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는 “원주민은 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원주민족은 결혼식, 축제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전통문화가 있으며, 심지어 일상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통해 정서를 표현하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원주민족도 있습니다. 이렇게 음악은 오래전부터 원주민족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원주민족은 마치 ‘음악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민족처럼 상대적으로 음악에 재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현재 중화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타이완 가수 중에는 원주민이 매우 많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최고의 명성과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는 '아시아 천후' 장후이메이(張惠妹), 타이완에서는 본명으로 활동하지만 한국에서는 '비비안 수'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가사이자 배우인 쉬뤄쉬안(徐若瑄), 그리고 타이완영화 More than Blue(比悲傷更悲傷的故事)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의 리메이크작 OST인 <어떤 슬픔(有一種悲傷)>을 부르며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아린(A-Lin, 黃麗玲) 등이 모두 원주민 출신 가수입니다. 오늘 멜로디가든 시간에 제가 청취자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가수는 또한 원주민인데, 바로 ‘소울 디바’라고 불리는 자자(家家)입니다.
본명은 지자잉(紀家盈)인 자자는 부농족(布農族)인 아버지와 베이난족(卑南族)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2007년 사촌 우하오언(吳昊恩)과 함께 구성한 듀엣 그룹 '하오언자자(昊恩家家)'가 타이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음악시상식인 제18회 금곡장(金曲獎) 보컬그룹상을 거뒀습니다. 이후 수년 간 가수활동을 하지 않고 다른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앨범 백보컬로 활동하다가 2012년 타이완밴드 메이데이(五月天)의 초청으로 그들이 창립한 기획사 비인 뮤직(B'in Music)에 합류하고 1집 《잊지 못해(忘不記)》를 발표하며 솔로가수로 다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총 4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으며, 1집 《잊지 못해》와 2집 《너의 외로움을 위해 노랠 불러 (為你的寂寞唱歌)》, 3집 《여전히 그리워해(還是想念)》로 금곡장 만다린어 여자가수상 후보에 3번이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서는 자자의 대표작 중 3곡을 골라서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로 소개해드릴 노래는 <운명(命運)>입니다. <운명>은 2013년 타이완과 중국이 공동제작한 드라마 ‘난릉왕(蘭陵王)’의 삽입곡입니다. <운명>은 운명을 이기지 못하는 비극적 사랑을 다룬 노래로, 극중 난릉왕이 화살에 맞아 숨진 아내를 품에 안으면서 우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와 수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노래의 가창자 자자도 타이완과 중국 양지에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게 됐습니다. 여기서 이 노래의 후렴 부분 가사를 번역해서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我屬於 你的注定 난 당신의 운명이기에
不屬於 我的命運 내 운명에 속해 있지 않아요
不要命 不要清醒 목숨은 아깝지 않고 깨어나고 싶지도 않아요
還有夢能緊緊抱著你 꿈속에서 당신을 꽉 끌어안고 싶어요
愛寫出 我的詩經 사랑으로 내 시경은 쓸 수 있지만
算不出 我的命運 내 운명은 알 수 없어요
你給我的命 下一輩子 再還你 당신이 내게 준 삶은 다음 생에 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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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에 이어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자자의 대표작은 <소꿉놀이(家家酒)>라는 노래입니다. <소꿉놀이>는 자자가 2016년 12월에 발행한 세번째 앨범 《여전히 그리워해》에 수록되며 로맨스 TV드라마 《완벽한 짝(極品絕配)》과 웹드라마 《누군가 당신의 방황에 함께하기를(願有人陪你顛沛流離)》의 OST로 사용됐습니다.
<소꿉놀이>는 ‘사랑은 소꿉놀이처럼 쉽게 할 수 있고 또 쉽게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내용의 곡입니다. 여기서 후렴구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我們 是真的愛嗎 우린 정말 사랑이니?
你想問你自己嗎 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어?
要是像 家家酒 照劇本 過下去呀 소꿉놀이처럼 대본대로 살아가면
那會多快樂啊 얼마나 좋을까
結尾 會有彩蛋嗎 끝에는 쿠키영상이 있을까?
誰會搶著說實話 다그치며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愛不是 扮家家酒 講好了 要忘就忘 사랑은 소꿉놀이처럼 잊자고 약속하면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야
像大人一樣 어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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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자자의 대표작은 <가벼운 상처(輕傷)>입니다. <가벼운 상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타이완 드라마 ‘모방범(模仿犯)’의 엔딩곡입니다. ‘모방범’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로 1990년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도시 ‘송옌시(松延)’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다룹니다. ‘모방범’은 지난 3월 3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고 4월 첫째주(3~9일) 시청 시간 1774만 시간을 기록해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2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시청률 순위 10위권에 오른 최초의 타이완 작품이 되기도 했습니다.‘모방범’은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드라마로 분위기가 어둡고 음물한 편이라서 보고 나서는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이 다운될 수도 있는데, 많은 시청자가 드라마 엔딩곡으로 자자의 <가벼운 상처>를 들으면서 힐링을 받고 답답함이 조금 해소됐다며 호평을 남겼는데요.여기서 ‘가벼운 상처’의 1절 가사를 번역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心 輕輕擦傷 마음엔 가벼운 상처를 입어
淚流走悲歡離合現場 不留線索 슬픔과 기쁨에 눈물 흘렸었지만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아
匆匆啊匆匆溜走 바쁘게… 바쁘게 흘러가
一轉眼煙消雲散了沒有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게 돼
飛蛾又撲火 불나방은 또 불길 속으로 뛰어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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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는 드라마 OST에 연이어 참여하면서 인지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는 고음을 외치기보다는 가성과 부드러운 톤으로 노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특징인 것 같습니다. 소울이 넘치고 힐링될 수 있는 자자의 음악 작품,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