’으로 격상합니다.

영사관의 규모를 확장하고 화려한 영사관 건물을 짓기 위해 미국은 1925년 타이완 총독부에게 영사관 부지로 지금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가 된 375㎡ 크기의 땅을 매입하겠다고 요청 하였으나 거부당합니다. 별 수 없이 미국은 당시 토지 소유주였던 타이완 토지 건설 주식회사에게 토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타이완 총독부에게 승인 받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위치에서 1925년 착공하여 이듬해인 1926년 10월 8일에 영사관을 완공합니다.

처음엔 다다오청에서 이후 다정딩에 영사관을 열었던 미국은 1926년 10월 순백색의 2층짜리 영사관 건물을 신축하여 이전하게 되지만, 1941년 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면서 일본에 의해 미국 영사관은 잠시 폐쇄되었다가 해방 이후인 1946년 다시 문을 열었고, 이후 국부천대라고 하죠, 1949년 중화민국 정부가 중국 난징에서 타이베이로 이전하게 되면서, ‘주 타이베이 미국 영사관’은 한 단계 더 격상해 ‘주 타이베이 미국 총영사관’으로 승격하게 됩니다.

이후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중화민국, 타이완과 미국의 관계는 더 돈돈해 집니다. 미국은 타이완 주재 미국 대사를 파견하는 동시에 지금의 베이먼 부근의 정식적인 미국 대사관을 설치합니다. 대사관이 베이먼으로 옮겨지며 기존의 주타이베이 미국 총영사관 건물(순백색의 2층짜리 건물)은 미국 해군무관처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가 이후 타이완 주재 미국 대사 관저로 용도를 변경하게 됩니다.

그리고 1978년 12월 15일 미국의 카터 대통령과 중국의 화궈펑 주석은 동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미중간에 합의한 공동성명을 발표합니다. 이 발표는 타이완뿐 아니라 타이완 주재 미국 대사 관저로 쓰이고 있던 순백색의 2층짜리 건물에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옵니다.

미국의 카터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미중은 1979년 1월 1일부터 외교관계를 수립하며 미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다”라고 발표합니다. 즉 미국 정부는 1979년 1월 1일을 기해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외교 관계를 수립하면서 중화민국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게 되고, 이에 따라 1979년 2월 28일을 기해 주타이베이 미국 대사관이 폐쇄되었고, 타이완 타이베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미국 대사 레오나드 언거(Leonard Unger)이 미국 대사 관저를 떠나며, 이 흰색에 이국적인 건물은 갑자기 할 일을 잃었고 1979년 최종적으로 폐쇄됩니다.

미국과의 수교 단절 후 방치되어 있던 이 사연많은 건물은 1997년 3급 고적으로 지정되면서 변화가 찾아옵니다. 당시 타이베이 시정부는 쓸모가 없어진 건물, 폐허가 된 이 오래된 건축물의 역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 가치를 입혀주기 위해 노력했고, 여기에 전세계 반도체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TSMC가 운영하는 TSMC문교기금회의 든든한 금전적인 지원 덕분에 수교 단절 후 방치되어 있던 옛 미국 대사관저는 건물을 부수는 대신, 전체적인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리모델링되어 다시 재모습을 되찾았습니다. 타이베이시정부와 복원과정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던 TSMC문교기금회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의 운영을 타이완 영화 문화 협회(台灣電影文化協會)에게 맡깁니다. 참고로 타이완영화문화협회 회장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한 분입니다. 바로 영화 <비정성시>, <연연풍진>,<해상화> 등을 연출한 타이완 영화계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타이완영화문화협회 회장으로 계십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님이 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이완영화문화협회 뭔가 믿음이 더 가지 않으신가요? 허우 감독님이 이끄는 타이완영화문화협회의 운영과 기획 아래 2002년 11월 10일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연 흰색 옛 미국 총영사관 건물은 초록 정원과 어우러져 언뜻 보면 카페 같지만 국내 영화와 독립 예술 영화를 지지하는 타이완영화문화협회에 의해 이 단아한 2층 건물은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영화를 상영하고 독립영화 시사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영상문화 포럼 등을 진행하며 타이완 영상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이자 독립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멀티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의 중국어 발음은 타이베이즈자(臺北之家) 즉 타이베이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과거 미국 대사관이었던 향수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누구나 쉽게 다가가는 편안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살짝 들여다 볼까요?

멀티플렉스관에서 개봉하지 않아 좀처럼 만나기 힘든 타이완 국내 독립 영화부터 개봉한 지 꽤 된 해외 영화도 볼 수 있는 88석의 아담한 단관 극장 ‘스팟 시네마’ 자리는 과거 발전실과 또 관저에 기거하던 미국 대사들이 차고로 쓰던 곳으로 독립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 상영관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지난해 4월 16~18일 단관 극장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상영됐었고요, 또 배우 설경구의 '나 다시 돌아갈래'의 절규 장면으로 유명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이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해 8월 6일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에서 재개봉했습니다. 타이완에서 영화 박하사탕을 다시 본다는 것도 신선했지만, 제가 앉아 있는 곳이 과거 미국 대사들이 사용하던 차고라는 사실에 영화를 보고 난 후 뭔가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지난해 8월 6일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에서 재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사진 =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 페이스북 캡처]

또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 1층에는 허우 감독의 영화 <카페스광(珈琲時光Café Lumière)> 에서 이름을 따온 커피숍이 있는데, 모던한 분위기에 커피숍은 카페스광은 허우 감독의 팬뿐만 아니라 예쁜 커피숍을 찾아다니는 젊은 세대에게도 인기가 많은 명소입니다. 무엇보다커피숍 자리는 과거 미국 대사들이 손님을 맞이 하는 대사관의 응접실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아마도 수많은 밀담이나 밀어가 오고 갔을 은밀한 장소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이색적인 경험도 오직 스팟 타이베이 필름 하우스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지 않나 싶습니다.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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