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타이완 최대의 종교 순례 행사인 시강 예향(西港刈香)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시강 예향은 무엇인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시강(西港)은 지명이며 타이난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예향(刈香)은 종교 순례 행사를 뜻합니다. 시강 예향은 기타 순례 행사와 가장 다른 것은 순례 행사 뿐만 아니라 왕야(王爺-왕예)를 맞아들이고 보내는 의식인 왕초(王醮, 왕쟈오) 의식도 동시에 진행되는 점에 있습니다. 왕야는 천계의 지도자인 옥황상제(玉皇上帝, 위황상디)를 대신하여 인간세상을 순찰하고 악인을 징벌하는 신이자 역병을 다스리는 역병의 신으로 천세야(千歲爺, 쳰쉐이예)라고도 불립니다. 왕초 의식은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한 행사이며, 행사에서 왕야를 제사 지낸 뒤 사전에 종이나 나무로 만든 왕야 신상을 배에 실어 강이나 바다로 흘려보내 태워 전염병을 마을 밖으로 내보내는 겁니다. 왕야 신상이 타는 배는 왕선(王船)이라고 불립니다.
시강 예향은 무려 96개 마을이 참여하는 대형 순례 행사로, 왕초 의식이 더해지면서 두 행사가 하나로 합쳐진 독특한 종교 축제 형식을 갖게 됐으며, 타이난시 시강구에 있는 칭안궁(慶安宮)이 주최합니다. 청나라 시대인 1661년, 정성공(鄭成功, 1624년~1662년)이 타이난의 루얼먼(鹿耳門)이란 곳에서 병사들을 이끌고 타이완으로 와 네덜란드 사람들을 쫓아낸 뒤 수로를 따라 군대를 파견하고 시강에 주둔지를 정했습니다. 병사 중 풍수사가 칭안궁의 현재 위치를 보고 잉어 영혈(靈穴)이라서 이곳에 사당을 설치할 것을 건의했으며, 후에 지방 인사들이 자금을 모아 1712년 칭안궁을 짓고 마주 여신을 주신으로 모셨습니다. 시강 예향은 청나라 때 한 마을 주민이 정원(曾文) 강가에서 왕선을 발견하고 인근 13개 마을의 주민들이 함께 1784년에 바펀구마궁(八份姑媽宮)에서 예향 행차를 시작한 데서 기원했습니다. 이후 정원강의 수재로 바펀구마궁이 크게 파손되어서 1823년의 14번째 행사부터는 칭안궁에서 거행하게 됐습니다. 1847년에는 사당 재건이 완료되고 처음으로 왕초 의식이 거행되면서 현재 ‘순례 행사’와 ‘왕초 의식’이 함께하는 독특한 형식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규모는 점점 확대되어 총 96개의 마을이 참여하게 되며 ‘‘타이완 최대의 순례 행사’라는 찬사를 얻게 됐고, 2008년 타이난시 지정 민속 활동으로 등록됐습니다.
시강 예향은 3년에 한번 개최되며 개최 시기는 음력 4월입니다.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선, 예향 행사 개최 1년 전 음력 1월 9일의 옥황상제 탄신일에 96개 마을의 대표가 모여서 지난번 예향의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이번 예향 행사에 대해서 토론을 진행합니다. 약 3개월 후의 음력 4월 15일 왕야, 즉 천세야의 탄신일에 교를 던져 천세야가 직접 행사의 각 대표를 결정하도록 합니다. 이후 ‘용골(龍骨) 의식’을 거행합니다. 용골은 선박 하단의 중앙부를 앞뒤로 가로지르는 배의 중심 축을 말합니다. 민간 신앙에서는 왕선의 용골에 영혼의 근원이 있다고 믿어지기 때문에 재료를 선정하고 구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일련의 의식으로 진행되어 왕선에 종교적인 능력을 부여받게 합니다. 예향 행사 개최 약 15일 전에 ‘남순(南巡)’ 행차를 진행합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당시 정성공이 네덜란드 세력을 내쫓은 후 수로를 따라 어디에 주둔할지 위치를 찾을 때 성황야(城隍爺, 청황예)와 중단원수(中壇元帥, 중탄위안솨이)의 신상을 모시고 다니며 배의 안전을 기원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칭안궁의 천세야는 예향 행사 개최 전 타이난 남쪽에 위치한 타이완부 성황묘(臺灣府城隍廟) 등 사당을 방문합니다. 이는 ‘남순’이라고 합니다.
또, 칭안궁의 마주 여신은 루얼먼 천후궁(鹿耳門天后宮)의 마주신을 분령하여 모시는 것이라고 해서 예향 하루 전에 루얼먼 천후궁으로 가 마주를 맞이합니다. 후에 예향 행사가 정식으로 시작되는데 예향은 3일 동안 진행되며 천세야가 96개의 마을을 순례합니다. 그 장면은 매우 성대하고 참여하는 행렬도 매우 많아 60개 이상의 가마와 50개 이상의 전통기예퍼포먼스 공연단들이 합께합니다. 3일간 진행되는 이 순례 행사는 시강 예향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례 행사와 함께 왕초 의식은 또한 예향 행사의 중점입니다. 왕초 의식은 예향 행사 첫 날의 새벽에 시작됩니다. 전체 의식에서 떠돌이 물귀신들에게 길을 밝혀주기 위하여 강에 불을 띄워주는 행사인 수등 띄우기, 귀신에게 지내는 행사인 푸두(普渡), 연회를 베풀어 왕야를 모시는 의식인 연왕대전(宴王大典) 등 다양한 의식을 진행합니다. 이후 신도들이 왕선을 정원 강가로 끌어당겨서 왕선을 태우며 예향 행사를 마무리합니다.
한편, 시강 예향 행사에는 여러 전통기예퍼포먼스 공연단들이 함께 참여하는데 이 공연단들은 타이완에서는 ‘진두(陣頭)’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진두는 문진(文陣)과 무진(武陣)으로 나뉘는데요. 문진은 노래와 춤, 연극으로 구성된 퍼포먼스로 오락성이 보다 강하며, 가자희(歌仔戲)와 북관(北管) 음악, 남관(南管) 음악 등은 바로 문진에 분류됩니다. 무진은 무술이나 특기가 들어간 퍼포먼스로 종교 행사와 결합되는 경우가 많아 오락성보다 종교성이 더 강합니다. 마을을 보호하는 지방 단체에서 기원한 송강진(宋江陣)과 사자춤 등은 전형적인 무진입니다.
또, 무진은 마을 간의 연합과 대립에서 비롯되었으며, 마을 사람들은 무진을 통해 단결력을 기르고 ‘각건(腳巾)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각건은 직역하면 발수건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진두를 할 때 허리에 매는 긴 수건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가마꾼, 무사 등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하였으며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연두색 등 5가지 색깔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수건 색깔은 적을 구별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수건 색깔이 다르면 다른 진영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옛날 시강 예향 진행 기간 동안 서로 다른 색깔의 수건을 매는, 대립 관계가 있는 진두들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최대한 접촉조차 하지도 않았으나 현재는 이런 긴장된 분위기는 많이 약해졌습니다.
진두가 가장 많이 참여하여 ‘타이완 최대의 순례 행사’로 불리는 시강 예향은 200여 역사를 지니고 있고 풍부한 지방 예술 색채를 자랑하며 타이완 종교 행사 중 가장 특색이 있는 행사로 꼽힙니다.
*원고 일부 내용은 내정부 '타이완 종교 명승지 100곳' 을 참조하였습니다. 내정부의 자료 제공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