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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구름 뒤에 있다' - 우리와 악의 거리 2

  • 2021.01.28
연예계 소식
우리와 악의 거리(我們與惡的距離) 스틸 사진: '우리와 악의 거리'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쳐

지난주 저는 드라마 ‘우리와 악의 거리(我們與惡的距離)’ 일부분의 줄거리와 이슈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나머지 내용을 소개할 겁니다. ‘우리와 악의 거리’는 묻지마 총격 살인사건의 가해자, 가해자 가족, 피해자 가족, 그리고 변호사, 정신질환자 등 사건에 관련된 여러 인물이 마음의 상처를 직면하고 이겨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지난주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 간의 갈등 관계에 초점을 뒀는데 이번주 기타 인물의 이야기도 살펴봐야 되지요.

우선, 묻지마 살인사건 가해자 등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주로 변호해주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인권 변호사 왕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셔(王赦)는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자라나서 사회적 약자를 변호해주는 인권 변호사가 되고 싶은 겁니다. 그는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게 아니지만 절차적 정의를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절차적 정의란 사람들이 일정하게 규정된 조건 아래에서 공정한 절차적 규칙에  따라 재판했다면, 그 절차를 통해 나온 결과 또한 정의롭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왕셔는 타이완 같은 법치국가는 가해자의 범죄 동기를 명확히 분석하고 나서야 법적 절차에 따라 가해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으며, 민중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함부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범을 변호해주는 이유로 ‘악마의 대변인으로 여겨지며, 자기의 가족, 사회대중, 피해자 가족 등 사람에게 이해를 받지 못합니다. 드라마는 바로 항의하는 민들이 왕셔에게 배설물을 뿌리는 화면으로 시작합니다.

사실은 저는 왕셔의 이념은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가해자의 법죄 동기를 찾아냈다면 범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저도 동의하지만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라고 하듯이 피해자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과 분노를 잠시 놔두고 가해자 동기 분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지요. 게다가 사회 여론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런 인권 변호사의 존재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범죄 뒤에 숨겨 있는 사회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대중들의 오해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견지하며,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는 생각 현대 사회기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의 노력은 지금 당장 보이지 못하지만 앞으로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을 믿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와 악의 거리’ OST 중국 출신 가수로서 현재 타이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위커웨이(郁可唯)가 부른 ‘세상을 걸어 지나간다(路過人間)’를 들으시면서 잠시 쉬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왕셔가 변호해주는 가해자는 정신 질환에 걸린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은 드라마 아닌 현실도 비슷한 상황이지요. ‘우리와 악의 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는 바가 있습니다.

잉스총(應思聰)은 국제적 영화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은 젊은 신예 감독인데 여자친구의 죽음과 해고를 당한 충격 등으로 성격이 크게 변하는 뿐만 아니라 환청이 들리고 환시가 보이기도 시작합니다. 어느날, 그는 카메라 가방을 들고 동네 유치원에 가서 영화를 찍는데 총을 가지고 유치원 학생을 협박하는 정신질화자로 오해를 받아 경찰에게 체포되며, 나중에 조현병 즉 정신분열증 환자로 확인됩니다.

정신 질환자를 둘러싼 오명 외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 현상도 드라마에서 엿불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자 관련 기관을 자택 근처에서 설립하지 말라는 님비 현상, ‘정신질환자는 모두 갇혀 있어야 된다’는 어떤 사람의 주장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무지나 그릇된 편견으로 정신질환자가 모두 국민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어서 지역사회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그러나 드라마 속의 정신과 의사가  ‘살인 사건의 가해자 중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이 5%에 불과하며, 그중 자기의 가족 아닌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고 하는 듯이 정신질환자가 타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들은 절대적인 위험한 존재가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정신질환자 관련 범죄로 인한 사람들의 우려를 이해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배제보다 포용하는 자세로 정신질환자를 대해주면 좀 더 좋은 사회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대중매체의 역할과 기능이 또한 ‘우리와 악의 거리’에서 다뤄진 바가 있습니다. 일반대중에게 대량의 정보 및 시사내용, 당대의 이슈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대중매체는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그중, 부정적 영향도 포함되고 있지요.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페이크 뉴스 보도, 사생활 침해, 과도한 간접 광고 사용, 자극적 장면을 연출하는 대중매체는 원래 갖춰야 하는 역할과 기능이 점차 사라짐에 따라 대중들이 매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불만도 높아지고 있으며,  ‘어릴 때 공부를 안 하면, 나중에 기자가 된다’는 말까지 생긴 것입니다. 그러나, 고품질 기사를 작성해온 매체는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진실성보다 오락성을 더욱 중요시하는 시청차가 많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시청자가 인식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저질의 뉴스를 보거나 인터넷에서 악플을 남길 때 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때 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곱지 않은 시선으로 가해자 가족을 바라보며, 심지어 언행으로 그들에게 불쾌감을 줄 때 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누가 선인이고 누가 악인인지 또 선인, 악인이란 무엇인지 정말 정답이 있을까 라고 싶습니다.

입장이 다르더라도 레테르를 붙이지 않고 대화와 개방적 태도를 통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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