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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뮤지컬의 역사와 현황

  • 2022.09.22
연예계 소식
타이완 뮤지컬 악단 그린레이극단(綠光劇團)이 올해 선보인 뮤지컬 작품 '안녕, 베이터(再會吧北投)' 공연 사진 - 사진: '국가문화예술기금회 보조 성과 아카이브' 사이트 페이지 캡쳐

뮤지컬(Musical)은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공연 양식을 가리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하였는데, 그 근원에는 유럽의 대중연극, 무용, 잡극, 오페라, 발라드 오페라, 비엔나식의 오페레타 등이 있습니다. 이후 영국에서 만들어진 뮤지컬은 자연스레 식민지였던 미국으로 전파되어 뿌리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양식으로 형성되고 크게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연극과 뮤지컬의 산실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이며, 연극적 전통이 깊은 영국의 웨스트엔드 역시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연극과 뮤지컬의 메카입니다. 미국과 영국 뮤지컬의 해외 연출과 공연 영상 수출이 시작되면서 한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도 뮤지컬 문화가 일어났습니다.

타이완의 뮤지컬은 공상과학(SF) 소설가 장시궈(張系國)의 동명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돼 1987년에 공연된 <오목왕(棋王)>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목왕은 1970년대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돈을 위해 그림을 포기하고 상인의 길을 걷게 된 이류 화가와 오목 천재 어린이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뮤지컬은 타이완에서 현대적인 뮤지컬 양식의 시작으로 타이완 뮤지컬 얘기하면 빠져서는 안되는 작품입니다.

1990년대에는 타이완 뮤지컬이 그린레이극단(綠光劇團)과 궈퉈극장(果陀劇場) 등 양대 극단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그들은 주로 서구 음악극을 모방하며 스스로의 특색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뮤지컬을 만들었습니다. 1994년 그린레이극단이 공연한 <넥타이와 하이힐(領帶與高跟鞋)>은 직장인의 애환, 사내 연애, 상사-부하 간의 갈등 관계, 남녀간의 충돌양상을 보여주는 공감 저격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국내외에서 만장일치로 찬사를 받고 크게 흥행했습니다. 1995년에는 궈퉈극장은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을 리메이크하여 <시라노(大鼻子情聖-西哈諾)>라는 뮤지컬을 선보였는데, 이 뮤지컬은 타이완 최초의 대규모 뮤지컬로, 40명의 배우와 34인의 오케스트라, 200명의 스테프를 동원했습니다.

1997년에는 궈퉈극장은 타이완 최초의 라이브-밴드 뮤지컬인 <키스미, 나나(吻我吧娜娜)>를 무대에 올랐으며, 이 뮤지컬은 영국 최고의 시인이자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원작으로 만들어졌고,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어 ‘음악미술가’라고 불린 타이완 남자 싱어송라이터 장위성(張雨生)이 작곡을 담당했습니다. 이 뮤지컬이 공연 기간 당시에는 열띤 반응을 얻고 흥행과 화제성 모두 잡았습니다. 여러 인기작을 선보여 타이완 뮤지컬의 중추가 된 궈퉈극장은 <천사의 불야성(天使不夜城)>、<이터널 선샤인(情盡夜上海)>、<도망하는 천사(跑路天使)> 등 ‘유행음악’ 뮤지컬을 만들고 당시 타이완에서 가장 핫했던 여자 가수 중 한 명인 차이친(蔡琴)을 주인공으로 출연시켰는데, 차이친의 인기에 힘입어 이 뮤지컬들은 수많은 관객을 끌어당기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대량의 인기 외국 뮤지컬, 예를 들면 <캣츠>, <오페라의 유령>, < Mamma Mia!), <노틀담의 꼽추>, <로미오와 줄리엣> 등 뮤지컬들이 잇따라 타이완으로 와 공연을 펼치고 타이완에서 뮤지컬의 열풍을 일으키면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가진 타이완인들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또 이 시기에는 여러 뮤지컬 전문 악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중국어 뿐만 아니라, 타이완어(민남어), 하카어 등 타이완 사투리로 만든 ‘창작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뮤지컬의 주제 및 내용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깊고 오래된 중화문화, 타이완의 역사적 인물, 원주민의 삶 이야기 등 타이완만이 지닌 독특한 소재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그중 ‘타이완 민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카족 출신 작곡가 덩위시엔(鄧雨賢)의 일생을 그린 《사월의 비(四月望雨)》, 타이완 정치가이자 작가인 랴오펑더(廖風德, 필명:랴오레이푸廖蕾夫)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 사랑하는 이웃((隔壁親家)》, 민주 운동가이자 항일 선열인 장웨이수이(蔣渭水)의 생전 이야기를 기초로 한 《웨이수이의 봄바람(渭水春風)》으로 이루어진 ‘타이완 뮤지컬 삼부작’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비록 타이완의 뮤지컬은 1980년대부터 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한국처럼 크게 성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소비자가 너무 적고,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은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즐기는 공연예술 중 하나이지만, 타이완에서는 하나의 산업이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관람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적습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너무 적어 뮤지컬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경우는 실은 타이완에서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공연장이 모자라 다른 극단도 쓸 수 있도록 공연장을 장시간 빌릴 수 없기 때문에 타이완 뮤지컬의 평균 공연 기간은 한국처럼 3, 4개월이 아닌 1~2주일 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뮤지컬 제작에 투입한 모든 비용의 총합보다 높은 매출 이익을 거두는 게 더 쉽지 않죠.

타이완은 뮤지컬이 성공하기가 힘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타이완들이 우리만의 뮤지컬을 제작·발전하는 데 심혈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는데 그들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도록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고, 또 대중들의 실질적인 응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언젠가 타이완 뮤지컬도 한국, 미국, 영국 뮤지컬처럼 국내외 모두 높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랍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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