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타이베이 시민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자오찬디엔(早餐店)

  • 2023.05.24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아침 식사를 파는 자오찬디엔(早餐店)의 주요 메뉴인 단빙(蛋餅, 좌)과 뤄보가오(蘿蔔糕, 우) - 사진: 플리커(flickr)

부엌에서 사각사각 식재료를 자르는 소리가 들리고 밥 짓는 내음이 올라오면 벌써 아침이구나 하며 침대에 누운 몸을 일으킵니다. 밥과 국을 함께 드시기 좋아하셨던 아버지 덕에 어렸을 적엔 매일 아침이면 밥과 국, 3찬 이상의 반찬을 먹었습니다. 그랬던 아버지가 연세가 드시고는 오히려 간편식을 찾으시더군요. 삶은 감자와 삶은 계란, 그리고 토마토와 오이, 당근 같은 생야채와 과일로 아침을 하시면 든든하면서도 속이 편하다 하십니다. 여기에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죠. 3찬에 밥과 국이 있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밥상이든, 삶은 계란/감자에 야채와 과일을 함께 먹는 간편식이든, 혹 동네빵집에서 빵을 사오든, 아침식사란 자고로 ‘집’에서 먹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타이베이 살이가 벌써 5년을 넘어 6년째를 향해갑니다. 그리고 제게 아침은 반드시 집에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게 되었습니다. 자오찬디엔(早餐店). ‘아침식사를 파는 가게’라는 뜻의 자오찬디엔이 있기 때문이죠. 자오찬디엔은 타이베이 시내 골목길 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오찬디엔은 오전 6시부터 영업을 시작해 짧게는 11시, 길게는 오후 2시까지 운영합니다. 주로 평일 5일을 영업하고 출퇴근을 적게하는 주말엔 문을 닫죠. 남녀를 막론하고 직장인(上班族)이 그 여느 도시보다 많을 수 밖에 없는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 시민들은 자오찬디엔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합니다. 가게에서 아침을 사서 포장해 집에서 먹을 수도 있고, 가게 안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자오찬디엔 메뉴는 주로 작은 1인용 책상 정도 되는 사이즈의 철판 앞에서 대부분 만들어지죠.

자오찬디엔 가게는 무수히 많습니다만, 취급하는 메뉴는 거의 비슷합니다. 가장 먼저 타이완 아침식사의 정석인 단빙(蛋餅)을 소개합니다. 단빙은 철판에 기름을 두른 후 부쳐 낸 얇은 피 위에 각종 재료를 감싸서 먹는 음식입니다. 어떤 재료가 드러가느냐에 따라 단빙의 종류는 무궁무진해집니다. 햄(火腿), 치즈(起司), 스위트콘(玉米), 참치(鮪魚), 베이컨(培根) 등이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스위트콘와 참치 단빙을 좋아합니다. 지극히 개인취향입니다. 주요 재료가 무엇인가도 중요하지만, 단빙의 속을 살짝 볶은 아삭한 양배추와 파로 채워주는 곳을 가장 선호합니다. 밀가루 반죽 피에 주요 재료만 있으면 야채를 섭취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을 이 야채들이 달래주거든요. 단빙의 또 하나의 매력은 짭짤하면서 달달한 자오찬디엔 특유의 장을 찍어먹는 데 있습니다. 일반 간장보다 점성이 있으면서 간장의 짠맛을 잡아주는 달짝지근한 맛과 약간의 마늘향이 나는 이 장은 슴슴한 단빙의 맛에 감칠맛을 더합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빨간 매운 양념장을 추가해 먹기도 합니다. 양념장, 이 장 맛이 자오찬디엔 단빙의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단빙에 이어 다음으로는 투스(吐司)와 한바오(漢堡)가 있습니다. 토스트를 뜻하는 투스와 햄버거를 뜻하는 한바오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빵입니다. 식빵과 버거용 번의 차이죠. 투스는 식빵을 바삭하게 구워 그 안에 내용물을 채워주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식빵의 굽기 정도가 투스의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자오찬디엔에서 파는 한바오의 번은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햄버거집의 번보다 말캉말캉하고 얇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모닝빵의 대형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한바오의 번은 기름에 굽지 않기 때문에 빵 내음을 그대로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참! 계란을 추가할 건지 말지는 자오찬디엔에서 매우 중요한 선택사항입니다. 단빙과 투스, 한바오, 어떤 메뉴를 시키던지 계란 추가 여부는 늘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죠. 보통 계란을 추가하면 기존 메뉴에서 10에서 20 타이완뉴달러를 추가해야 합니다. 한국 돈으로 500원에서 1000원 정도 추가하는 셈이죠. 보통 자오찬디엔의 한 메뉴는 50 타이완뉴달러(한국 돈 약 2,200원) 내외이니 몸이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까짓 거 계란 하나 추가하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메뉴 외에 타이베이 사람들이 자주 시키는 메뉴 몇 가지를 더 소개할게요. 하나는 뤄보가오(蘿蔔糕)입니다. 그대로 번역하자면 ‘무로 만든 떡’입니다. 오래 정재하고 찰지지 않은 쌀을 찌고 여기에 껍질을 벗기고 채 썬 무와 감칠맛을 내는 각종 조미료를 넣어 함께 쪄낸 뤄보가오는 아침 식사용으로 제격입니다. 식혀 놓은 뤄보가오를 철판에 살짝 구워 짭조롬한 장에 찍어 먹으면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줍니다. 콩국물을 뜻하는 도우장(豆漿)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아침 메뉴인데요. 설탕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 차가운 것와 따뜻한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도우장 한 사발 역시 적은 양으로도 영양가와 포만감을 동시에 채울 수 있는 좋은 아침 메뉴 입니다. 말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도네요.     

최근 타이베이 자오찬디엔 메뉴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타이완식 아침 메뉴 외에 서양식 브런치 가게도 많아졌고, 샐러드나 새싹 채소를 넣은 롤처럼 기름에 굽지 않은 메뉴를 파는 가게도 많아졌습니다. 일본 나고야의 대표 체인 카페인 코메다 커피도 2018년 타이베이에 1호점을 낸 이래 일본식 토스트 메뉴로 타이베이 사람들의 아침을 챙기기 시작했죠. 

한국을 여행한 타이완 친구들은 하나같이 ‘왜 한국엔 아침을 파는 가게가 없냐’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 살 때 집 외에 다른 장소에서 아침을 먹은 경우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24시간 운영하는 콩나물 국밥집이나 감자탕집, 혹은 김밥천국 정도밖에 생각나는 곳이 없더군요. 반면 타이완은 아침 메뉴가 무궁무진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침을 파는 가게라는 용어가 없지만 타이완에서는 ‘자오찬디엔’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자오찬디엔은 타이베이 도시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풍경에 빼놓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타이베이를 여행하실 청취자님들이 계시다면 여행 중 조금 일찍 일어나 타이베이 자오찬디엔의 활기와 식욕을 자극하는 각종 아침 메뉴들을 맛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엔딩곡은 타이완 랩퍼 엠씨 핫도그(Mc Hot Dog)의 2012 노래 ‘아침을 안 먹어야 진정한 힙합인이지(不吃早餐才是一件很嘻哈的事)’를 들려드립니다. 힙합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등교하는 학생들과 달리 새벽까지 깨어있는 올빼미족이라 아침 따윈 안먹는 가사가 재미있는 노래입니다. 특히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전형적인 타이완의 자오찬디엔에서 촬영해서 분위기와 메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노래가 신나셨다면 뮤직비디오도 한 번 감상해보시면서 타이완의 자오찬디엔의 매력을 느껴보시죠!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