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대속전통기예 시간에서 소개해드렸던 종교 명승지는 대부분은 다 사찰이나 교회, 종교 단지 등과 같은 곳이지만 오늘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종교 명승지는 사찰도 아니고 교회도 아니라 자연 명소와 더 가까운 곳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풍부한 종교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어서 ‘타이온 종교 명승지 100곳’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곳은 바로 타이둥에 위치한 유명 관광지 산셴타이(三仙台-삼선대)입니다.
타이둥현 청궁진(成功鎮)의 동북쪽에 위치한 산셴타이는 약 22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높은 곳은 해발 77m에 달합니다. 화산 폭발로 인해 생성된 이곳은 원래 곶이었는데 해수 침식으로 곶의 연결 부분이 점차 사라지면서 해안과 떨어진 섬이 됐으며 섬에는 기암괴석이 많고 해식구(海蝕溝, Sea Groove)와 해식기둥, 해식동굴 등 해식경관도 곳곳에 발달한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개의 거대한 암석입니다. 독특한 지형을 자랑하는 이 곳은 타이완 한족과 원주민족 아메이(阿美)족의 신화 및 전설 속에 등장하는데 우선 한족판 전설을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중국 도교와 신화에서 널리 이야기되고 있는 신선인 팔선(八仙)은 당송시대(618년~1279년)에 이미 ‘팔선도(八仙圖)’라는 작품을 통해 등장했다고 전해지며, 명나라 시대(1368년~1644년)의 작가 오원태(吳元泰, 약 1666년을 전후해 실존한 인물)의 작품인 <동유기(東遊記)>에서야 명확한 팔선의 모습이 묘사되었다고 합니다. 소설에서 8명의 신선은 각각 남녀노소, 부귀빈천(富貴貧賤) 등 사회의 여덟 부면을 대표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팔선 중의 이철괴(李鐵拐), 여동빈(呂洞賓), 하선고(何仙姑) 등 3명 신선은 산셴타이에서 휴식을 취했으며 해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동굴은 신선이 남긴 족적이라고 하며 이에 이 섬은 산셴타이(삼선대)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또, 섬 위의 거석 3개가 바로 이 3명 신선이라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여동빈석과 하선고석 사이에 합환동(合歡洞)이라고 불리는 해식동굴과 선검협(仙劍峽)이라고 불리는 해식절벽이 있는데 이는 또한 재미있는 전설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철괴, 여동빈, 하선고가 이곳에 온 후, 서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던 여동빈과 하선고가 합환동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는데 호사가이던 이철괴가 이를 몰래 엿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천궁에 있던 금광거신(金光巨神)이 이를 발견하고는 검을 던졌는데 빗나간 검이 산을 쪼개서 ‘선검협’이라는 자연경관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한족 전설 외에 원주민 아메이족의 전설에도 산셴타이가 나옵니다. 산셴타이는 원래 ‘누와리안(Nuwalian)’이라고 불렸으며 아메이족 사람들의 전통적인 어획장이자 채집장으로, 수호신인 ‘지파우안(及發烏安)’이라는 해룡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예부터 아메이족 사람들은 어획을 하면서도 생태계의 균형을 매우 중요시했습니다. 산셴타이의 수호신이 탐욕을 부리는 사람에게 징벌을 내린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현지의 아메이족인은 마음대로 남획하면 부락에 소 한 마리를 바치게 해야 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후에 산셴타이의 소라가 상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고 이를 매입하여 기념품으로 가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많은 사람이 ‘다두구스(大杜谷斯)’라는 큰 바다 소라를 앞다투어 찾기 시작했고, 이에 수호신인 ‘지파우안’은 너무 분노해서 바다를 뒤흔들며 경고를 한 후 목숨을 잃어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편, 산셴타이의 가장 대표적인 경관은 타이완섬과 산셴타이섬을 연결하는 바공(八拱-팔공) 해상교량입니다. 바공 해상교량은 옛날에 산셴타이에 가려면 썰물 때를 기다렸다가 물을 건너야 하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1987년에 건설한 것입니다. 다리는 8개의 아치가 이어져 있는 형태로 바공(팔공)이라는 이름이 붙였으며 다리는 옆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용이 바다 위를 낮게 날아가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또, 산셴타이에는 타이완 동해안 최초의 등대인 ‘산셴타이 등대(三仙台燈塔)’가 위치해 있습니다. 산셴타이 등대는 팔선 여동빈을 상징하는 ‘여동빈석’ 위에 있으며 일제시대인 1915년 타이완 총독부가 동부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건설한 것으로 등대 자체의 높이는 7m이며 외관은 흰색입니다. 1999년부터는 태양열 에너지를 통한 전기 충전으로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등대에 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 이어진 백 개 이상의 계단을 올라야 하며 수십 미터 높이의 등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해식구, 해식평대 등 해안 침식 지형을 남김없이 살펴볼 수 있고 짙푸른 태평양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100 여 개의 계단을 오르면 '산셴타이 등대'에 도달한다. - 사진: '타이둥 관광 여행 사이트'
산셴타이는 신화 및 전설을 상당히 간직한 곳일 뿐만 아니라 생태 경관이 다양해서 해양성 조류에게는 최고의 서식지이기고 하며, 인근 해역에 물고기 자원이 풍부해서 천연적인 낚시터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또, 섬 곳곳에서 진귀한 품종의 해안생물들을 볼 수 있어 해안식물 생태 연구에 매우 중요한 거점입니다. 이 외에,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는 산셴타이는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이 최적한 곳인데 방문객들이 여기서 다이빙과 스노클링 체험을 하면서 열대어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습니다.
타이완 동해안에 있는 산셴타이는 또한 매년 1월 1일이 되면 새해 첫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새해맞이 명소인데요. 자연적 또는 문화적 관광자원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산셴타이를 타이완으로 여행오고 싶으신 청취자분께 추천합니다.
*원고 일부 내용은 내정부 '타이완 종교 명승지 100곳' 을 참조하였습니다. 내정부의 자료 제공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