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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에게 제사 현장으로 올 길을 인도한다... 이란에서 열리는 '수등 축제'

  • 2022.08.08
현대 속 전통기예
매년 음력 7월 '귀신의 달'에 이란(宜蘭)에서 개최되는 수등(水燈) 축제 - 사진: '타이완 종교 명승지 100곳' 사이트 페이지 캡쳐

타이완에서 음력 7월을 '귀신의 달(鬼月)'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7월 29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귀신의 달에는 저승의 문이 열리면서 귀신들이 인간 세계로 내려와 마음대로 다닐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기간 타이완인들은 귀신들이 해악을 끼치지 않도록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그중 이란(宜蘭)에서 개최되는 수등(水燈) 축제는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성대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란 수등 축제는 청나라 시대부터 시작됐으며, 원래 공식 조직에 의해 개최되는 행사가 아니었으나, 후에 현재 주민들이 이란현 이란시 중원 민속 문화 추진 발전 협진회(宜蘭縣宜蘭市中元民俗文化推展協進會)를 설립하여 행사 기획을 맡게 되면서 이란 지역 14개 조직이 단결력을 발휘해 수등 띄우기 전통을 보존해 왔습니다.  

수등을 띄우는 중화권 사람들의 풍습은 힌두교에서부터 유래한 것으로, 제사와 액땜, 기복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대 인도 문화에서 힌두교와 공통된 기원을 가진 불교도 이 전통 풍습을 사용해 왔으며, 불교가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면서 중국, 한국, 일본 등 국가에서도 비슷한 민속 풍습이 생겼습니다. 수등 띄우는 문화가 타이완으로 유입된 것은 청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타이완에서 구제 의식 중 하나로써 물속의 영혼들을 제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란성은 청나라 시대에는 가마란(噶瑪蘭城)성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청나라 조정이 중국에서 가마란성으로 이민 온 민족들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통치를 이루기 위해 수등 축제를 개최하고 민족 간 무력 충돌에서 희생된 망령을 제사하기 시작했으며, 1825년에 쓰여진 <란성중원(蘭城中元)>이라는 시의 주석에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근 2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수등 축제에서 가장 유명하고 매년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이벤트인 수등 퍼레이드는 원래 이곳에서 국수를 팔던 행상인이 일년 내내 몸이 좋지 않아 이란 성황묘를 찾았다가, 신에게서 중원 푸두(普渡, 중원절에 특별히 행해지는 대형 제사)가 행해지는 전날에  전통기예 공연단을 조직하여 이란성 둘레를 돌면 바로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따르자 정말로 약을 쓰지 않고도 낫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그 행상인은 신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매년 공연단을 조직해 성 둘레를 돌았고, 풍문을 전해들은 일반 백성들 또한 함께하게 됐습니다. 2000년, 이란시에서는 오랜 발전을 거쳐온 이 문화를 계승해 매년마다 ‘이란성 수등회’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에는 이란성 안의 각 시장의 노점상과 불교 및 도교 단체들이 기원회, 법회, 퍼레이드 외에 기타 공연 프로그램들을 더하면서 유명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수등 띄우기 행사와 퍼레이드를 겸한 ‘이란 수등 축제(宜蘭水燈節)’가 됐습니다. 2009년에는 이란현 정부로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 및 등록됐습니다. 

수등 축제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은 연꽃 수등입니다. 연꽃 수등은 ‘왕생지(往生紙, 윗면에 불경 속 왕생주를 인쇄한 종이)’를 접어 연꽃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중간에 촛불을 놓고 스티로폼으로 받친 후 물에 띄웁니다. 이는 영혼을 제사 현장으로 인도하는 의미 외에도 이들이 하루빨리 환생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연꽃 모양의 수등 외에, 집 모양의 수등도 있는데 이것은 수등두(水燈頭)라고 합니다. 이란 수등 축제의 수등두는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정교하고 세밀한 수공예를 자랑합니다. 대나무와 면 종이를 재료로 사용하는데, 재료를 자른 후 좌대를 포함해 높이 약 30~100cm의 미니어처 집으로 만듭니다.  

연꽃 수등 - 사진: 이란 투어리즘(宜蘭勁好玩) 사이트 페이지 캡쳐

 

수등두(水燈頭) - 사진: 이란 투어리즘(宜蘭勁好玩) 사이트 페이지 캡쳐

이란 수등 축제는 이란 성황(城隍)묘가 주최합니다. 성황은 성벽을 말하는 ‘성’과 적의 침입 방지를 위해 성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를 말하는 ‘황’이 신격화된 도교의 신으로, 인간 세계의 선악을 기록하고 통보하며,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고 심판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수등 축제는 매년 음력 6월 28일에서 7월 2일까지 진행됩니다. 6월 28일 오후에 축제 장소에서 정결 의식을 하면서 축제를 시작한 뒤, 성황야가 타는 가마가 둥먼(東門) 야시장에서 난관(南館) 시장, 베이관(北館) 시장, 이란시청 등을 거쳐 이란 허빈(河濱)공원까지 행차합니다. 그리고 당일 저녁에는 천 명이 등을 점화하며 복을 기원하는 법회가 열립니다. 주관 기관에서는 주등(主燈)인 ‘연꽃등’을 점화하는데, 이는 이어질 각 행사의 정식 시작을 알리는 것입니다. 둘째 날 저녁에는 퍼레이드가 진행되는데, 성황야가 각 사당의 소속 공연단들을 이끌고 출발하여 이란 시내를 순례합니다. 하이라이트인 수등 띄우기 행사는 둘째 날인 음력 6월 29일 밤 11시에 열립니다. 이는 다음날인 음력 7월 1일 자시(子時)는 저승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연꽃 수등, 수등두를 각각 띄워 망자의 영혼이 제사 현장으로 올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그리고 셋째 날에는 성황묘와 난관 시장, 베이관 시장에서 공연이 열립니다. 넷째 날이자 마지막 날에는 성황묘에서 평안을 기원하는 쌀 보시 행사가 열리며 전체 축제가 막을 내립니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 외에도,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이끌기 위해 이란 수등 축제에 새로운 요소가 들어왔습니다. 이란 현지 공연단과 해외 공연단을 초청하여 퍼포먼스를 펼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수등 DIY 체험 활동을 통해 시민과 교류하며 그들이 이란 수등 축제에 대해 더 알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주최측과 이란 시민의 수년간의 공동 노력 끝에,  수등 축제는 이란에서 대체할 수 없는 특유의 전통 축제로 자리잡았을 뿐만 아니라, 국내를 뛰어넘어 국제적 행사가 되고 타이완 전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기도 하는데요. 타이완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청취자분이 이란 수등 축제에 참여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원고 일부 내용은 내정부  '타이완 종교 명승지 100곳' 을 참조하였습니다. 내정부의 자료 제공에 감사를 드립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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