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로네시아어족 전통 문신 기술 - 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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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에서 유일하게 전통 문신 기술 파이츠(拍刺, 박자)을 할 줄 아는 문신사인 주주이(Cudjuy) - 사진:RTI

파이츠(拍刺, 박자)는 기계로 문신을 하는 현대식 문신 문화와는 달리 천연목재로 만든 문신 도구의 전단에 바늘 하나 또는 여러 개를 꽂고 검정 잉크를 묻힌 후 손으로 도구를 치는 방식으로 잉크가 피부에 주입하도록 하는 전통 문신 기술로, 하와이, 사모아, 타히티, 필리핀 등의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서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발상지로서 파이완(排灣)족, 타이야(泰雅)족, 사이더커(賽德克)족, 베이난(卑南)족, 루카이(魯凱), 사이샤(賽夏)족, 타이루거(太魯閣)족 등 여러 원주민족들이 모두 깊고 풍부한 문신 문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제시기에 금지를 당하면서 점점 쇠퇴되고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주이(Cudjuy)라는 파이완족 문신사의 노력에 힘입어, 파이츠를 비롯한 타이완 원주민족의 전통 문신 문화가 다시 부흥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봤습니다.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의 전톤 문신 기술인 파이츠(拍刺, 박자) - 사진: RTI

주주이는 원래부터 문신에 관심이 많았지만 10년 전 ‘타이완 선주민의 문화: 전통과 재생’이란 책에서 몸에 문신이 있는 파이완족 남자의 사진을 본 이후부터 원주민족 전통 문신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이후 고향의 파이완족 어르신들과 문신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면서 원주민 전통 문신 문화를 계승하고 부흥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주주이는 파이츠를 처음 접한 것은 2015년 뉴질랜드에서 개최된 원주민 문신 교류 행사에 초청됐을 때였습니다. 당시 그는 행사 현장에서 하와이의 파이츠 문신사 케오네 누네스(Keone Nunes)가 파이츠 기술로 문신을 하는 모습에 깊이 매료되어서 온라인 동영상 시청과 기타 국가의 문신사와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 파이츠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약 2년 동안 돼지가죽을 이용해 연습한 끝에 드디어 파이츠 기술로 사람에게 문신을 시술할 수 있습니다.

파이츠할 때 지역마다 사람들이 쓰는 기술은 비슷하지만 재료는 각자의 자연 환경과 인문 환경에 따라 다소 다릅니다. 예를 들면 바늘의 경우, 타이완에서는 옛날에 주로 유자 나무의 가시 또는 삼바사슴과 멧돼지의 이빨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일회용 금속 바늘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필리핀과 타히티에서는 레몬 나무의 가시를 사용하며, 뉴질랜드에는 바닷새 날개뼈로 바늘을 만드는 문화가 있습니다. 또 문신 색소의 경우는, 타이완과 필리핀에서는 대부분 냄비 바닥의 탄 찌꺼기를 사용하여 검정 색소를 만들지만, 사모아에서는 어선 굴뚝에 쌓인 기름찌꺼기를 주로 사용합니다.

파이츠 문신 시 사용하는 도구는 매우 다양하다. - 사진: RTI

타이완의 유일한 파이츠 문신사 주주이는 타이둥 타이마리(太麻里)의 파이완족 부락에서 자랐습니다. 문신은 파이완족에게 부족 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새긴 것입니다. 파이완족 사회는 신분 계급 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위에서부터 족장, 귀족, 용사(勇士), 평민 등 4개의 계층으로 나뉩니다. 계급에 따라 착용하는 문신 패턴의 모양과 배열 방식이 다르며 계급이 높을수록 패턴이 복잡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 모양의 문신은 ‘족인을 다스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족장’과 그의 가족, 또 귀족 계급의 사람만이 새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용맹함을 상징하는 파이완족의 수호신인 백보사(百步蛇, Deinagkistrodon acutus ) 모양의 문신은 ‘용사’ 계층의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됩니다. 또, 문신은 남자만 새기는 것이 아닙니다. 여자는 나이의 많고 적음, 결혼과 자녀의 유무 등에 따라 새기는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남자에 비하여 훨씬 복잡합니다. 부락에서 계급, 성별, 나이, 담당하는 역할이 다 다를 만큼 모든 사람의 ‘나만의 문신 패턴’이 다 다르고 유일무이합니다.

자신 신분에 맞는 문양만 새길 수 있으니, 주주이는 항상 파이츠를 하려고 찾아온 고객에게 자기의 신분과 계급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 역사와 관련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도록 요구합니다. 고객의 신분을 다 파악한 후 고객의 소속 부락을 방문하고 족장과 만나 고객의 신분에 맞는 패턴이 무엇인지를 확인합니다. 이후 순조로운 문신의 진행을 기원하기 위해 기복 의식을 치르는데 이는 문신 문화를 가진 원주민족들의 공동 풍습이라고 합니다. 의식에서 참여자들이 춤추는 것과 노래하는 것을 통해 문신 과정의 순조로움을 빕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문신을 시작하기 직전, 조상에게 문신 과정을 보여주자는 의미로, 조상의 유골가루가 들어간 항아리를 문신 현장으로 가져와 옆에 둡니다. 파이츠 문신을 시술받을 때 매우 아플 수 있으므로 문신 시술을 받는 자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사람이 옆에서 그의 손이나 발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문신이 다 끝난 후에는 축하 파티를 엽니다.

파이츠 문신을 시술받을 때 매우 아플 수 있으므로 문신 시술을 받는 자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한 사람이 옆에서 그의 손이나 발을 잡아야 한다. - 사진: RTI

문신할 때 하면 절대로 안 되는 금기사항이 몇 개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이 문신을 할 때 남편은 옆에 있으면 안됩니다. 또, 임산부와 생리 기간 중 여성들이 문신 현장에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누군가가 방귀를 뀌거나 재채기를 하면 즉시 문신 작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등 준수해야 하는 일이 몇 개 있습니다. 금기를 한번 건드리면 문신 시술을 받고 난 후 상처가 나고 염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주주이는 타이완에서 유일하게 파이츠 문신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이 진귀한 원주민족의 문신 기술을 보존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중요 사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내외에서 관련 행사를 참여하여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파이츠에 대한 관심이 있는 타이완 원주민족인에게 파이츠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주주이를 비롯한 원주민 문신사에 힘입어 타이완 원주민족의 전통 문신 문화가 다시 부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