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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최초의 정치드라마 -《아일랜드 네이션》

  • 2023.01.12
연예계 소식
타이완 최초의 정치드라마 《아일랜드 네이션(國際橋牌社, Island Nation)》시즌2 - 사진: '國際橋牌社 Island Nation'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타이완은 최근 몇 년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로맨드 드라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역사 드라마,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드러내려는 목적으로 하는 사회고발 드라마 등 다채로운 소재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잇따라 등장하여 국내에서만 흥행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도 진출하여 타이완의 텔레비전·영화 산업의 소프트파워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국민-민진 양당 간의 대립과 중국과의 오래된 갈등으로 인한 복잡하고 불안정한 정치 상황 속에서 타이완인들에게는 정치는 쉽게 파악할 수 없고, 또 쉽게 건드릴 수도 없는 것이므로 정치를 소재로 하는 영화 및 TV 작품이 거의 없었으나 2020년 1월 중순부터 타이완 최초의 정치드라마 《아일랜드 네이션(國際橋牌社, Island Nation)》이 방영되기 시작해 대중들의 엄청난 주목과 인기를 거뒀습니다.

《아일랜드 네이션》의 중국어 원제 ‘國際橋牌社’는 ‘브리지 게임과 비슷한 국제관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재 시즌2까지 나왔고, 주로 1990년대 타이완의 정치근대사를 서술하였습니다. 드라마는 허구이지만 실존 인물이나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계속 연상케 하고, 또 정치적 교환, 미디어 조작, 사회운동, 주권 정체성, 전환기 정의와 같은 타이완 사회의 각종 민감한 이슈들을 건드렸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드라마를 방영할 의향이 있는 플랫폼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시사회에서 큰 호평을 받고 나서는 타이완의 OTT 플랫폼 프라이데이(friDay)가 방영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드라마는 시즌1, 시즌2 모두 흥행에 성공하였으며, 미국의 인기 정치 스릴러 드라마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타이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일랜드 네이션》 시즌1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를 배경으로 계엄 하의 민주화 역정과 주요 정치세력들 간의 갈등 및 투쟁을 묘사합니다.

스토리는 ‘2월 정쟁’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1990년부터 1994년까지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연이어 재현됩니다. ‘2월 정쟁’이란 1988년 1월 13일 중화민국 총통 겸 중국국민당 주석 장징궈(蔣經國)가 사망한 후로부터 중국국민당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권력 투쟁을 가리킵니다. 당시 중국국민당 내부는 두 세력으로 분열됐습니다. 하나는 장징궈 총통 사망 후 중화민국 총통직과 국민당 주석직을 이어받은 리덩후이(李登輝)가 이끄는 개혁 세력인 '주류파(主流派)’이고, 다른 하나는 장(蔣)씨 가족을 따라 타이완으로 건너온 ‘외성인(外省人)’으로 구성된 보수 세력인 ‘비주류파(非主流派)’입니다. 두 파별은 제8회 중화민국 총통 선거 승패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그들의 권력 투쟁은 선거를 한 달 앞둔 1990년 2월에 절정에 달했으므로 ‘2월 정쟁’이란 명칭이 붙게 됐습니다.

한편, 두 파별 갈등의 폭발 계기는 리덩후이가 장징궈 총통의 뒤를 이어 중화민국 총통에 오르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왜 리덩후이가 총통직을 계승한 것은 ‘외성인’ 당원들의 큰 반대를 받았냐면 리덩후이는 타이완에서 태어나고 자란 ‘본성인’입니다. 당시 외성인과 본성인은 사회적과 정치적으로 모두 서로 갈등하는 사이였습니다. 따라서 리덩후이가 총통이 된 것은 외성인들의 엄청난 불만을 불러일으키고 ‘2월 정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정치적 투쟁은 향후 국민당의 분열에 큰 영향을 미쳤고, 또 리덩후이와 주류파의 승리는 타이완 본토 세력이 장씨 세력을 대신하여 점차 타이완 정치판을 장악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즌1와 시즌2 모두 리덩후이 전 총통을 원형으로 한 주인공 리칭보(黎清波)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리덩후이 전 총통은 최초의 타이완 현지 출신의 본성인 총통일 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첫 민선 총통이기도 합니다.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총 12년 동안 중화민국 총통을 역임했던 리덩후이 전 총통은 일련의 정치개혁으로 국민당 독재를 끝내고 다당제와 총통 직선제를 도입하며 타이완 민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시즌1에서는 그가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動員戡亂時期臨時條款)》 등 국민당 독재 합리화를 위한 조항을 폐지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타이완의 민주화 역정과 국민당 내부 분열 과정 외에, 시즌1에서도 대한민국, 사우디 아라비아 등 국가와 단교하고 국제사회에서 점점 고립된 과정에서 타이완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어떻게 자랑스러운 타이완을 만들어냈는지를 그립니다. 그리고 시즌2는 시즌1에 이어 1994년부터 1996년까지를 배경으로 리덩후이 전 총통의 미국 코넬 대학교 방문과, 타이완 첫 민선 총통 선거, 제3차 타이완해협 위기 등 역사적 사건을 묘사합니다.

실존 인물이나 실제 사건을 계속 연상케 하는 스토리와 캐릭터 외에도, 드라마의 진실성을 더하기 위해, 제작진은 윌리엄 앤서니 스탠턴(William Anthony Stanton) 주타이완 미국대표부(AIT) 전 대표, 수츠청(蘇志誠) 전 총통판공실 주임, 11년 동안 리덩후이 전 총통의 비서를 역임했던 리징이(李靜宜) 등 20명의 실존 인물들을 카메오로 등장시키며 시청자들의 열띤 반향과 뜨거운 화제성을 모았습니다. 《아일랜드 네이션》은 시즌8까지 제작될 계획인데, 후편으로 갈수록 지금 젊은들이 익숙한 정치인들을 원형으로 한 캐릭터와 중대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 시즌1의 주제곡은 타이완 해바라기 학생운동(太陽花運動)의 주제가 〈섬의 여명(島嶼天光Island Sunrise)〉을 제작하고 노래한 타이완 록밴드 ‘소화기 밴드(滅火器樂團, Fire EX.)’가 드라마를 위해 만든 《무명의 영웅(無名英雄)》이란 노래로, 노래 제목은 "타이완의 민주화 이야기는 한 명의 영웅이나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자유와 민주주의, 존엄한 삶을 위해 분투하는 수많은 ‘무명의 영웅’들이 공동으로 펼쳐 나간 것이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2의 주제곡은 작년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최고의 앨범커버상을 수상한 체어맨 밴드(董事長樂團)가 부른 《하나의 섬, 하나의 운명(同島一命)》이란 노래입니다. 《하나의 섬, 하나의 운명(同島一命)》은 1950년대 타이완-중국 양안 간 실질적 군사충돌이 벌어졌던 당시의 타이완의 정신적 표어로, “우리는 정치적 경향이나 종족에 관계없이 모두 타이완인이며, 하나의 운명 공동체”임을 의미합니다. 오늘 엔딩곡으로 드라마 《아일랜드 네이션》 시즌1의 주제가 《무명의 영웅》을 띄어드리면서 연예계소식을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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