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 거리를 걸으며 주변 건축물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떤 서양식 건축물이나 일반적인 아파트 또는 단독주택에 기하도형이나 음표, 꽃 등 다양한 무늬의 창살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창살은 탄소 함량이 비교적으로 높아 녹슬기가 쉬운 철을 접기, 비틀기, 융접하기 등 절차를 거쳐 만든 것으로 타이완에서는 철창화(鐵窗花) 혹은 철화창(鐵花窗)라고 합니다. 비록 철창화는 창살에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계단 난간, 테라스, 통풍구 등 기타 건물 구조에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철창화는 20세기에 세워진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으나 새로운 건축 재료의 출현과 유지보수가 곤란하고, 비상 시 탈출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등 단점으로 인해 점차 쇠퇴해 가고 심지어 철거되기도 합니다.
철창화는 일치시기인 1920년대 서양의 근대 건축과 함께 타이완에 유입됐습니다. 타이완 통치 초기에는 일본은 경제적과 문화적으로 서방 국가에 큰 영향을 받아 관공서나 금융기관을 설계하는 데 서양식 건축 요소를 많이 활용했고, 이러한 건축물의 창살은 보편적으로 덩굴, 급슬한 풀, 꽃과 같은 서양식 패턴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대칭적이고 기하학적인 패턴들의 구현과 조화가 특징인 아르데코 양식이 유행하고 발전하면서 타이완의 철창화 유행 스타일도 기하학적 문양으로 변화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1937년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해 일본 정부는 물자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금속류회수령을 공포해 민간의 철과 동, 청동제품 등을 공출하게 되면서 철창화의 발전이 잠시 멈추게 됐을 뿐만 아니라, 당시 건물들에 설치되었던 많은 철창과 철난간이 징발을 당하여 철거되기도 했으므로 철창화도 많이 없어지게 됐으며, 1945년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금속이 주로 전후 재건 및 국가 건설에 사용되기 때문에 타이완 철창화의 발전이 여전히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말기 경제가 크게 성장하고 국민 소득이 증가하게 되면서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건설이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철창화의 설치도 늘어나게 됐으며, 또한 1971년 타이완 최대의 철강 제조업체인 중국철강공사 (CSC)가 설립 후 철의 공급이 안정화되고 철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타이완 철칭화가 급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의 철창화는 주로 도난 방지를 위해 설치되었습니다. 도둑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나무문을 철문으로 바꾸는 것 외에도 1, 2, 3층 창문에 쇠철창살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창살의 모양이 너무 단조로워 ‘철장’ 같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철공들이 쇠철창살을 다양한 형태와 장식으로 만들었는데, 이는 바로 철창화입니다.
철창화의 문양에 대한 설계기준은 없으며, 철공은 자기 원하는 대로 만들기도 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춰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문양은 정말 다종다양한데, 그중 직선이나 원호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도안이 가장 흔하며, 이 외에 후지산, 벚꽃, 매화, 음표 등 문양도 있고, 용, 봉황, 학과 같은 상서로운 동물 문양의 철창화도 있습니다. 또 자기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철창화를 간판이나 가게 이름, 전화번호, 주요 상품의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는 집주인도 있었습니다.
철창화가 가장 유행했던 1960년대에서 1980년대, 철공 장인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여 문양을 여러 개를 생각해 놓고, 이 문양들을 모아서 하나의 카탈로그로 제작해서 고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하나 또 하나의 철창화들 모두 철공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예술작품’으로 볼 수 있는데, 하지만 겉으로 예뻐 보이는 철창화는 실은 녹이 슬기 쉬워 정기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며, 또 1990년대 새롭게 등장했던 건축자재인 스테인리스강에 비하여 제작비용이 훨씬 높기 때문에 철창화는 1990년대로부터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간 과거 추억의 감성을 그대로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트렌드가 급부상하면서 많은 문화창의 분야의 젊은이들이 철창화 부흥에 투신하여 철창화를 새로운 모습으로 꽃 피울 수 있게 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3년 엔지니어 신융셩(辛永勝)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차오징(楊朝景)이 ‘올드 하우스 페이스(老屋顏oldhouseface)’ 작업실을 창립해 타이난에서부터 타이완 전역의 오래된 주택들을 방문하고 이 주택들에서 발견했던 철창화를 사진이나 동영상에 담아 페이수북 계정을 통해 공유할 뿐만 아니라 철창화 문양을 활용하여 엽서, 코스터, 배지 등 제품을 만들며 철창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일으키도 했습니다.
창찰화 문양의 배지 - 사진: '올드 하우스 페이스(老屋顏oldhouseface)'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한편, 철창화는 지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타이완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등장했는데요. 당시 선수들이 입장할 때 남색 수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수트에는 타이완의 국화인 매화 모양의 철창화 문양이 새겨지며 타이완 특색을 가장 잘 살린 올림픽 전포(戰袍) 중 하나입니다.
철창화는 이미 쇠퇴와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으나 타이완에서 거리를 걸으면서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여전히 많은 건축물에서 철창화를 찾을 수 있는데 비록 이 아직 존재하고 있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철창화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녹슬어가고 있지만 이 철창화들에 담긴 철공 장인들의 심혈과 타이완 건축물 발전의 역사 이야기, 그리고 철창화에 대한 수많은 타이완인들의 추억이 영원히 녹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