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하는 입동(立冬)이 지나자 타이완에서 많이 추워졌고, “이제 정말 겨울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겨울을 맞아 오늘의 멜로디가든 방송에서는 제목에 “겨울 동冬”자가 들어간 타이완 노래 가운데 3곡을 골라서 청취자분께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첫번째로 소개해 드릴 제목에 “겨울 동冬”자가 들어 있는 타이완 노래는 1980년대 타이완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이자 배우인 가오링펑(高凌風)의 대표곡 <겨울 속의 불(冬天裡的一把火)>이란 곡입니다.
201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가오링펑은 무대에서 늘 다리를 벌리고 어깨를 으쓱 올려 유지한 채로 노래해 개구리처럼 보여서 ‘개구리 왕자”라고 불렸으며, 그의 개성이 넘치는 무대 매너와 특이한 비음 창법, 전위적인 무대의상은 1980년대 타이완 가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오링펑은 1974년 데뷔한 뒤 약 20년 동안 가수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시켰으며 그중 하나는 <겨울 속의 불>입니다.
<겨울 속의 불>은 아일랜드 출신의 4인조 여성 가수 그룹 더 놀런스(The Nolans)의 < Sexy Music>를 리메이크한 곡으로 1982년에 발표되었으며, 1987년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설날 특집 프로그램인 CCTV 춘만(春滿)에서 타이완 가수 페이샹(費翔)에 의해 불려지면서 중국 대륙에서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 노래의 후렴구엔 “당신은 겨울 속의 불과 같아요(你就像那冬天裡的一把火)/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요(熊熊火焰溫暖了我的心窩)/ 매번 당신이 내 곁으로 살며시 다가올 때면(每次當你悄悄走進我身邊)/ 불꽃은 나를 밝게 비춰줘요(火光照亮了我)” 등 내용의 가사가 있는데, 가오링펑은 후렴구 가사를 부를 때마다 손을 앞으로 뻗어서 엄지로 라이터를 켜고, 이와 동시에 관객들도 손을 들고 라이터 불을 켜는 동작을 하곤 해서 이 노래 하면 이 화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텝니다.
가오링펑(高凌風) <겨울 속의 불(冬天裡的一把火)>
두번째로 소개해 드릴 제목에 “겨울 동冬”자가 들어간 노래는 경력이 40년이 넘는 타이완의 대표적인 장수가수인 치친(齊秦)의 최고의 히트곡 <아마 겨울철쯤이겠지(大約在冬季)>입니다.
치친은 1981년 가수로 데뷔했고 데뷔 시절 긴 머리에 보잉 선글라스를 끼고 검정색 가죽자켓과 바지를 입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비주얼로 주목을 받았지만, 외형과는 달리 유난히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걸출한 음악적 재능이 그를 지금까지도 건재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치친은 지난 40년 동안 가수로서 수많은 불멸의 히트곡을 배출시켰으며, 그중 1987년에 발표한 <아마 겨울철쯤이겠지>는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장궈롱(張國榮), 차이친(蔡琴), 메이옌팡(梅艷芳), 펑페이페이(鳳飛飛) 등 여러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됐을 뿐만 아니라, 광둥어와 영어로 번언돼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는 치친이 당시의 연인 천녀유혼의 히로인 왕주셴(王祖賢)을 위해 만든 노래입니다. 그들은 영화 ‘방초벽력천’(芳草碧連天)’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져 연인으로 발전했으나 각자의 일터는 타이완과 홍콩에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습니다. 치친은 장거리 연애 중인 연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표하기 위해 15분 만에 <아마 겨울철쯤이겠지>를 만들고 앨범 《겨울 비(冬雨)》에 수록시켜 발표했습니다.
노래 후렴구에 “당신이 없는 나날에(沒有你的日子裡)/ 난 자신을 더욱 아낄 거야(我會更加珍惜自己)/ 내가 없는 세월 속에서(沒有我的歲月裡)/ 당신도 잘 지내야 해(你要保重你自己)/ 당신은 내게 언제쯤 고향에 돌아오냐고 묻지(你問我何時歸故里)/ 나도 작은 소리로 스스로에게 묻고 있어(我也輕聲地問自己)/ 지금은 아니고 언제일지 모르겠어(不是在此時 不知在何時)/ 내 생각에는 아마 겨울철쯤이겠지(我想大約會是在冬季)”라는 내용의 가사가 있으며 한 마디 한 마디가 왕주셴을 그리워하는 치친의 심정을 담아냈습니다.
치친(齊秦) <아마 겨울철쯤이겠지(大約在冬季)>
오늘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제목에 “겨울 동冬”자가 들어 있는 타이완 노래는 지난 7월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한 가수 코코 리(李玟리원)의 대표곡 중 하나인 <겨울철을 지나(過完冬季)>입니다.
중화권 가수로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오스카 시상식에서 공연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개인 콘서트를 개최한 중화권 톱스타 코코 리는 세상을 떠난 지 4개월이 됐습니다. 당시 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팬들이 큰 충격에 빠지고 유튜브에서 <겨울철을 지나> 등 코코 리의 노래들을 찾아들으며 댓글창에 애도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겨울철을 지나>는 “이 겨울철을 지나고 당신은 여전히 그대로일까?(過完這個冬季 你是否一如往昔)/ 눈을 뜨자마자 여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좋겠네(恨不得睜開眼就能聞到夏日氣息)/ 이 겨울철을 지나고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 확실해졌어(過完這個冬季 愛你的心更加確定)/ 편지를 쓰고 있어, 타이베이 날씨도 좋다고 알리려고(寫信告訴你 台北也好天氣)” 등 내용의 가사를 들으면 알 수 있듯이 추운 겨울에 멀리 있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따뜻한 겨울노래입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댓글창에 “겨울마다 꼭 찾아듣는 노래”,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준 코코리에게 감사해요”, “우울증에 시달린 사람 모두 평안하게 겨울을 지나길 바라요” 등 댓글이 달려 있는데, 이 댓글들을 보고 비록 코코 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이 노래를 통해서 계속해서 팬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코 리의 <겨울철을 지나>를 포함해서 오늘은 제목에 “겨울 동冬”자가 들어간 타이완 노래 3곡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번 겨울도 청취자분 모두 따뜻하고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을 품으면서 엔딩곡으로 코코 리의 <겨울철을 지나>를 띄어드리면서 방송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 방송의 진옥순이었습니다.
코코 리(李玟리원) <겨울철을 지나(過完冬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