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타이완어(민남어) 가수가 누구냐’고 물으시면 ‘쟝후이(江蕙)’라고 대답한 사람이 많을 겁니다. 쟝후이는 타이완에서 가장 대표적인 타이완어 가수로 상당히 높은 지위와 명성을 누리고 있으며, 쟝후이 덕분에 타이완어 노래는 더 많은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쟝후이의 본명은 쟝수후이(江淑惠)입니다. 1961년 타이완 서남부 자이(嘉義)현에서 태어났고, 네 자녀 중 둘째 아이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둘째언니’라는 애칭을 받았습니다. 22세인 1983년 정식으로 데뷔하였고,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네번째 앨범 《이별의 바닷가(惜別的海岸)》가 히트를 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앨범의 동명의 주제가 《이별의 바닷가》는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난 이들의 심정을 묘사하는 곡으로, 이 곡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합니다.
쟝후이의 데뷔 초기의 작품은 대부분 삶의 신산(辛酸)스러움을 다룬 슬픈 노래이며, 노래의 우울한 분위기는 그의 애절한 목소리로 극대화되고 중하위 계층 노동자와 타향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쟝후이는 익숙한 제자리 걸음에 머무르지 않고 1992년에 발표한 《취중진담(酒後的心聲)》이란 앨범부터 보다 부드럽고 세련되는 가창 스타일로 바꾸고, 앨범에 수록시킬 노래를 고르는 데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새로운 타이완어 노래를 선보이며 타이완어 노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이 변화로 인해 과거 “타이완어 노래들이 다 똑같다, 다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타이완어 노래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쟝후이의 음악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취중진담》은 아시아 전역에서 300만 장이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고, 그중 타이완에서의 판매량은 116만 장으로, 타이완에서의 판매량이 100만을 넘어선 유일한 타이완어 앨범입니다. 일반 청취자에게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취중진담》의 작품성은 타이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시상식인 금곡장(金曲獎) 심사위원단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아 올해의 베스트 앨범을 비롯해 총 4관왕을 휩쓸었습니다. 이 앨범으로 인기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쟝후이도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금곡장 최우수 타이완어 여가수상을 수상한 위대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1980년대 초기부터 2015년 은퇴를 선언할 때까지 30년이나 되는 가수 인생에서 쟝후이는 무려 60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수많은 명곡을 배출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대표작은 <아내(家後)>라는 노래입니다. <아내>는 2001년에 발표된 《쟝후이 동명 앨범(江蕙同名專輯)》에 수록됐으며, 남편에 대한 여자의 깊은 애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나온 지 8년이 지난 2009년에 제20회 금곡장에서 치른 ‘제10~19회 금곡장 입선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는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쟝후이가 은퇴를 선언한 2015년에는 타이완 유력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DailyView’가 매긴 ‘쟝후이 노래 톱10’에도 <아내>는 1위를 차지하며 불굴의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노래의 후렴구 가사를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널 위해 온 청춘을 바치고,(阮將青春嫁置恁兜)/ 젊은 나이로부터 너랑 함께해 왔어요(阮對少年隨你隨甲老)/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어 봤으나(人情世事已經看透透)/ 너는 누구보다도 중요해요(有啥人比你卡重要)/ 나는 널 위해 평생을 바치면서(阮的一生獻乎恁兜)/ 행복은 평범한 일상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才知幸福是吵吵鬧鬧)/ 따날 때가 된다면(等待返去的時袸若到)/ 난 너를 먼저 보내줄게요(我會讓你先走)/ 날 위해 눈물을 흘리는 너의 모습을 보기 싫으니까요(因為我會不甘 放你為我目屎流)”라는 가사입니다.
담백하지만 깊은 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 노랫가사는 타이완 가수이자 작사·작곡가인 정진이(鄭進一)가 쓴 것입니다. 그는 중풍에 걸린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영감을 얻고 30분의 짧은 시간에 걸쳐 가사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내>의 작사가로 1991년에 이어 10년 만에 금곡장 최우수 작사가 부문 후보에 오르며 뛰어난 작사 실력이 재입증됐습니다.
'DailyView’에서 매긴 ‘쟝후이 노래 톱10’ 순위에서 <아내>를 이어 2위를 차지한 노래는 <널 꽉 안아줄래요(甲你攬牢牢)>입니다. <널 꽉 안아줄래요>는 2008년 11월에 발행된 동명의 앨범에 수록됐습니다. 이 앨범은 이듬해 제20회 금곡장 시상식에서 최우수 타이완어 앨범상의 영광을 거두었습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인 <널 꽉 안아줄래요>는 쟝후이가 처음으로 작곡, 작사에 직접 참여한 노래입니다. 그는 타이완의 921대진, 미국의 911테러 사건, 인도양 쓰나미 등 자연재해나 인위적 사고로 인해 신체 또는 마음에서 상처를 입힌 피해자들에게 위로해주고 싶어서 이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곡이 나온 당시 마침 전 세계가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그때 이 노래는 수많은 금융위기에 괴로워하는 타이완인들에게도 위로를 줬다고 합니다. 여기서 노래의 후렴구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난 너를 꽉 안아줄래요(我欲甲你攬牢牢)/ 네 곁에 있어주며(乎我陪你唱同調)/ 너의 우울함과 울음을 덜어줄게요(分擔你的憂 你的愁甲你的哭)/ 울고 나서는 걱정은 다 없어질 거에요(哭完心事著無了了)/ 난 너를 꽉 안아줄래요(我欲甲你攬牢牢)/ 두렵지 않고 울지도 않게 할게요(乎你袂驚袂擱號)/ 과거를 잊어야 인생에 희망이 있겠죠(往事放乎空 人生啊才有望)/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요(乎我陪你渡難關)”라는 가사입니다.
쟝후이는 가슴 속의 애절한 감정을 끌어올리는 슬픈 노래를 부르며 유명해지기 시작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이완어 노래를 받아들이고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타이완어 노래의 혁신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며 타이완어 노래의 수준과 영향력을 크게 높여 줬는데, 이것은 타이완어 노래 발전에 있어 쟝후이의 가장 큰 공헌이자 그의 노래들이 언어와 나이의 장벽을 뚫고 보편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