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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 타이완 '비정성시'... 디지털 복원됐다

  • 2022.09.29
연예계 소식
타이완 뉴웨이브 감독 허우샤오시엔(侯孝賢)의 는 1989년 9월 15일 제46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타이완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 사진: 국가영화 및 시청각문화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 제공

올해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개봉 예정 영화 중 하나는 21세기 최고의 디지털 영화로 평가받는 ‘아바타’의 후속편이 손꼽힙니다. 2009년 개봉 당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바타는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독보적인 영상미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관람객 및 전문가들의 일치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3D 입체 기술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표정까지 감지해 실시간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모션 캡처(Emotion Capture)’기술을 개발하여 캐릭터들을 감정이 살아 있는 실제 인물과 같이 생생하게 탄생시키며 사람 같지만 뭔가 어색했던 기존 3D 애니메이션의 약점을 극복했습니다.

‘아바타’처럼 선진적인 디지털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만든 영화가 추세이고 대세이지만, 특유의 광범위한 색감과 음영 표현을 선보였던 필름 영화를 그리워하는 자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적인 재미를 즐길 수 있게 되지만 필름 영화가 가진 고유의 미학과 질감은 디지털 영화에서 절대 느낄 수 없으며 필름 시대가 이미 지나갔지만 이 영화 필름들은 소중한 문화자산이니 잘 지켜야 한다고 많은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강조합니다. 그러나 필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열화하는 매체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 필름들을 보존·복원하는 데 노력하는 사람이 매우 많은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기관은 바로 국가영화 및 시청각문화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입니다.

지난 9월 15일, 국가영화 및 시청각문화센터는 복원 작업을 완료한 또 하나의 필름 영화를 선보였는데, 이 영화는 타이완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허우샤오시엔(侯孝賢)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비정성시(悲情城市)>입니다. <비정성시>는 독특한 영상미와 혁신적인 기술, 타이완 역사를 반영한 스토리로 1989년 9월 15일 제46회 베니스영화제 최고명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타이완 뉴웨이브 영화’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국가영화 및 시청각문화센터는 <비정성시> 필름의 복고감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복원 작업을 마무리한 뒤에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지 딱 33년이 된 2022년 9월 15일에 시사회를 열어 ‘디지털판’의 <비정성시>를 공개했습니다. 시사회에는 당시 <비정성시>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많이 참석했으나 영화의 일등공신인 감독 하우샤오시엔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참석을 취소했고, 또 이 영화로 타이완 최대 영화시상식 금마장(金馬獎)에서 최우수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숭융(陳松勇) 배우는 지난 2021년 12월에 돌아가셔서 영화 재상영의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습니다.

<비정성시>는 1947년 타이완 민중들이 국민당 정부에 반발해 봉기를 일으켰던 이른바 228사건을 소재로 한 최초의 타이완 영화로, 영화는 중화민국 초기 타이완의 사회적 양상을 주인공 가족들의 삶을 통해서 보여줬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타이완을 접수하기 위해 또는 1949년 국공내전에 패한 국민당 정부를 따라 타이완에 건너온 '외성인(外省人)’들과 국민당이 들어오기 전부터 타이완에 살고 있던 ‘본성인(本省人)’들이 언어, 생활습관, 역사적 기억, 사회적 자원의 불공정한 분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서로 배척하고 충돌을 벌이는 현상과 ‘내가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아니면 타이완인지?’와 같은 타이완인들의 정체성 및 민족 의식에 대한 혼란 등 사회적 문제를 아주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1989년 9월 15일 제46회 베니스영화제가 이탈리아에서 개최됐으며, 황금사자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타이완 영화의 자랑인 <비정성시>는 후보에 그치지 않고 수상의 쾌거를 거뒀습니다. 이는 타이완 영화가 처음으로 칸, 베니스, 베를린과 같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것으로 타이완영화 역사상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시 해외 언론 뿐만 아니라, ‘중국시보(中國時報)’, ‘연합보(聯合報)’, ‘중앙일보(中央日報)’ 등 국내 주요 언론들도 <비정성시>의 베니스영화제 수상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고, 그때 신문을 펼치면 허오샤오시엔 감독이 황금사자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제26회 금마장에서도 최우수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획득했습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약 한 달 뒤에 <비정성시>는 타이완에서 개봉했고, 뉴타이완달러 1억 원(한화 약 45억 원, 2022.09.29.기준)이 넘는 총 박스오피스로 새로운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영화는 상영 당시 타이완에서 열렬한 반응과 토론을 불러일으키고 <비정성시>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문장과 서적이 대량으로 나왔을 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지인 지우펀(九份)도 그 유명세를 타고 관광명소로 탈바꿈됐고, 그와 인접하는 진과스(金瓜石)도 관광지로 급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영화제 수상의 쾌거를 거둔 최초의 타이완 영화로서 <비정성시>는 국제사회에 타이완 영화의 아름다움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국산 영화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시선을 뒤집었고, 국산 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도 했는데요. 타이완 영화 사상 최초로 일반적 관행인 후시녹음을 거절하고 동시녹음을 선택했으며, 타이완 영화 사상 최초로 228사건을 주제로 채택했고, 또 타이완 영화 사상 최초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는 등 수많은 ‘최초’를 만든 이 영화 <비정성시>는 국가영화 및 시청각문화센터의 복원 작업을 거쳐 이제 ‘디지털’ 형식으로 오래오래 보존되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후세에 전달될 전망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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