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 어떻게 하나요?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까요? 아니면 신에게 빌까요? 어릴 적부터 제 어머니는 항상 저에게 “마주여신에게 빌어라, 너는 마주여신의 수양딸이다”고 하셨습니다. 타이완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이를 양자로 신에게 보내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치쯔를 한다(做契子)’고 합니다. 치쯔(契子)란 입양된 아이입니다. 늘 마주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 어머니는 저를 마주여신에게 양녀로 보내고 저는 마주여신의 치쯔가 되었죠.
마주여신은 도교에 등장하는 바다의 여신으로 이에 대한 신앙은 타이완의 가장 보편적인 민간 신앙의 하나입니다. 매년 음력 3월 23일 마주여신의 생신을 맞이하여 타이완 각지의 마주묘에서 성대한 제전이 거행됩니다. 이 중 타이중 다쟈(大甲) 전란궁(鎮瀾宮)에서 주최하는 마주여신 순례행사는 바티칸 주님성탄대축일 밤 미사,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를 순례하는 ‘하즈’와 함께 디스커버리 채널로부터 세계 3대 종교행사로 뽑힌 바 있습니다. <랜드마크 원정대> 타이중 시리즈의 마지막 시간에서 다쟈 전란궁을 비롯한 타이중의 종교적인 랜드마크에 대해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랜드마크를 소개하기 전에 우선 타이완의 종교에 대해 알아봅시다. 미국 퓨 연구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종교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 다원성 항목에서 타이완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작은 섬에는 총 22개의 주요 종교가 존재하며 3만여 개의 종교 장소가 있습니다. 즉 1평방 킬로미터당 한 개의 사찰이나 교회가 있을 정도로 많습니다.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든 종교가 존중받고 왕성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2019년 타이완 중앙연구원이 발표한 종교별 인구비율 보고를 살펴봅시다. 타이완 사회는 중국에서 온 한족(漢族)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 불교와 도교를 융합하는 민간신앙은 77.8%로 대다수입니다. 불교와 도교 외에 조상, 자연, 영웅과 위인 등에 대한 숭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들이 각각 다른 업무를 맡고 있는데, 좋은 인연을 찾으려면 월하노인(月下老人), 시험 전에는 공자와 문창제군(文昌帝君), 새 집에 들어갈 때는 터주신(地基主) 등 다양한 신앙이 있습니다. 민간신앙에 이어 무교는 13.2%, 기독교는 6.8%로 나타났습니다.
타이중에 있는 다쟈(大甲) 전란궁(鎮瀾宮)은 타이완 3대 마주묘의 하나로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마주여신이 태어났을 때 전혀 울지 않았다고 하여 침묵의 묵(默)이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또한 옛날 여성을 가리키는 ‘낭(娘)’자를 추가해 ‘임묵낭(林默娘, 린모냥)’이라고 부릅니다. 묵낭은 어린 시절부터 신통한 힘을 통해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바닷가에서 어민들의 해상안전을 수호했습니다. 신이 된 후 목낭은 항상 ‘붉은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이미지로 파도 속에서 나타나 태풍의 방향을 바꾸는 등 신통력을 발휘합니다. 이 때문에 어민들과 해안지역 주민들의 숭배 대상이 되었고 중국 북송 조정으로부터 천후(天后), 천비(天妃), 천상성모(天上聖母) 등 칭호를 받았습니다.
됴교에 등장하는 바다의 여신인 마주여신 - 사진: 다쟈 전랑궁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타이완은 예로부터 해상무역활동이 활발하고 중국에서 온 이민으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마주여신을 정신적 기둥으로 삼고 있습니다. 민간신앙에서 마주는 항상 어머니나 할머니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긴급 상황 시에 의지할 대상으로 신도들의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타이완어에는 마주여신을 ‘마주포(媽祖婆, 마주 할머니)’라고 합니다. 따라서 현재 마주신앙은 해상 활동에 국한되지 않고 타이완의 가장 대표적인 신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현재 타이완에 있는 500여 개 마주묘 중 1604년 명나라 시대에 세워진 ‘펑후마주묘(澎湖天后宮 천후궁)’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32년 청나라 시대에 지어진 다쟈 전란궁은 130년 늦었지만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타이완의 대표 마주묘입니다. 특히 8박9일 간 진행되는 전란궁 마주여신 순례행사에는 해마다 10만여 명의 신도가 참여합니다. 이 행사는 매년 정월대보름에 날짜를 정한 후 타이중 다쟈에서 출발해 장화(彰化), 윈린(雲林), 쟈이(嘉義), 윈린(雲林), 장화(彰化), 타이중 다쟈의 순으로 행진합니다. 중간에 자유롭게 쉴 수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데요. 타이완 현지의 신앙문화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아주 좋은 도전입니다. 저는 지난 4월 관련 영상 보도를 한 적이 있는데 관심이 있으시면 저희 RTI 한국어 방송의 유튜브 페이지를 통해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소개해 드릴 두번째 랜드마크는 타이중 둥하이대학교(東海大學)에 있는 ‘루스채플 교회당(路思義教堂, The Luce Chapel)’입니다. 산간지대에 위치한 기독교 둥하이대하교는 개교 초기에 교통이 비교적으로 불편했는데, 학교의 후원단체인 ‘미국 아시아 기독교 고등교육 연합이사회’가 학생들의 종교활동을 위해 캠퍼스 안에 교회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루스채플 교회당은 미국 잡지 《타임(Time) 》의 창립자 핸리 루스(Henry Robinson Luce)의 기부금을 통해 1963년에 준공되었고, 루스는 40여 년 간 중국에서 선교했던 아버지(Henry Winters Luce)를 기념하기 위해 ‘루스채플’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한 중국계 미국 건축가 베이위밍(貝聿銘-I. M. Pei)과 둥하이대학교 건축학과 천치콴(陳其寬) 교수의 공동설계로, 루스채플 교회당은 중화문화와 서양문화가 한 자리에 만나 탄생한 최고의 건축물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 곳곳에서 101빌딩을 볼 수 있듯이 둥하이대학교 곳곳에서도 루스채플 교회당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기도하는 두 손처럼 학생들을 수호하고 타이완의 기독교 발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60년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누수와 외벽 파손으로 루스채플 교회당은 2022년 11월부터 1년 간의 보수공사를 시작해 오는 2024년 1월 1일 재오픈할 예정입니다. 내년 타이중에 오시면 아름다운 루스채플 교회당을 놓치지 마세요!
타이중 둥하이대학교에 있는 루스채플 교회당 - 사진: 문화부 국가문화자산 페이지
다쟈 전란궁과 루스채플 교회당 외에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쯔윈옌(紫雲巖), 석가모니를 모시는 바오줴사(寶覺寺), 영국 선교사의 추진으로 지어진 류원교회(柳原教會) 등도 가볼 만한 타이중의 종교적 랜드마크입니다. 뻔한 여행 코스가 지겹다면 이너피스를 찾을 수 있는 타이중 성지순례는 어떨까요?
엔딩곡으로 타이완의 록 밴드 ‘더 체어맨(董事長樂團, The Chairman)의 타이완어 노래 ‘신들이 타이완을 수호한다(眾神護台灣)’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는 타이완 민간신앙의 다신교적인 성향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2021年國際宗教自由報告 – 台灣部分〉,美國在台協會。
2. 〈宗教信仰在臺灣〉,內政部。
3. 「全球宗教多樣性指數,台灣排名第二、梵蒂岡墊底」,關鍵評論網。
4. 宗教巡禮,台中觀光旅遊網。
5. 路思義教堂,東海大學校牧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