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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0년대 求婚광고로 보는 그 시절 ‘배우자의 조건’

  • 2022.04.19
레트로 타이완
연합보 1966년 7월 5일자 신문에 실린 ‘산의 꽃 구혼(山花徵婚)’이라는 제목의 공개 구혼 광고.[사진 = 연합보 기사 사진 캡처]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8년 전 타이완 신문에 실린 공개 구혼 광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타이완의 한 네티즌은 타이완 유력 일간지인 연합보가 2015년 8월 22일자로 발행한 신문의 한 면을 휴대폰으로 찍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게재했습니다.이 네티즌이 올린 사진은 페이스북에 업로드 되면서 순식간에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 네티즌이 올린 사진 속 신문에는 “징혼(徵婚)”이라는 제목의 공개 구혼 광고가 실려 있었습니다. 공개구혼 광고는 흔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종이 신문에서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선해서 화제가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 구혼광고가 화제가 된 것인가? 이 네티즌이 올린 게시글이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끈 이유는 …사진 속 연합보 신문에 실린 구혼 광고에는 작성자가 적은 원하는 배우자상과 미래 아내가 될 사람이 충족해야 할 기준들을 담고 있었는데, 이 구혼 광고 글이 2015년에 발행한 신문에 실린 광고 글임에도 불구하고… 공개 구혼 글에서 작성자가 미래 배우자상의 조건을 적을 때 사용한 표현들이 도무지 2015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라떼는’ 같이 구시대적인 마인드가 담겨 있어 화제가 된 것인데요.

공개 구혼 광고 글을 낸 작성자는 먼저 “32세 이하, 키 160cm이상, 가오슝에 거주하고 있는 여성 판사 혹은 33세 이하 160cm이상, 가오슝에 거주하고 있고, 국방의학원 의대, 치대, 약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소령 직급 이상의 여성 구함”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과 만날 의향이 있다면 인터뷰 때 자기소개서와 함께 신분증과 호적등본 복사본, 졸업증명서, 의사 면허증이나 간호사 면허증 등 보건의료인 면허 증명서를 지참하라고 덧붙이면서 이어 “부모님의 직업은 반드시 군인, 공무원, 교사, 의료 종사자여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부모님 직업 중 교사 옆에는 괄호를 치고, 괄호 안에다 사립학교는 안되고 부모님이 반드시 국립학교에 재직 혹은 퇴직한 교사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글 말미엔 체질량지수(BMI) 기준 이상이나 미만인자 혹은 빚 등 금전채무가 있거나 혼전건강검진에서 비정상으로 나온 자, 또는 남성 문제가 복잡한 자는 자격조건에 미달?이라고 할까요? 글 말미에는 빚이 있는 여성 등은 지원자격에 부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구혼 글이 처음 SNS에 올라왔을 때 네티즌은 “여성에 직업도 모자라 부모님에 직업도 본다니 너무 속물이다”, “언제적 발생이냐, 당신 자체가 구시대적 고인물이다”, “배우자가 될 여성이 불쌍하다”등 구혼 광고를 낸 작성자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능력 있는 자가 배우자를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중매업자나 흔한 온라인 데이팅 앱이 아닌 신문을 통해 당당히 공개 구혼 광고를 내다니 멋지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배우자를 찾기 위해 미혼 남성이 신문사에 낸 듯한 이 구혼광고는 어쩌면 우습게도 보이고 황당한 광고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신문의 안내광고에서 구인이나 구직 같은 일상의 대소사를 해결해왔던 점을 감안 할 때, 사람들이 구혼 광고에서 내건 구체적인 조건에서 우리는 그 시대에는 배우자의 직업으로 어떤 업종을 선호 했는지 등을 읽어보며 구혼 광고를 통해 인간 군상의 애환과 그 시대를 살던 시민들의 생활상을 이해 할 수 있으니, 신문의 구혼 광고는 타이완 사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자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타이완 국내 유력 일간지 연합보에 실린 구혼 광고 속 광고를 낸 작성자가 미래 신랑감 혹은 신부감을 찾기 위해 내건 조건들을 하나씩 찬찬히 읽으며, 타이완 문화와 사회사 속으로 한발 더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그럼 먼저 저와 함께 1960년대 타이완 신문의 구혼 광고를 살펴볼까요?

연합보 1966년 7월 5일자 신문에는 ‘산의 꽃 구혼(山花徵婚)’이라는 제목의 공개 구혼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구혼 광고의 제목 ‘산의 꽃 구혼’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작성자는 타이완 남부 난터우현 런아이향이라는 곳에서도 깊은 산지에 거주하는 20살 여성으로 일간지 신문에 구혼 광고를 낸 것인데요.

56년 전 연합보에 구혼광고를 낸 이 여성은 자신을 ‘현재 20세,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소유, 중학교 졸업’이라며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했고, 이어 자신이 원하는 신랑감의 조건으로 7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녀가 내건 이상적인 남편감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25세~40세의 남성 ▲ 둘째, 반듯한 직업을 갖은 남성▲셋째, 고졸 이상▲넷째, 건강한 육체와 (도박, 알코올중독 등) 나쁜 습관이 없는 남성▲다섯째, 다정한 성격 소유▲여섯째, 본적 무관▲일곱 번째, 기본적인 생활유지에 필요한 안정적인 재산을 보유한 남성을 구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필요 조건에 부합하고 구혼 글의 관심이 있는 남성은 난터우현 부녀회에 연락바람”이라며 난터우현 부녀회를 연락처로 남겼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구혼 글에서 우리는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남성을 찾는… 이기적이고도 의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이 교육받을 기회가 지금처럼 흔치 않던 시대상을 고려하고 또한 60년대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타이완 사회에서 당당히 구혼 광고를 낸 것 자체가 이 여성이 참으로 멋진 여성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연합보 1973년 2월 10일자 신문에 ‘미국 교포 여친 구함((美僑誠徵女友)’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공개 구혼 광고 글에서 작성자는 자신을 “미국 국적 교포, 32세, 미혼, 외모 준수, 중국어 능통, 석사 학위 보유”라고 간단한 신상명세와 함께 자신의 직업을 “고소득 직업”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연합보 1973년 2월 10일자 신문에 ‘미국 교포 여친 구함((美僑誠徵女友)’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공개 구혼 광고.[사진=연합보 기사 사진 캡처]

이어 원하는 신부감 조건으로 “22~28세의 미혼 여성, 중급 이상의 단정하고 수려한 외모, 집안이 청렴결백하고, 신앙을 공유할 수 있는 독실한 기독교인 여성은 더욱 환영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처럼 지내다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해나가 결혼을 한다는 이른바 ‘선유후혼(先友後婚)’이라는 시대를 앞서간 쿨~한 만남을 조건을 제시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 딸을 가진 타이완의 부모님들이 과연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면식 없는 교포 남성과 딸의 ‘선유후혼’이라는 조건 만남을 과연 허락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연합보 1987년 11월 5일자에 실린 구혼 광고는 조금 특별합니다. 바로 모 건설회사의 아들 즉 재벌 2세 내지 3세의 공개 구혼 글이었는데요.

모 명품 건설회사 아들 구혼(某名牌建設公司董事長公子徵婚)이라는 제목의 구혼 글의 실린 내용을 보면 모 건설회사의 아들은 31살, 미혼, 대학을 졸업했고, 키는 164cm의 몸무게는 54kg, 가풍이 청렴하고, 신체 건강, 고상하고 정직한 인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어 원하는 며느리상 혹은 신부감으로는 대학을 졸업한 23세,24세,27세 각각 1960년,1964년, 1965년 생의 불교를 믿는 여성이라고 콕 집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미국 교포가 낸 공개 구혼 광고에도 등장했던 만남의 조건인 ‘선유후혼(先友後婚)’ 즉 친구처럼 지내다 자연스럽게 결혼을 한다는 조건은 80년대 실린 이 재벌 2세의 구혼 광고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연합보 1987년 11월 5일자에 실린 재벌 2세 내지 3세의 구혼 광고.[사진=연합보 기사 사진 캡처]

21세기 현대인들이 바라는 미래 배우자에 대한 스펙 조건이나 여러 요건이 이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옛 구혼광고를 통해 발견한 점은 70년대부터 80년대 타이완 사회는 지금 신세대들이 자향하는 연애 스타일인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뜻의 신조어 ‘자만추’와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중매 맞선 등 인위적인 만남을 추구한다는 신조어인 ‘인만추’보단 요새 추구하는 자만추와 같이 친구에서 시작해 자연스레 결혼하는 ‘선유후혼’을 선호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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