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11월 12일, 타이완 가장 성대한 문학 이벤트인 ‘2022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台灣文學獎金典獎, Taiwan Literature Golden Award)’이 타이베이 화산 문화창의단지(華山文創園區)에서 열렸습니다. 타이완문학상은 2001년에 지금의 문화부인 행정원 문화건설위원회에 의해 설립됐고, 2005년부터는 타이완 최초의 국가급 문학박물관인 ‘국립타이완문학관’에서 주관했습니다. 타이완문학상은 출판된 도서를 대상으로 장려하는 ‘금전장’과 타이완어, 하카어, 원주민어 등 모어(母語)로 작성된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장려하는 ‘창작장’으로 나뉘어 매년 1회씩 각각 시상식을 거행합니다. 올해 금전장의 최고상인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작품은 여류 작가 라이샹인(賴香吟, 놔향음)의 《하얀 초상화(白色畫像)》인데 오늘 포르모사문학관 시간에서는 바로 라이샹인에 대해서 청취자분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샹인은 1969년 7월 2일 타이난에서 태어나, 1987년 타이완대학교 경제학과 1학년 때 타이완 출판사인 《연합문학(聯合文學)》이 주최한 문화예술캠프에 참가하여 <개구리(蛙)>로 단편소설 1등상을 수상했습니다. <개구리>에서는 싱크대 속 개구리 울음소리를 통해 여성의 가정, 직장, 자아정체성 측면에서의 진퇴양난의 처지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부족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 소설은 2000년에 발표된 그녀의 세번째 소설집인 《섬(島)》에 수록됐습니다. <개구리(蛙)>로 문단 데뷔 후 라이샹인은 소설 창작을 지속하고 각 문학잡지에서 여러 소설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인 1993년 라이샹인은 일본 도쿄대학교의 총합문화연구과에 진학하여 《타이완문학의 확립. 서문—사회사에 대한 고찰1898-1945 (台湾文学の成立・序説--社会史的考察1895-1945)》”라는 제목의 논문을 작성하며 ‘식민지 시기의 문학’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간 동안 라이샹인은 소설 창작 활동을 잠시 멈췄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는 학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의 길을 계속 걸어갈 지를 생각하기 위한 것”입니다. 앞길을 고민하며 글쓰기 에너지가 쌓다가 1995년 라이샹인은 <번역자(翻譯者>를 완성했고 이 소설로 《연합문학》 소설 신인상 부문의 중편소설 1등상을 수상한데 이어 《중국시보(中國時報)》에서 <연습작의 오후(習作的午後)〉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돌아왔음을 선고했습니다. 이 두편 소설은 각각 1997년에 발표된 첫번째 소설집 《다른 곳으로의 산책(散步到他方)》과 1998년의 두번째 소설집 《안개 속 경치(霧中風景)》에 수록됐습니다.
2012년에 라이샹인은 소설 《그 다음에(其後 それから)》를 발표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1995년 6월 파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절친이자 동성애 작가 추먀오진(邱妙津)의 죽음으로 라이샹인의 삶과 문학 창작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또 친구의 죽음으로 슬럼프에 빠졌으나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정신 차리고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을 묘사했습니다. 이 소설은 동년 11월에 거행된 2012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정 시상식에서 장편소설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소설 뿐만 아니라, 라이샹인은 산문 분야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2019년에 발표한 산문집 《아침 밝기 전의 연애 : 일치시기 타이완소설 속의 경치(天亮之前的戀愛:日治台灣小說風景)》는 문인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2019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과 2020년 금정장(金鼎獎)’을 거머쥐었습니다. 산문집 제목 《아침 밝기 전의 연애 : 일치시기 타이완소설 속의 경치》는 일치시기 작가 옹나오(翁鬧)의 소설 <아침 밝기 전의 사랑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며, 이 소설집에서는 라이샹인은 14명 일치시기 작가들의 문학작품에 대해서 소개도 하고 평론도 했습니다.
그녀의 최신 작품인 《하얀 초상화》는 3편 소설로 구성되고 있고 제2차세계대전 이후 국민당 정부의 고압적인 통치로 인한 백색테러 시대를 그립니다. 3편 소설은 각각 백색테러 시대에 속하는 칭즈(清治), 원훼이(文惠), 카이스(凱西)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칭즈는 사범대 출신 교사이며 긍긍업업하고 혼자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사도우미로서 의사댁에서 30년 동안 일해온 원훼이는 눈치가 빠르며 조심스럽게 살아 왔습니다. 반세기 동안 파리, 베를린 등 이국에서 떠돌아다니게 된 카이시는 해외 타이완인들의 정치활동 참여의 목격자입니다. 소설은 세 명의 이야기를 통해 백색테러 시대에 억눌렀던 일반인들의 난처와 두려움을 보여줬습니다.
글쓰기는 라이샹인이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이자 자신과 소통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라이샹인은 늘 진지한 태도를 지니고 있고 글쓸 때 여러 번 고민하고 생각해서야 연필을 대는 것은 물론, 이미 완성한 작품을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기도 합니다. 이런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열정으로 인해, 라이샹인의 작품은 수량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작품 모두 내용이 충실하고 읽을 때마다 작가의 정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의 금전장의 심사위윈님들도 라이샹인 작가가 《하얀 초상화》에 기울였던 정성을 잘 느끼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오늘 포르모사문학관 시간에서 2022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 대상의 수상자인 라이샹인에 대해서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럼 마무리곡으로 남가수 우치셴(巫啟賢)이 부른 ‘당신의 초상화(你的畫像)’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포르모사문학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