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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경력의 양조사... 타이난 양조장 주석 양조사 '왕완잉'

  • 2022.12.05
현대 속 전통기예
43년 경력 차 양조사 왕완잉(王婉鶯) - 사진: 중화문화총화(中華文化總會) 제공 via CNA

연말이 다가오는 쌀쌀한 겨울. 추운 겨울을 더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타이완 술 하면 진먼 특산품인 수수를 사용해서 만든 진먼고량주(金門高粱酒), 타이완 최초의 위스키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싱글몰트 위스키인 카발란 위스키, 한국에서도 구매 가능한 타이완 대표 맥주인 타이완비어 등 술을 먼저 따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그러나 최근 몇 년간 ‘好山好水(호산호수)’, 즉 물 좋고 산 좋은 도시로 유명한 타이완 난터우(南投)에 자리잡은 난터우 양조장(南投酒廠)의 과일맛 위스키는 술계의 다크호스로 따오르고 있습니다.

타이완 담배, 알콜 공사, 이름하여 TTL(Taiwan Tobacco and Liquor Corporation ) 산하의 난터우 양조장은 설립된 지 4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국제적인 주류 시상식에서 메달을 백 개 넘게 획득하며 일류 양조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난터우 양조장이 좋은 품질의 술을 만들고 전 세계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데에는 43년 경력을 가진 수석 양조사 왕완잉(王婉鶯)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과일의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이완 정부가 1977년 난터우 양조장을 설립하고 팔리지 않고 남은 과일을 대량 구입해서 술을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난터우 양조장은 타이완에서 유일하게 과일주를 전문으로 양조하고 판매하는 공영 양조장으로 포도와인, 매실주, 브랜디 등 주류를 주로 생산했습니다.

왕완잉은 난터우 양조장이 세워진 지 2년 후인 1979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난터우 양조장에 배치되어 지금까지 일해 왔는데 거의 원로급 직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조사로서 매일 20~30병의 술을 시음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왕완잉은 양조사가 되기 전 술에 대해 전혀 몰랐고,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정말 상상하기가 어렵죠~ 더 신기한 것은 왕완잉이 양조사가 된 지 이래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술에 취한 적이 딱 한번밖에 없는 것입니다.

왕완잉이 난터우 양조장에서 일한 지 20년이 됐던 1999년, 타이완 역사상 최악의 천연재해인 '921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의 진앙지는 난터우현 지지(集集)진이어서 난터우 지역은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입었고, 난터우 양조장도 지진으로 인한 화재로 인해 포장 공장, 원료 보관창고 및 네다섯 개의 브랜디 창고들이 손상되어 뉴타이완달러 40억 원(한화 약 1700억 원, 2022.12.05.기준)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후 양조장에서 제품 생산이 중단되었고, 직원들이 하나 둘 사표를 냈으나 왕완잉 양조사는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동료들과 함께 3개월 이내에 제품 생산의 정상 상태로 회복시켰습니다.

과일주로 시작했지만, 난터우 양조장과 양조장의 주석 양조사 왕완잉이 국제적인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스키’입니다. 1980년대에 난터우 양조장은 스카치 위스키를 원료로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어내 출시시켰습니다. 2008년 위스키 양조 기술을 배우러 스코틀랜드로 갔다 온 초대 양조장장인 린진단(林錦淡)이 몰트위스키 증류소를 신축하여 분쇄부터 당화, 발효, 증류, 숙성에 이르는 일관의 위스키 양조 체계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위스키 제조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매번 숙성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위스키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위스키 생산 및 소비국가에서는 캐러멜 색소 사용을 통해 위스키 색깔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허용되고 있지만 난터우 양조장은 색깔의 조정을 통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싶어하지 않고, 또 소비자들이 위스키의 가장 순수한 맛과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캐러멜 색소 무첨가’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스키는 에스테르와 긴사슬 지방산이 풍부해 병입 후 혼탁되거나 침전물이 생성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냉각여과 방식을 사용하는 위스키 생산업체가 많지만, 에스테르는 위스키 향기의 주인이고, 냉각여과를 통해 침전물을 제거하는 동시에 에스테르도 함께 제거되어 위스키 본연의 향기가 없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난터우 양조장은 위스키의 풍부한 향기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냉각여과를 적용하지 않고 제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난터우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를 마실 때 침전물이 있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과일주 제조에서 위스키 제조로 중심을 바꾼 양조장의 경영 방향에 맞추기 위해, 왕완잉 양조사를 포함한 기술직원들은 시음부터 양조까지 위스키 제조의 일련의 과정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왕완잉 양조사는 이제 위스키 양조에 상당한 성과를 냈으나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다양한 새 맛의 위스키를 잇따라 만들어내 선보이고 있습니다. “난터우 양조장은 위스키 양조장일 뿐만 아니라 과일주 양조장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한 왕완잉은 장화(彰化)의 리즈(荔枝, 여지) 및 포도, 그리고 난터우의 매실 및 오렌지 등 과일을 활용해서 타이완만의 과일맛 위스키를 제조해냈으며, 그중 양귀비가 좋아해서 유명해진 과일, 하얀색의 뽀얀 속살을 가진 리즈로 만든 위스키는 세계 최초의 리즈맛 위스키로 시장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주류 평가 시상식에서도 상을 거뒀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서 술을 만드는 사람으로 변한 왕완잉 양조사는 1979년 난터우 양조장에 들어갔을 때부터 술과의 인연은 이미 43년이 됐고, 이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타이완 위스키를 세계에 알리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해왔는데요. 그래서 오늘 현대속전통기예 시간을 통해서 왕완잉 양조사에 대해서 소개를 해봤는데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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