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대표적인 역사도시 타이난으로 떠납니다. 타이난에는 타이난 기차역을 시작으로 현재 타이완문학관으로 사용하는 타이난주청, 현 타이난미술관 1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타이난 경찰서, 애국부인회(愛國婦人會), 타이난 지방법원, 린(林 하야시) 백화점 등 일제시기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데요. 현재 타이난시 중심에 남아있는 일제시기 건축물을 소개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과거에는 타이난 경찰서였고 현재에는 타이난 미술관 1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타이난 경찰서는 쇼와 6년인 193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9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봐도 매우 세련되고 기품있는 디자인으로 설계되었음을 느낄 수 있는데요.
아르데코(artdeco)
타이난 경찰서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벽은 벽돌로 되어 있습니다. 건축물의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 보면 몸체가 가장 높은 건물의 중앙을 기준으로 양옆으로 청사가 삼각형 모양을 그리며 뒤로 뻗어있는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건물 1층의 대문은 직선 형태, 2층의 테라스 부분은 팔각형 기둥으로 장식되어 있는 등 건물 대부분은 수직선 또는 수평선의 기하학적인 현대식 문양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명 아트데코(artdeco) 스타일입니다.
아트데코란 직역하면 ‘장식미술'로, 1920~3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했던 디자인과 인테리어 양식입니다. 1925년 파리의 장식미술 및 산업미술 국제박람회에서 따온 용어인데요. 날렵한 형태, 단순화한 선, 직각이나 원 등 기하학적인 문양, 대담한 컬러 등 기계시대 재질과 공예 모티프 양식을 절충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아르데코란 용어가 나오기 앞서,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걸쳐 유럽 및 미국에서 유행한 아르누보(art nouveau)와는 대조되는 특징을 갖습니다. 아르누보는 자연을 소재로 한 나무 덩쿨이나 말린 가지들, 화려한 꽃들의 모양을 소재로 해 화려하고 귀족풍의 디자인을 연상시킨다면, 아르데코는 테크놀로지를 수용한 직선적이거나 기하학적인 삼각형, 사각형 선들의 나열이나 원의 반복 등의 기초적인 도형의 형태를 띈다. 타이난 경찰서는 당시 대부분의 일제시기 건축물과 같이 바로 이러한 아르데코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우메자와 스테지로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타이난 경찰서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바로 우메자와 스테지로(梅澤舍次郞) 건축가입니다. 우메자와는 쇼와 5년인 1930년 타이난 지방의 토목기술사(技師) 역할로 부임했는데요. 타이난 경찰서는 그 이듬해 완공된, 타이난에서 그의 첫 건축물입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쇼와 7년 1932년에는 타이난 경찰서와 멀지 않은 곳에 하야시 백화점을 건설했는데요. 두 건축물 모두 건물의 중앙 기둥을 중심으로 양 옆면이 삼각형 모양으로 뻗어있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대담하고 아방가르드한 아르데코 스타일로 타이난 시가지를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출신인 우메자와는 메이지 44년인 1911년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타이완으로 넘어왔습니다. 타이완 총독부 토목국 산하에서 관리 및 수업을 담당하다 다이쇼 6년인 1917년 기술사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식민지 타이완의 도시 풍경을 새롭게 만드는 일에 착수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난 경찰서와 하야시 백화점 등 주요 건물을 짓고 타이난을 떠난 우메자와는 1934년부터 1942년까지 전매국 산하 기술사로 부임하면서 전매국의 중요한 청사 및 공장을 설계했습니다.
일제시기 타이완 경찰제도
1920년 무렵, 초대 문관 출신 총독인 덴 겐지로(田建治郞)가 타이완 총독부에 부임하자 기존의 무관 정치에서 문관 정치로 식민 통치 방식을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경찰제도 역시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경찰의 일반 사무를 문관이 맡도록 하여 경찰은 경찰 본연의 기능을 전담하게 한 것이었는데요. 경찰은 일제시기 당시 그 권한이 상당히 막대했습니다. 타이완 총독부 각급 정부조직에 소속되어 있던 경찰은 일본의 식민 통치의 주요부서를 집행하기 위한 행정수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일제시기 경찰은 일본 통치권의 상징이자, 피식민자인 타이완인들과 접촉하는 최일선에 배치되어 현지인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죠. 일제시기 타이완의 경찰제도는 당시 일본인이 타이완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도구이자, 경찰 시스템 자체가 한편으로는 타이완 사회의 안정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했다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1931년에 설치된 타이난 경찰서는 현재 타이완에 여전히 그 자태를 늠름하게 과시하고 있는 건물 중 하나입니다. 촬영 일자는 불분명하지만 일제시기 당시 타이난주 경찰서의 내근 주임(톈무라 후미츠, 田村文次)으로 근무했던 사람이 수집한 사진에서 보이는 경찰서의 모습은 지금의 타이난 미술관 1관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건물 정면에서 촬영한 당시 사진을 보면 타이난 경찰서 건물 입구에는 자동차 한 대가 주차돼 있고 지금은 없어진 야자수가 건물 양옆에 심어져 있으며 영사 앞쪽에는 전봇대 전선과 자갈길이 보입니다.
구 타이난 경찰서 건물의 변화
일제시기 타이난 경찰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 정부가 물러나고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내려온 후에도 타이난 시 경찰서로 계속해서 사용되었습니다. 중화민국 87년인 1998년 6월 26일 타이난 시 정부는 이 건물을 시 지정 고적으로 고시했고, 중화민국 99년인 2010년에 타이난 현시가 직할시로 통합 승격되면서 당시 시장이자 현 부총통인 라이칭더는 기존 타이난시 경찰서를 이전했고 이듬해인 2011년 6월, 타이난 시 정부 문화국은 구 타이난 경찰서를 타이난 시의 미술관 기지로 하고 1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에는 타이난시 지정 고적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11년 복원 이후 타이난 미술관의 1관으로 탈바꿈한 과거 타이난 경찰서는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나드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1층 작은 야외 테라스에는 푸른 잔디밭이 깔려 있고 그 위로 놓여진 작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건축물에 전시된 예술 작품들을 구경하고 잠시 사색에 잠긴 사람들에게 이만한 쉼터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신구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참고자료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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