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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Rti 중앙방송국불을 소중히 여기는 마을, 타이난 링즈랴오

  • 2021.12.28
레트로 타이완
타이난 시정부가 지역향토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전승하기 위해 동지 전날 밤 불의 왕을 배웅하는 의식을 주제로한 보드게임을 개발해 지난 9월 출시했다. [사진 =도교 사원 바오지궁 페이스북 캡처]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전적으로 인간에게 우호적인 신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메테우스인데요. 태양의 신 아폴로만큼 프로메테우스가 유명한 이유는 불 때문입니다.

예언의 능력이 그 어떤 신보다도 뛰어났던 신 프로메테우스는 티탄과 올림포스 신족이 벌인 전쟁에서 티탄족의 패배를 예지하고,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함께 제우스, 헤라 등이 속한 올림포스 신족에게 투항하였습니다. 그 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만들고,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는 인간과 그 밖의 모든 동물들에게 자신들을 지키는데 필요한 능력을 제공하라는 역할이 맡겨졌고, 주어진 역할에 따라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여러 동물들에게 용기, 힘, 재빠름 등의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동물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기로 되어 있던 인간에게 무언가를 주려 했을 때, 에피메테우스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다 써버렸기 때문에 인간에게 줄 것이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형인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숨겨둔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내주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우리 인간에게 내어준 후로 인류는 다른 어떤 동물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우리 인류는 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외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고, 또한 불을 이용해 보금자리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으므로 기후와 관계 없이 살 수 있게 되었고 음식을 익혀서 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불을 통해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축복을 주었지만 불을 훔친 대가로 제우스로부터 혹독한 벌을 받게 됩니다. 제우스에 의해 프로메테우스는 코카서스의 바위산에 쇠사슬에 묶여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고, 밤이 되면 간은 다시 회복되고 다음날 또다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게 되는 영원한 고통을 겪다 이후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의 간을 쪼는 독수리들을 처치하고 사슬을 풀어주면서 해방되게 되죠.

그러나 오만에 가득한 인간은 고마움을 잊은 채 불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지면서, 프로메테우스가 우리에게 내어준 축복인 불은 우리 인류에 오만함으로 고통과 불행이라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우리 인류는 불을 사용하다 못해 무분별한 사용으로 어느 순간 삶의 터전을 스스로 태우고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대형 화재의 주요원인 역시 부실관리 등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제우스에게 가혹한 벌을 받을 걸 알면서도 우리 인류에게 신성한 불을 내어준 프로메테우스. 불이 더 이상 우리 인류를 해치기 전에 더욱 현명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난 130여 년 동안 불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며 숭배의 대상으로서 불을 소중히 여기는 마을이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 남부 타이난시 장군구(將軍區) 링즈랴오(苓仔寮)인데요.

타이난시 링즈랴오는 예부터 목화 솜을 재배하는 마을로 유명했습니다, 나아가 아주 오래 전 마을 대부분의 가옥이 짚으로 지은 초가집이었죠. 따라서 불은 유용한 만큼 까닥하면 보금자리나 또 링즈랴오 마을 전체의 주요 수입원인 솜 밭을 태울 수 있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링즈랴오 마을 사람들은 불을 소중히 여기고 유의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불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1847년 청나라 도광제(道光) 27년 링즈랴오 마을에 건립된 도교 사원 바오지궁(保濟宮)은 불로부터 마을을 지켜달라고 기원하고자 매년 음력 11월 14일 즉 24절기 중 스물 두 번째 절기인 동지 전날 밤에 불의 왕을 배웅하는 의식(苓仔寮保濟宮冬至送火王祭典)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2015년 타이난 시정부에 의해 지역향토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동지 전날 거행되는 링즈랴오 마을 행사는 동지 전날인 지난 20일 지난주 월요일 밤 바오지궁 앞 광장에서 신성한 불이 들어있는 냄비와 물 한 사발을 떠놓고 그 앞에서 5대째 바오지궁을 지키는 영엄한 도사가 빗자루를 들고 춤을 추듯 경건한 의식과 함께 폭죽을 터뜨리며 이를 통해 악한 불 귀신을 내쫓으며 본격적으로 행사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이어 불의 왕을 모시고 30분간 이어지는 행렬은 전통에 따라 불의 왕이 지나는 곳은 작은 빛 하나도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모든 불을 꺼야 하는데, 특히 올해는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한국 전력공사 격인 타이완 전력공사도 이 의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지난 20일 동지 전날 밤 타이완전력공사는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행렬에 맞춰 불의 왕의 이 지나는 길목에 나있는 가로수 등불을 사전에 모두 소등하고 마을의 평안을 기원했습니다.(참고로 전통에 따라 불의 왕이 지나가는 동안 집집마다 집안에 모든 불을 반드시 소등해야 하고요, 당연히 라이터와 성냥으로 불을 켠다 던지, 불을 켜는 모든 행위는 금기이고요, 행렬이 이어지는 중 큰 소리를 내면 안됩니다.)

2015년 타이난 시정부가 지역향토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링즈랴오 바오지궁에서 동지 전날 밤 불의 왕을 배웅하는 이 마을 전통 행사는 마을을 지켜달라는 의미로 불의 왕에게 형식적인 기원을 비는 그런 단순한 축제나 행사를 넘어 오늘날까지 130여 년 동안 주민들의 적극적 자발적 참여와 더불어 집단적인 기억을 만들고 링즈랴오 마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타이난 시정부는 이 특별한 지역향토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전승하기 위해 동지 전날 밤 불의 왕을 배웅하는 의식을 주제로한 보드게임을 개발해 지난 9월 출시했는데요.

특히 교육에 목적을 둔 기능성 보드게임은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타이난 시정부가 개발한 보드게임은 눈에 쏙쏙 들어오는 심플한 디자인과 구성물이 우수해서 스토리에 빠져들게해 게임을 진행하면서 지역향토무형문화유산인 링즈랴오 불의 왕 배웅 의식에 대한 지식과 행사 순서 등에 대해 재미있게 익힐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습니다.오늘 엔딩곡으로 바오메이성(包美聖)의 "불씨" (那一盆火)를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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