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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Rti 중앙방송국영화 ‘해상화’부터 ‘자객 섭은낭’까지 영화 속 전통의상 만들어온‘위펑玉鳳치파오점’

  • 2021.08.31
레트로 타이완
허우 감독의 영화의상을 만들어온 의상 작업실 ‘위펑치파오점’을 운영하는 천중신(陳忠信) 치파오 명인.[사진=문화총회 홈페이지 캡처]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영화 ‘비정성시’와 ‘쓰리타임즈’등으로 한국 국내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린 타이완 영화감독 허우샤오시엔(侯孝賢). 허우 감독은 ‘비정성시’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타이완 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등 타이완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오래 활동해왔습니다.

영화 ‘비정성시’, ‘동년왕사’, ‘홍등’, ‘쓰리 타임즈’등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자객 섭은낭刺客聶隱娘’은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영화 ‘빨간 풍선’(2007) 이후 8년 만에 만든 장편영화이자, 또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연출한 첫 무협 장르 영화로… 당시 타이완과 중화권 관객들 사이에서는 개봉 전부터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무협영화를 찍는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액션씬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담아내었을까?”하며 개봉 전부터 영화 ‘자객 은섭낭’은 영화 팬들의 기대를 불러 모았었는데요.

그런데 무협영화라고 소개되는 '자객 섭은낭'은 무협영화로 분류되지만 이제껏 봤던 무협영화와는 다른 무협 영화입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하면요!

일반적으로 무협영화하면 화려한 결투, 피비린내 나는 액션,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술 고수 등 화려한 액션씬이 스크린을 지배하지만,  리얼리즘을 중시하는 허우 감독의 '자객 섭은낭'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이어를 이용한 액션씬은 없고, 배우들의 절제된 몸동작이 스크린을 지배합니다.

화려한 액션씬이 없는 무협영화라니? 지루한 것 아니야라고 여겨지지만, 단지 편견일 뿐!! 빛의 감도, 바람의 세기, 자연의 소리까지도 철저히 계산으로 만들어내는…믿고 보는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자객 섭은낭’은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무엇보다 영화 ‘자객 섭은낭’ 속…매 씬 마다 한 편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세트와 배우들의 의상을 제작한 황원잉(黃文英) 미술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금마장영화제 분장 의상 디자인상, 아시아필름어워즈 미술상 등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한편 허우 감독의 영화 ‘해상화’부터 ‘자객 섭은낭’ 등 허우 감독의 굵직한 작품들을 함께 해 온 황원잉 미술감독이 영화제 미술상을 휩쓸자… 황 미술감독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황원잉 미술감독 뒤에 숨은 조력자, 영화 속 고급스러운 전통 의상을 만드는 치파오 제작실 ‘위펑玉鳳치파오점’에 대한 대중에 궁금증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지난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도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 타이베이 옛거리 디화제(迪化街) 하해성황묘(霞海城隍廟) 정문 옆으로 난 작은 골목 1층에 위치한 ‘위펑치파오점’의 외관은 거장 허오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속 화려한 전통 의상을 만드는 의상 작업실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출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을 짐작캐 하는 위펑치파오점의 색이 바랜 하얀색 출입문의 달린 손잡이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패턴을 그리고 원단을 자르는 탁자와 한 눈의 보기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재봉틀, 다리미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위펑치파오점 내부는 마치 1930년대에 멈춰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며 추억을 회상케 하는 위펑치파오점 외관.[사진=문화총회 홈페이지 캡처]

허우 감독의 영화 ‘해상화’를 시작으로 ‘자객 섭은낭’ 등 허우 감독의 영화의상을 만들어온 의상 작업실 ‘위펑치파오점’은 2대째 가업을 이어온 천중신(陳忠信) 치파오 명인이 운영 중인 곳인데요.

천중신 치파오 명인이 아버지로부터 이어 받은 ‘위펑치파오점’이 처음부터 허우 감독의 영화를 비롯해 영화 의상을 전문적으로 취급한 것은 아닙니다. 1945년 중국 푸저우에서 건너온 천중신 명인의 아버지이자 ‘위펑치파오점’의 1대 주인장 천샤오놘(陳孝暖) 명인은 창업 초기 다다오청 인근 부자들이 애용하던 고급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던 아가씨들이 의뢰하는 형형색색 화려한 치파오를 주로 만들었다고 해요.

의상 제작자였던 아버지와 양장 디자이너인 어머니. 천중신 명인이 치파오 제작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천중신 명인은 부모님의 일손을 덜어드리기 위해 방과 후 의뢰한 옷을 배달하거나, 또 치수를 재는 일을 도우면서 어린 시절부터 치파오 제작을 배우며 현장에서 실무를 익혔습니다.

명인이 운영하는 가게에도 고비는 있었습니다. 1980년대 이르러서 풍속업소와 업주의 불법퇴폐행위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자 명인이 운영하는 가게 인근의 고급 유흥업소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되었고 치파오를 의뢰하는 고객이 줄어들며, 월 매출이 반토막이 났을 정도로 큰 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의뢰하는 치파오를 주로 만들었던 오래된 노포 ‘위펑치파오점’이 영화의상을 만들게 된 계기 역시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당시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영화 ‘해상화’의 의상을 준비 중이던 황원잉 미술감독은 어느날 디화제를 지나다 우연히 ‘위펑치파오점’에 디스플레이된 치파오를 보게 되었고, 황원잉 미술감독은 자신이 스케치한 의상 시안을 천중신 명인에게 건네며 영화 ‘해상화’ 의상 제작을 의뢰했다고 해요. 이런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천중신 명인이 운영하는 ‘위펑치파오점’은 허우 감독의 굵직한 영화의 의상을 만들게 됐습니다. 또 작품에 있어 평소 깐깐하기로 유명한 황원잉 미술감독이 직접 찾아 전통 의상을 의뢰한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조용한 옛거리 디화제에 위치한 오래된 노포 ‘위펑치파오점’은 멋쟁이들이 드나드는 비밀스러운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타이완의 전통 의복 ‘치파오’ 제작 기술을 지켜나가고 있는 천중신 명인. 기회가 되신다면 오래된 노포 ‘위펑치파오점’를 찾아 세상의 단 하나뿐인 나만의 치파오를 지어 입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엔딩곡으로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林強 과  侯孝賢 감독이 함께 부른 듀엣곡 無聲的所在를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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