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가장 중요한 종교 신앙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마주(媽祖) 여신 신앙입니다. 매년 음력 3월 마주의 탄신일 때쯤 타이완 전국 각지의 마주묘들이 마주 탄신일 축하를 위해 여러 행사를 개최하는데 그중 바이사툰(白沙屯) 마주 여신 순례 행사는 가장 성대한 행사 중의 하나로 꼽힙니다.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는 타이완 마주 신명의 순회 행사 중 가장 긴 도보 행차 경로를 자랑합니다. 독특한 점은 매년 행차 일수나 루트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마주신의 지시에 따라 행사 일정과 루트를 정하는 것이며 세계 3대 종교행사로 뽑힌 다쟈(大甲) 마주 여신 순례 행사와 함께 타이완의 양대 마주 참배 행사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타이완 북서부 마오리(苗栗)현 통샤오(通霄)진에 위치한 바이사툰(白沙屯)은 원래 바이사둔(白沙墩)이라고 불렸으며, 청나라 건륭제(재위 1735∼1795) 시기에 중국으로부터 이주한 이민자들에 의해 개척됐습니다. 당시의 선민들은 민가에 마주 신상을 모시고 전체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로 삼았으며, 함풍제 시대(1851년~1861년) 말기에는 마을의 자선가들이 자금을 모아 사당을 건립하기 시작하였고 1863년에 완성됐는데, 이 사당은 바로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의 주최국인 공톈궁(拱天宮-공천궁)입니다. 공톈궁에는 두 개의 전당이 있으며, 정전에는 마주여신을 모시고 있고 후전에는 마주의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 효도를 매우 중요시하는 마주묘로 여겨집니다.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현지 주민들 말에 따르면 공톈궁이 건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어 현재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참배 행렬은 공톈궁에서 출발하여 타이중(臺中)시와 장화(彰化)현을 거쳐 윈린(雲林)현의 마주 신앙 중지인 베이강(北港) 차오톈궁(朝天宮)까지 약 400km를 왕복하는데 한국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며 타이완 각지의 마주 참배 행사 중 가장 긴 도보 루트를 가지고 있습니다.매년 신도들이 자진하여 마조를 따라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독실한 신앙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는 2008년 먀오리현 민속문화 자산으로, 2010년 국가 중요 민속 무형 문화 자산으로 지정됐으며 2013년에는 타이완 종교 명승지 100곳으로 뽑혔습니다.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에서 가장 특색있는 부분은 행차 일수나 루트 등이 고정적이지 않은 것입니다. 매년 음력 12월 15일 오후 1시에 공톈궁의 노주(爐主,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가 교(筊)를 던져 마주의 뜻을 물어 출발하는 날짜와 돌아오는 날짜 등 행사 일정을 결정하지만 행차의 루트는 사전에 미리 결정하지 않고 출발하고 걸으면서 마주 여신의 가마의 움직임에 따라 정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해진 루트와 여정표도 없으며, 정해진 휴식 지점도 없습니다. 특히 매번 중요한 갈림길에 도착할 때마다 가마가 멈춰서 위아래, 앞뒤로 저절로 움직이면서 가마꾼들에게 길을 알려줍니다. 다리를 건너거나 심지어 좁은 오솔길로 안내하기도 하며, 2001년 참배 시에는 마주가 신도들을 이끌고 줘수이강(濁水溪)을 건넜다는 미담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정말 신기하지요!
도보 참배 행렬 전개 3일 전 공톈궁의 노주가 두기(頭旗)라고 불리는 깃발을 사당 앞 기둥 위에 고정해 놓으며 이는 바이사툰 마주 참배가 막을 올렸다는 것을 사방에 알리는 것입니다. 이 깃발은 참배 행렬과 보이지 않는 병마를 지휘하고 액운을 쫓아내며 길을 인도하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깃발을 든 사람은 모두 남성이며 각종 무기나 방천화극 등을 배치하여 씩씩하고 힘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참배 행렬의 출발 의식이 시작될 때, 사찰 측은 마주 신상을 가마에 태우고 사당 앞뜰로 가 허우룽(後龍)진 난강(南港) 지역의 ‘산볜마주(山邊媽祖)궁’이 모시는 마주 신상이 오기를 기다린 후 함께 가마에 태워 베이강 차오톈궁(朝天宮)으로 참배를 갑니다. 베이강 차오톈궁에 도착하고 나서 가장 중요한 의식인 진화(進火) 의식을 진행합니다. 차오톈궁의 주지 법사가 일 년 내내 꺼지지 않는 광명등(光明燈, 신도들이 복을 기원하는 등)의 불을 이용해 제사용 지전에 불을 붙여 ‘만년향화(萬年香火)’ 화로에 넣고, 경문을 외우며 마주의 보호와 축복을 빕니다. 이후 불을 공톈궁이 준비한 ‘불항아리’에 넣은 후 봉인 용지를 붙입니다. 이 불은 바사이툰까지 다시 옮기는 동안 꺼져서는 안 됩니다. 이는 마주의 ‘만년향화’가 끊이지 않고 전해지며 법맥이 이어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톈궁으로 돌아온 후 마주 신상과 불항아리를 정전의 감실에 두고 12일이 지나고 나서 불항아리를 가지고 나와 항아리의 불을 사당의 여러 개 향로들 안으로 옮기면서 순례 행사를 마무리합니다. 이는 개로(開爐, 화로를 염) 의식이라고 합니다.
타이완 마주 참배 의식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 참여자들이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나라 시기 때부터 도보 참배 행렬에 참여하는 신도들을 ‘향정각(香丁腳)’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젊은 장정(壯丁)들이 참배 깃발, 지전, 마른 식량, 우산, 간단한 옷과 물건이 든 망태기를 들고 밤낮으로 가마의 행차를 따르며 순서대로 가마를 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초기 바이사툰 마주 여신 순례 행사는 향정각의 수가 적었기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가마를 질 수 있게 했습니다. 일반 민간 의식 중에는 여성의 참가를 금기시하기도 했으나 후에 일정한 구간을 정하여 종족과 성별을 나누지 않고 남녀는 물론 내외국인까지 모두 마주의 가마를 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바이사툰 마주 참배행렬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원고 일부 내용은 내정부 '타이완 종교 명승지 100곳' 을 참조하였습니다. 내정부의 자료 제공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